호찌민시 팬데믹 핫스팟에 뛰어든 영화감독 쑤언푹
호찌민시 팬데믹 핫스팟에 뛰어든 영화감독 쑤언푹
  • 베한타임즈
  • 승인 2021.12.20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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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시가 팬데믹 기간 동안 봉쇄됐을 때 베트남인 영화감독인 쑤언푹(Xuân Phước)은 봉사활동을 자청했다. 그는 호찌민시의 여러 지역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다. 쑤언푹은 사람들이 힘든 상황 속에서 서로를 돕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느낀 감정을 전파하기 위해 사이공-사랑의 계절(Sài Gòn Mùa Thương)’ 이라는 노래를 작곡했다. 최근 그는 이 노래를 바탕으로 수많은 연기자, 가주 및 의료진들이 동참한 세 가지 버전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발표했다. 베트남 뉴스는 쑤언푹 영화감독과 함께 이번 노래와 더불어 향후 영화 제작 가능성 등을 묻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어떤 계기로 사이공-사랑의 계절이라는 노래를 작곡하게 됐나?

 

나는 호찌민시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이곳에서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살았다. 호찌민시는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나의 가족, 친척, 친구들을 떠올릴 때마다 호찌민시는 항상 배경으로 등장하는 소중한 추억의 장소다.

 

호찌민시가 팬데믹으로 인해 봉쇄되면서 나는 집에만 머물러야 했다. 우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공유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나는 주변의 수많은 동료들처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돕고 싶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자원봉사를 하는 친구들과 연락이 닿았다. 이 친구들은 이웃에게 쌀, 야채, 생필품 등을 기부하고 있었다.

 

나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선행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이들은 자신의 물건과 돈 등을 가지고 와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줬다. 나는 50 여명의 부모를 지원하는 청년 단체에 합류해 자원봉사를 했다 우리는 코로나19 재택치료를 하는 환자들에게 무료로 산소를 공급하고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재택 환자 중에서 증상이 심각해지면 이들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도 했다.

 

나는 올해 호찌민시에서 언제 우기가 시작됐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여름에는 짙게 드리운 나무 그늘 아래 낮잠을 자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 나는 호찌민시에 단 하나의 계절만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건 바로 사랑의 계절이었다. 이를 배경으로 나는 사이공-사랑의 계절이라는 노래를 작곡했다.

 

Q. 작곡하는데 얼마나 걸렸나? 본래 영화감독인데 이번에 노래를 작곡했다. 향후 음악인이 되고 싶은 의향이 있는지?

 

나는 이번에 꽤 빠르고 수월하게 작곡을 했다. 전문 음악인이 아니지만 약 15일 만에 노래를 완성했다. 과거에 나는 호찌민시 음악예술학교에서 작곡을 배운 적이 있다. 하지만 벌써 20여 년 전 일이다. 나는 과거의 지식에 의존해 노래를 작곡했다.  

 

원래 나는 음악에 특별한 애정이 있었다. 하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그동안 나는 영화와 텔레비전 산업에서 오랫동안 종사했다. 영화는 내 운명이자 사랑이며 집착이다. 결코 내가 도망칠 수 없는 분야다.

 

나는 종종 노래를 작곡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내가 제작한 영화에 사용될 음악을 작곡했다. 사람들은 영화를 볼 때 음악을 통해 지식과 감동을 얻는다. 그동안 내가 축적한 음악에 대한 지식과 영화의 경험들이 모여 이번에 작곡을 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Q. 영화 제작을 위해 팬데믹 핫스팟지역에 뛰어들었다. 마음을 움직인 가장 큰 사건은 무엇이었나?

 

영화 음악을 포함한 모든 예술 작업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려면 먼저 제작자가 혼신을 다해 제작해야 한다. 나는 내가 본 걸 바탕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호찌민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극복 중이었고 나는 그 현장을 목도했다.

 

이 같이 고통스러운 순간을 경험해야만 그 지역 사람들의 내면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호찌민시는 특별한 도시다. 사람들은 관대하며 인내심이 강하다. 호찌민시 사람들은 팬데믹과 힘겹게 전쟁하며 서로를 도왔다. 총이 없는 전쟁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잠겼다. 하지만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은 애도할 시간이다. 이와 함께 서로 사랑하고 돌볼 시간이다.

 

나를 가장 사로잡은 현장은 절대 잠들지 않는 조용한 도시의 거리였다. 우리는 여기저기서 울리는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를 들었다. 출입금지 팻말을 봤으며 철 그물망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모습을 목격했다. 이런 모습은 일시적으로 호찌민시의 상징이 됐다. 지역 주민들은 고립됐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생각했다. 우리는 거리두기를 했지만 서로 이별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팬데믹 현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팬데믹 위험을 비롯해 심지어 죽음의 위험을 감수하며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다. 일부 봉사자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나는 일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보호장비를 착용하면 종종 호흡 곤란을 겪었다. 한번은 몇 초간 숨을 쉴 수 없어서 거의 실신할 뻔 했다. 하지만 나와 같은 보호장비를 입고 아무런 불평 없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봤다. 나 또한 자극을 받았다. 더욱 열심히 일하도록 나 자신을 채근했다.

 

Q.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나는 영화감독이다. 현재 쑤언푹 영화제작사의 총괄 감독으로 일하고 있으며 호찌민시 연극영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대부분의 연기자들은 내가 일하는 학교의 학생이거나 영화제작사의 동료들이다.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뮤직비디오 제작 계획을 알리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겠다고 기꺼이 나섰다. 나는 참여를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양한 버전으로 여러 가지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의사에게 뮤직비디오 노래를 부탁했을 땐 약간 어려움이 있었다. 이들은 참여하겠다고 동의했지만 항상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일하는 게 너무 바빠 먹고 잘 시간조차 없었다. 이들이 뮤직비디오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 오로지 사랑의 마음에서 비롯된 거였다.

 

이와 함께 나는 기술적인 문제도 겪었다.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때 동료들이 각기 다른 부분을 담당했다. 이중에는 녹화, 구성, 리믹스, 최종 완성 등이 포함됐다. 우리는 만나지 못한 채 온라인으로만 협업했다. 나중에 보니 뮤직비디오 결과물이 생각만큼 좋게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같은 의미 있는 작품 속에 담긴 메시지가 관객들을 비롯한 호찌민시에 잘 전달되길 바란다.

 

Q. 지금까지의 제작 작업을 공유해줄 수 있는지?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계획 중인가?

 

나는 군 복무 중인 젊은 군인에 대한 이야기를 제작했다. 이 군인은 가족 중 한명이 숨을 거뒀을 때도 집에 갈 수 없었다. 이와 함께 나는 빈탄군(Bình Tân)에 소재한 가난한 지역 사회의 모습을 스크린에 담았다. 이와 함께 호찌민시의 다양한 지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진행한 자선활동을 카메라 속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팬데믹 기간에 길에서 출산한 산모를 도운 인민군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당시 두 명의 인민군은 갓 태어난 아기의 탯줄을 묶기 위해 마스크 줄을 사용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사망한 고인을 화장하고 유품을 건네받던 가족들의 모습을 녹화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북적거리던 호찌민시가 조용하고 적막한 장소로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기존의 사고방식과 생활, 행동, 업무 환경 등을 모두 바꿨다.

 

현재 호찌민시는 뉴노멀 시기에 접어들었다. 나는 음력설인 뗏 연휴를 위한 영화 및 텔레비전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쑤언푹 영화제작사는 팬데믹 이후 위기를 극복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각도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나는 코로나19를 주제로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다. 나는 호찌민시의 숨소리를 들으며(Nghe Thành Phố Thở)’라는 연대기를 제작하기 위해 수많은 문서와 자료들을 수집했다.

 

내가 시간대 별로 수집한 모든 이야기들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호찌민시의 숨소리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기억들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나는 내 마음의 소리를 따라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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