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에서 새로움 추구하는 디자이너 부타린
전통에서 새로움 추구하는 디자이너 부타린
  • 베한타임즈
  • 승인 2021.12.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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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타린(Vũ Tá Linh)은 베트남의 젊은 디자이너다. 하노이 출신인 그는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할 때 주로 전통 의류나 섬유를 활용한다. 부타린은 올해 베트남 디자인위크(Vietnam Design Week 2021)에서 패션부문 상을 받았다. 베트남 신문은 부타린과 함께 그의 디자인에 대한 열정과 향후 계획 등을 묻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베트남 디자인위크에 대해 어떻게 알게 됐으며 출전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궁금하다.

 

나는 베트남 디자인위크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베트남 디자인위크는 실용적인 분야에 뛰어난 디자인을 접목한 작품들을 선정하는 연간 행사다. 주로 식음료, 리빙, 패션, 기념품, 공공예술 등의 분야에서 수상작을 선정한다. 이 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다. 나는 지난해 열렸던 행사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으며 1년 간 기다렸다가 올해 참여를 결정했다.

 

나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이번 베트남 디자인위크의 주제인 전통 일깨우기(Awakening Tradition)’에 대해 고심했다. 올해의 주제는 내 관심 분야와도 일치했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나 자신 조차도 거리두기 기간 동안 힘들었다. 4개월 동안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집에서만 지내기가 쉽지 않았다. 오랫동안 공간의 제약을 겪다보니 몸과 마음이 지쳤다. 나는 창의적인 감정이 모두 고갈되는 것 같은 느낌을 경험했다. 어느 날 나는 영감을 얻기 위해 집 안의 반복적이고 지루한 공간들을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당시 베트남 디자인위크에 참여할 아이디어를 얻고 싶었는데 결국 성공했다. 나는 내 옷장 속에서 영감을 얻었다.

 

옷장 안에는 내가 매일 즐겨 입는 옷들도 있었지만 더 이상 눈길조차 주지 않는 오래된 옷이 많았다. 하지만 안 입는 옷들을 미련 없이 버릴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옷이 낡은 것도 아니고 흥미로운 디테일이 많은 옷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옷들들은 그 속에 담긴 추억 때문에 쉽게 버릴 수가 없었다. 나는 그런 옷들을 모두 꺼내 뒤집은 다음 입고 벗기를 반복했다. 그 다음 옷들을 유심히 관찰한 뒤 과연 내가 이 옷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유레카의 순간이 왔다! 내 옷장 속의 낡은 옷들이 나를 구원해줬다. 나는 옷장 속의 오래된 옷에서 영감을 받아 N.A.M 컬렉션을 빠르게 구상했다.

 

나는 오래된 옷과 액세서리를 태국 소수민족의 옷 장식과 결합했다. 나는 오래 전에 하노이 구 시가지의 응에안(Nghệ An) 거리에 있는 태국 소수민족 옷 가게를 발견한 적이 있다. 나는 오래된 옷에 퀼트, 손바느질, 천 덧대기, 뜨개질 등과 같은 디자인을 첨가했다. 누구의 도움 없이 나 스스로 완전히 새로운 옷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N.A.M 컬렉션에서 나는 한계에 대한 창조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물론 한계는 장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창조적인 열망이나 욕구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며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특히 내 경우에는 한계에 부딪혔을 때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이 생겼다. 나는 이런 감정을 탈바꿈이라고 부른다.

 

나는 2009년 하노이 연극영화대학교의 미술학부를 졸업했다. 당시 나는 다섯 부분으로 나눠진 긴 전통 드레스에 대해 연구했는데 이 지식을 활용해 디자인을 구상하고 싶었다.

 

나는 이번 디자인 컬렉션에서 사람들에게 기존의 오래된 제품과 옷을 활용할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구식이라도 현실적인 새로운 가치를 덧입으면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

 

나는 대부분 천연 섬유를 활용했다. 이중에는 면, 실크 및 수공예 린넨 등이 포함됐다.

 

이번 나의 N.A.M 컬렉션은 베트남의 혹은 베트남어 숫자 ‘5’를 의미한다. 더 나아가 과거 베트남의 이름인 안남(An Nam)을 의미하기도 한다.

 

Q. 이번 컬렉션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나는 6가지 디자인 중에서 하나를 선정해 처음부터 끝까지 홀로 완성했다. 베트남 디자인위크에 총 6가지 도안을 제출했지만 그 중 하나만 완성할 수 있었다.

 

첫째 단계로 원단 처리작업을 했다. 먼저 디자인에 활용할 원단을 선정한 뒤 적절한 비율로 염색을 했다. 그 다음 원단 조각들을 실로 꿰맸다. 시각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천을 여려 겹 덧대는 기법을 활용했다. 나는 전체적인 디자인 윤곽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여려 겹의 천을 조심스럽게 봉합했다.

 

그 뒤 나는 천을 덧대 원단을 보강했다.

 

마지막 작업으로 내부에 실크를 연결했으며 단추를 달고 단추 구멍을 냈다. 이 작업을 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이 걸렸다.

 

우리 집에는 재봉틀이 없다. 나는 디자인 할 때 기계를 사용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모든 디자인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Q. 그동안 쌓은 경력에 대해 설명을 부탁한다.

 

나는 2009년에 하노이 연극영화대학을 졸업한 뒤 런던 디자인패션 컬리지(London College for Design & Fashion) 입학했으며 2013년에 졸업했다. 2012년에는 아우디 스타 크리에이션(Audi Star Creation)에서 수상했고 1년 여 간 싱가포르에서 디저이너로 일 했다. 그 뒤 2014년에 베트남으로 돌아왔다.

 

나는 베트남에서 다양한 패션쇼에 참여했다. 예를 들어 베트남 패션위크(Việt Nam Fashion Week), 베트남 인터네셔널 패션위크(Vietnam International Fashion Week), 엘르 패션쇼(Elle Fashion Show), 영국문화원 패션쇼(British Council Fashion Show) 등에 참가했다. 이 밖에도 라오스, 홍콩,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다양한 패션쇼에 참여했다.

 

그동안 다양한 패션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대기업에서부터 중소기업을 포함해 빈그룹과 같은 국내 기업에서도 일했고 싱가포르와 같은 해외의 다양한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종사했다. 여러 환경 속에서 일을 하며 깨달은 게 있다. 국내나 해외 기업의 경우 디자인 업무 절차는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문화와 언어뿐 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쌓은 경험과 기술 등을 통해 이 같은 어려움을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Q. 어떤 장르의 패션을 따르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나는 지속가능한 패션을 선호한다. 나는 내 작품들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가치를 지니게 되길 바란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디자인과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을 오랫동안 사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돈을 절약할 수 있으며 쓰레기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

 

Q. 내년 계획은?

 

런던 디자인패션 컬리지에서 계속 강의할 계획이다.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매년 컬렉션을 발표할 예정이다.

 

Q. 어떤 계기로 디자이너가 됐는지?

 

내가 왜 디자이너가 됐는지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에는 그림에 대한 열정에서 시작됐다. 그 후에 나는 자수가 새겨진 린넨에 매료됐다. 아직까지도 자수가 놓인 린넨 섬유를 디자인에 활용하고 있다.

 

Q. 가장 큰 영감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

 

내 디자인의 대부분은 전통 문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나는 민한(Minh Hạnh) 디자이너를 존경한다. 이와 함께 나는 일본의 유명한 디자이너인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를 좋아한다. 그의 작품은 창의적이고 감정이 풍부하며 동시대적이다.

 

Q. 패션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패션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와 더불어 사람들은 편리하게 패션을 활용하게 될 거라고 전망한다. 한편 전통 수공예 마을의 중요성도 부각될 거라고 예상한다. 전통적인 문화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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