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대도시 구인난 원인은?
베트남 대도시 구인난 원인은?
  • 베한타임즈
  • 승인 2022.05.3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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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과 고향 정착인 증가 현상 두드러져

요즘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호찌민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교민 김태식씨는 베트남 직원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과거에는 SNS 등을 통해 공고문을 올리면 하루에도 서너명의 지원자가 몰렸지만 1주일을 기다려도 1~2장의 이력서를 받는 정도이다. 김씨는 막상 면접을 해보면 과거에 비해 지원자들의 수준이 높지 않고, 어쩌다 마음에 드는 지원자는 터무니없는 급여를 요구하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이건 비단 김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호찌민시나 하노이 등 대도시에서 베트남 직원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에 비해 수요가 월등하게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공급 자체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베트남에서 코로나19 이후 뉴노멀의 새로운 현상이다.

 

하노이에 거주하는 43세 남성 레판꽝하이(Le Phan Quang Hai)씨는 코로나19 이전 전자제품 공장에서 일하며 한 달에 1000VND 가량을 벌었다. 그러나 코로나 여파로 그가 일하던 공장은 부품 확보에 비상이 걸리고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월수입이 절반으로 깎이자 레판꽝하이씨는 공장을 그만두고 오토바이 배송 일을 시작했다. 비정규직이었으나 한달 수입은 최고 900만동에 달했다. 그는 원하는 시간에만 일 할 수 있는데도 그 정도 수입에 만족하고 있다. 업무 압박이 심했던 공장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베트남 대도시 노동자들이 정규직을 그만두고 비정규직으로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베트남 통계총국(GSO)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수는 매년 5.6% 증가했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는 3.6%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팬데믹이 왔던 2020년 말에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2030만명으로 전년 대비 119100명이나 늘었다. 이 추세는 올해 1분기 말에 2140만 명으로 증가하면서 둔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직 및 급여 삭감으로 대도시에서 생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비정규직 업무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사회보험 보장을 받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근로자들이 비정규직을 자처하고 있다. 정규직 수준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수입을 올릴 수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는 이유다.

특히 젊은 근로자들은 사회보험에 대한 매리트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가입 후 20년이 지나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베트남 사회보험에 대해 젊은 근로자들은 당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은퇴 후 연금을 거의 받지 못하거나 무료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음에도 아랑곳 없이 올해 1~3월 사회보험 탈퇴를 선택한 사람은 209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26~29세들로 여성이 55.6%로 남성(44.4%)보다 높았다.

호찌민시에 사는 쩐민뚜언(Tran Minh Tuan)씨도 전기 기사 일을 그만두고 배달 기사로 일하고 있다. 과거 그는 회사에서 매달 700VND을 받았는데 지난 8년간 급여가 인상되지 못했다. 그는 승진이나 개인적인 성장의 기회가 보이지 않자 지난 해 말 사표를 냈다.

 지금은 배송 기사로 일하며, 작은 옷가게를 운영하는 부인을 돕고 있는데 과거보다 수입이 더 많다.

쩐민뚜언씨는 "나는 사회 보험이 없어도 상관없다"라며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고 여가 시간도 더 많다"며 만족해 했다.

고향에 정착하는 근로자들

비정규직 증가와 더불어 팬데믹 당시 대도시를 떠난 근로자들의 고향 정착도 대도시 구인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많은 근로자들이 지방 거주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에 살던 50대 남성 응웬까오빈민(Nguyen Cao Binh Minh)씨는 지난 해 10월 부인, 딸과 함께 고향인 북부 옌바이성(Yen Bai)에 정착했다. 귀향 후 그는 스트레스 없는 목회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는 집세와 기타 비용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가족이 보유한 토지에서 채소를 재배하고 가축을 기르며 살고 있다. 그는 "나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경쟁에 지쳤다.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통계총국이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약 220만 명의 근로자가 팬데믹 기간 동안 고향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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