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경제의 현 위치(2부)-수출 주도 경제 전환
베트남 경제의 현 위치(2부)-수출 주도 경제 전환
  • 베한타임즈
  • 승인 2013.04.0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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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사태 이후 베트남에 부는 신 산업구조

   베트남의 경제에 있어 2007년 WTO 가입 이후 상당 기간은 사실 외국인 투자가 경제 성장률 자체를 견인해 왔다. 2007년 당시 명목 GDP가 674억불 수준인 나라에 80억불 수준의 외국인 투자 자금이 집행되었다. GDP란 민간 소비, 외자를 포함한 고정 투자, 정부 지출, 그리고 무역 수지의 합계를 말한다. 고정투자(GDP 요소)의 증가를 가져오는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는 자연적으로 베트남 GDP가 성장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베트남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외국인투자 금액의 증가로 인해 GDP가 성장하는 효과를 본 것이다. 문제는 투자 분야였다.


□ 베트남 외국인 직접투자액/GDP 추이, 자료 출처: 베트남 통계청



 

   2007년 WTO 가입부터 2009년까지 부동산 관련 투자 등록액이 전체 투자금액 중 40%~78%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부동산 버블이라는 부정적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경제 침체를 가져왔던 리먼 사태가 오히려 베트남 경제구조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2009년 제조업 분야 투자가 16%에 그쳤던 반면 부동산분야에 77.80%로 쏠렸던 것이 리먼사태 이후인 2010년에는 부동산 분야가 23.1%로 줄어들고 36.4%가 제조업분야 투자로 변화했다. 지난해에는 69.9%의 등록액이 제조업이었으며 금년 1분기에는 무려 92%가 제조업이다.


□ 자료 출처: 베트남 통계청, 2012년 자료의 경우 12월 15일 기준



 

   이렇듯 위축되었던 대베트남 제조업 분야 외자 투자가 리먼 사태를 지나며 되려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하였는데, 제조업의 외자 투자는 지속적 생산 및 수출 증대 효과를 가져오기에 투자액 대비 GDP 기여도가 월등하다. 또한 추가적으로 관련 산업 전반에 구조 조정을 제공하여 주는 역할도 한다.

   리먼 위기 이전인 2008년 상반기 수출액에 대비하여 2012년 상반기 수출액을 비교해 보면 전세계 주요 이머징 국가 중에서 베트남의 수출액이 80% 증가하며 가장 뛰어난 결과를 기록하였다. 즉 리먼 사태로 전세계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베트남만이 다른 이머징 국가들과 비교가 안될 정도의 수출 증가세를 실현했다는 것인데 이러한 결과가 가능했던 요인은 별안간 원유나 쌀의 생산량이 급증하거나 가격이 폭등해서가 아니고 외국계를 중심으로 한 대형 수출기업의 약진에 의하여 나타난 현상이다.

   이의 선두에는 삼성전자가 있다. IT 불모지대인 베트남에 과감한 투자를 집행했고 지난 3월 25일 기공식을 가진 제2공장까지 포함하여 연간 2억4천만 대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며 하노이 북부를 전세계 최대의 핸드폰 생산 메카로 만들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노키아도 1.8억대의 생산 규모를 가진 공장을 신축중에 있다. 삼성전자 핸드폰 사업은 현재까지 총 12억불이 투자되었으며 지난해 수출액은 124억을 달성하였고 올해 1분기만 해도 44.9억불의 수출을 기록하였다. 여러 핸드폰 부품 회사들도 총 4억2천만대의 생산 능력에 대비하여 북부 지역으로 몰려들고 있어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생산된 부품 역시 해외 수출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하고 있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완전한 산업 구조가 새롭게 형성되는 과정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와 같은 완제품 위주의 외자 제조업에서 부품산업까지 함께 가져올 수 있는 경제 규모를 달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산업 구조 변화는 핸드폰을 중심으로 한 IT 산업만이 아니며 철강 산업, 석유화학 산업이 뒤를 따르고 있다.

세계의 생산 전략지 베트남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어떤 매력을 느끼고 전세계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이러한 과감한 투자를 벌리고 있는 것일까. 물론 8600만 명의 인구가 만들어 낼 내수와 베트남 정부의 우호적인 협력도 있겠지만 역시 베트남이 지닌 무역 시장 잠재력이 그 중심이다. 베트남은 이미 일본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었으며 현재 유럽 및 한국과도 협상 중이다. 게다가 환태평양 지역의 거대 무역 협정 구조인 TPP(Trans 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경제구조에 있어 일본을 포함한 가입 예상 12개국 중에서 베트남이 유일하게 제조업 중심의 전략적 위치를 보유하고 있다. 한-베 FTA와 유로-베 FTA, 그리고 TPP가 2015년 이전에 발효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베트남은 수 년 내로 역사상 최대의 관세 장벽이 최소화 된 자유 무역 시장을 보유하게 된다.

   또한 지정학적으로 베트남은 미래의 거대 시장인 중국의 코 앞에 있다. 가까운 미래에 중국이 전세계의 공장이 아닌 전세계의 시장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이 시장에 육로로 가장 저렴한 물류비의 공급 가능처는 한반도와 베트남, 그리고 미얀마인데, 산업 인프라가 준비된 곳은 북한이 남한과 통일되기 전에는 베트남이 유일한 존재이다.

   이러한 무역 시장의 잠재력과 함께 아이러니하게도 주요 제조업의 활발한 투자를 유도하게 되었던 것은 2008년 베트남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과 리먼 사태가 맞물리면서 빚어진 위기의식이었다. 2012년 5.03%라는 최악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그 주요 요인에는 내수 감소 및 재정 지출 감소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정부의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내수 증가가 GDP 증가에 기여한 비중은 2010년 10%에서 2011년 4.4%, 그리고 2012년 2.0%로 지속 하락하였으며, 공공지출(Public Spending)의 경우에도 2010년 12.3%에서 2011년 7.2%, 2012년 6.0%로 GDP 기여도가 감소하며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주도하였다. 보통 이 정도이면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날 텐데 그래도 5.03% 성장을 기록한 것은 수출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금년도 베트남의 수출 증가율을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18.6% 실적에서 많이 낮춘 11.8% 정도로 목표하고 있으나 이미 지난 1분기에 19.7%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증산과 노키아의 생산 개시, 그리고 인텔의 칩 풀가동 시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무리 섬유/봉제산업이 유로존과 일본의 부진 지속에 따라 수출 증가가 크지 않더라도 정부의 목표치 이상의 수출 증가율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가늠케 한다. 지난해에도 베트남 정부는 13%를 목표하였으나 실제 성과는 18.6%가 나온바 있다.

   우리가 보통 주식 투자를 할 때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살펴 본다. 기업이 내부 구조조정, 특히 과거 과도한 부채를 줄여나가는 노력(Deleveraging)을 하며 전반적인 수익성(GDP 성장률)은 떨어졌으나 매출(수출)은 뛰어난 성장을 보여 준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선택 대상이 됨이 당연하다. 베트남은 현재 Deleveraging 중이며 국가 부가가치, 즉 수익의 합계인 GDP 성장률은 다소 떨어졌지만 회사의 매출에 해당하는 수출은 전세계 이머징 국가 중에서 최고의 성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투자 대상으로 지목될 수 있는 것이다.


[HANUER Investment & Consulting 대표 한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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