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베트남 생존자의 증언
‘이태원 핼러윈 참사’ 베트남 생존자의 증언
  • 베한타임즈
  • 승인 2022.11.0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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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엉탄쭝(Vuong Thanh Trung)은 바위에 눌린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엄청난 압박 속에서 큰 키 덕분에 겨우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31세의 쭝은 베트남 시간으로 지난 달 29일 토요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핼러윈 압사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이번 참사로 150여명의 숨졌다. 브엉탄쭝은 베트남 매체 VnExpress에 그가 겪은 악몽에 대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당시 상황과 지금 기분을 듣고 싶습니다

"그날 밤은 거의 잠을 못 잤어요. 아침에 뉴스를 읽었을 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살아서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어서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한국에서 경험한 나의 세 번째 핼러윈이었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매년 핼러윈을 기념하기 위해 이태원에 갑니다. 그곳은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소입니다. 핼러윈 기간 동안 특히 붐비지만 늘 사람이 많은 곳입니다.

나는 이태원역에 오후 920분에 도착했습니다. 주변은 호찌민시의 부이비엔거리(Bui Vien)와 비슷하게 술집과 클럽이 많습니다.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벗어나려는데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몰려든 인파로 꼼짝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나는 몸이 밀려 군중 틈에 섞여 골목길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2분 정도 지나자 나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15분 후, 군중은 계속 밀려들었고 나는 벽에 눌려 있었습니다. 20분 정도 숨을 쉴 수 있었지만 압력이 높아지면서 호흡이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큰 바위나 코끼리 밑에 깔려있는 기분이었습니다. 팔과 다리가 저려왔습니다. 움직일 공간이 전혀 없었죠. 가파른 골목길이라 몸이 40도쯤 기울어진 상태였습니다. 맨 앞에 있던 사람들이 넘어져서 몸이 겹겹이 쌓였지만, 맨 뒤에 있던 사람들은 그런 사정을 모르고 계속 밀어붙였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도와줘",  "밀지 마"라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습니다. 뒤쪽 사람들이 왜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고 계속 골목길을 향해 밀고 오는지 궁금했습니다.

30분 정도 지나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던 찰나, 경찰이 도착해 맨 앞 사람들을 끌어내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비탈길에서 쓰러져 몸에 깔려있었습니다.

10분 후, 경찰은 뒤에서 군중을 해산시키려고 시도했습니다. 경찰들은 쓰러진 사람들을 한 명씩 끌어내야 했다.

나는 정면에서 2-3미터 떨어져 있었습니다. 좁고 가파른 골목길은 15m 정도에 불과했다. 많은 사람들이 질식사했습니다. 탈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울고 있었고 경찰들은 구급차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 후에 나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것은 내가 평생 잊지 못할 밤이었습니다.

 

Q. 골목길이 정말 좁고 길이가 15m밖에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몰렸나요?

그 골목에 400~500명이 몰려있었던 것 같아요.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고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아마도 모두 너무 힘들었을 것입니다. 출구는 막혔고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경찰 또한 손을 쓰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골목길 양쪽에는 벽이 있었습니다. 경사가 심해서 사람들은 밀릴 때 쉽게 쓰러졌습니다.

뉴스에서 봤는데 근처 술집에 연예인이 와서 사람들이 그를 보기 위해 골목길로 몰려들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당신의 감정은 어땠나요?

내 키가 179cm입니다. 나는 가로 50cm, 세로 1m 정도의 계단에 섰습니다. 그 계단에 서지 않은 사람들은 앞으로 넘어졌어요. 나는 더 높은 곳에서 벽에 붙어 있어서 다행히 넘어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내가 그곳에서 떨어졌더라면 나 역시 분명히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키가 160cm 정도밖에 되지 않아 숨을 쉴 공간을 찾지 못하는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키가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조금 있었습니다.

군중들이 1~2분마다 앞으로 밀었고 나는 내 몸이 압축기에 눌려있는 것 같았습니다, 뼈는 언제든지 으스러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만약 그 상황이 한 시간만 더 지속되었다면 나는 내 뼈가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기도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사람들의 비명소리도 나를 두렵게 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 여러 번 가봤지만 숨을 쉴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나는 그곳에서 나갈 수만 있다면 가진 모든 돈을 낼 수도 있었습니다. 경찰이 더 늦게 도착했다면 나는 오래 살아남지 못했을 거예요.

Q. 경찰이 도착했을 때 어떻게 그곳을 빠져나갔나요?

경찰을 보았을 때, 나는 그들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믿고 구조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겨우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약 20분 후였습니다. 앞 쪽에서는 불가능했기 때문에 경찰들은 뒤에서 사람들을 해산시켰습니다. 그곳을 빠져나와 보니 많은 여성들이 기절해 있었고 경찰들이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을 빠져나와 조금 진정된 후에, 극도의 피로감을 느꼈습니다.  나는 숨을 돌리기 위해 인도에 몇 분 동안 앉아 있었습니다. 나는 내 남은 인생 동안 그곳에 다시 가지 않을 것입니다.

처음에 내가 현장에서 패닉에 빠지지 않은 이유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Q. 나중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당신은 무엇을 느꼈나요?

집에 와서 사고 당시의 영상을 인터넷으로 보니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왜 그들이 그런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20대와 30대의 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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