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지금 유통업 전쟁 중
베트남은 지금 유통업 전쟁 중
  • 베한타임즈
  • 승인 2014.08.1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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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매각의 이유와 향후 방향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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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기업 베트남 유통업 본격 상륙

지난 8월 6일 베트남에서는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이라고 할 수 있는 큰 사건이 있었다. 바로 메트로 베트남(Metro Vietnam)이 태국기업인 BJC에 5억불로 매각되었다는 발표다. 그 동안 베트남 유통업계에서는 태국기업인 CP가 메트로를 인수하려고 협상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태국기업인 BJC가 인수 한 것이다. BJC는 메트로 뿐만 아니라 이미 베트남에서 일본계 유통기업인 페밀리 마트(Family mart)를 인수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태국 기업이 베트남에 본격적으로 유통업에 상륙하였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까지 베트남의 유통업은 꿉마트(Coop mart)와 하프로 마트(Hapro Mart) 같은 현지 업체와 다국적 기업들의 경쟁체제로 아우러져 있었다. 프랑스계 유통업체인 빅씨(Big C), 독일계 기업인 메트로(Metro), 한국계 기업인 롯데마트(LOTTE Mart), 최근 오픈 한 일본계 이온(AEON)이 각축을 벌이는 전쟁터였다. 여기에 태국계 기업인 BJC가 메트로를 인수하면서 베트남 유통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메트로는 BJC로의 인수가 발표된 다음날 메트로 협력업체들에게 일제히 공문을 보냈다. 내용은 메트로가 BJC그룹에 매각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내용과 함께 메트로의 향후 운영 방식에는 변동이 없으니 지속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해 달라는 당부의 내용이었다. 이를 통해 볼 때 갑작스런 매각이었다기 보다는 사전에 많은 준비가 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메트로 매각이 담고 있는 의미

메트로 매각에는 크게 3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판단된다. 첫 번째는 베트남이 향후 세계 경제의 큰 축이 될 인도차이나 반도의 관문으로써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앞으로 세계에서 남은 시장은 아프리카 대륙과 인도차이나 반도라고 말한다. 인구가 많으며 경제 침체기인 지금도 거의 10%대 가까운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나라들이 모여 있는 곳이 아프리카와 인도차이나 반도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적인 불안과 인프라 등의 해결 내용들이 많이 있다. 태국은 넓게는 인도차이나 반도에 속해 있는 나라라 할 수 있고, 어느 나라보다도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안을 통해 인도차이나 반도의 중심 시장을 베트남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 준 사례라 하겠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관문이 되는 나라인 베트남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태국기업의 미래 포석이 깔려 있는 전략이라고 하겠다.

여기에 중국과 베트남과의 최근에 불거진 불편한 관계도 한몫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베트남은 세계로 수출하는 제조, 생산 기지이지만 이곳에서 생산된 물품들이 베트남 내수 시장에 팔리지는 못한다. 베트남 사람들이 요구하는 가격과 물건의 수준은 아직 낮은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값싼 중국 물건들이 대거로 밀려 들어와 베트남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트남과 중국간의 영토 문제로 인해 무역거래가 차단되는 일이 발생했고, 베트남에서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수출국가가 필요함을 인식했다.

이러한 수입 대체지로 태국이 선택되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베트남에는 태국 상품들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태국의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된 물건들이 베트남 사람들에게 맞는 것이다. 거기에 중국과 같은 정서적 불편함도 없으니 더욱 안성맞춤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인식을 태국 BJC가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두 번째는 베트남 유통업계 지각변동이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베트남에서 유통업계의 인수합병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베트남과 같은 정치 사회 시스템에서는 인수합병이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한계를 갖고 있다. 유통업 운영의 한계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유통기업은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고, 어떤 유통기업은 반대로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다. 얼마나 베트남 고객을 잘 파악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사활이 걸려있는 것이다.

사실상 메트로는 도매업과 소매업을 병행하면서 정체성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아직까지 도매사업이 성공하기에는 이른 시기라는 평가도 많았으며, 특히 메트로에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들이 쇼핑하기가 불편하고, 어린이를 입장시키지 않아 기분 나빠하는 고객들도 많았다고 한다. 메트로의 매출은 최근 들어 굉장히 어려운 추세였다. 새로운 점포 개장이 쉽지 않았고, 매출도 정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BJC로의 매각은 상호간 윈.윈하는 전략이지 않았을까 싶다.

다른 한편으로 유럽기업의 속성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유럽기업인 까르푸가 잘 하다가 갑짜기 한국 기업에게 매각하고 한국에서 손을 떼었고,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유럽기업들은 어느정도 회사가 크면 팔고 나가는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
셋째로는 이제 베트남 유통산업은 정말 전쟁을 방불케 하는 양상을 띠게 되었다는 점이다. 프랑스계 빅씨, 한국계 롯데마트, 러시아계 빈컴, 태국계 메트로, 베트남 현지업체 꼽마트 등 기존업체에, 향후 계획을 살펴보면 미국계 월마트, 한국계 이마트도 곧 개장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트남은 미래 유통 전쟁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바꿔 말하면 베트남 고객들에게는 엄청난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세계적인 경험을 가진 유통업체들이 경쟁을 하면서 품질이 좋아질 것이고, 가격도 합리적으로 형성될 것이며, 특히 서비스 부분의 변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들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선진국 제품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선진국의 다양한 서비스들도 머지않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유통경쟁에 따라 산업에도 영향 미칠 듯

현재 가내 수공업 형태로 이뤄지던 생산이 점점 대량화 되어가고, 대량화에 따른 원가절감 및 품질 균일화가 급속도로 빨라질 것이다. 생산과 소비자의 요구가 엄청나게 늘어남에 따라 그것들을 관리하는 많은 일자리들도 같이 늘어날 것이다. 특히 현재 식품이 재래시장을 기본으로 하여 유통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할인점 등을 통하여 합리적인 소비로 바뀌어 가게 될 것이다. 유통업계 바이어와 지점장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몸값도 급속도로 올라갈 것이다. 유통업계의 위생이나 소비를 관할하는 공무원들의 힘도 점점 세질 것이다.

베트남 유통 시장은 향후 20년 이상의 성장은 기대된다. 단지, 경쟁체제에서 어떻게 생존하느냐가 관건이다. 유통업계에 부는 지각 변동은 어떤 누구에게는 무한한 기회가 될지 모른다. 이곳에 생기는 틈새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윤병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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