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교 25주년의 해. 이제는 ‘문화외교’를 본격화 해야한다
[사설]수교 25주년의 해. 이제는 ‘문화외교’를 본격화 해야한다
  • 김종각 변호사
  • 승인 2017.01.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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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2월 22일 한국과 베트남 간 국교수교가 체결되었으니, 2017년은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12월 25일 호치민시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양국 최고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축하공연이 있었다. 한국의 대표 서예가인 여태명 교수는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 속에 심겨져 있는 호치민 주석의 어록인 "독립과 자유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의 글귀 '독립' '자유' 를 쓰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베트남 관중들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또한 베트남 봉센국립예술단 단원들이 아리랑을 불러주었고, 한국의 성악가들은 베트남 해방을 기념하기 위해 작곡된 ‘호치민의 봄’을 불렀다. 문화 예술로 서로에게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소통과 감동을 만든 공연이었다.

수교 이후 한국과 베트남은 여러분야에서 협력적 노력을 기울여 왔고, 높은 실적과 성과를 거두어왔다. 우선 '정치외교' 측면에서 과거사나 정치 이념적 차이를 성공적으로 해소했다. '경제외교' 적 측면에서는 더욱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무역규모에서 40배 이상 신장시키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하는 동시에 한국은 베트남에서 누적 투자 1위국의 위치를 굳건히 했다. 대한민국에게 베트남은 투자, 무역 등 경제적 거래에서 중국, 미국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국가가 되었다.

2013년 9월 9일 한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쯔엉 떤 상 베트남 주석은 한국을 ‘사돈의 나라’로 표현했다. 양국간 경제적 거리가 돈독해 졌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 거리에서도 밀접한 유대와 공동체적 친근감이 생겼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양국가는 분명 더욱 공고한 경제공동체, 더 나아가 가족 공동체로까지 발전하기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이를 성사시키려면 이질적인 요소들, 갈등적 요소들, 차별적 요소들을 없애고 하나로 통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단계에까지 끌어올려지지 않는다면, 그저 경제적 필요에 의해 일시적으로 뭉쳤다 헤어지는 경제적 파트너로 끝나고 말 것이다. 이런 면에서 중국을 반면교사로 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세계의 굴뚝이었던 중국으로 한국 기업들은 대거 몰려갔다. 이제 한국기업들은 엑소더스(대탈출)를 고민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상인과 중국 상인들이 하나로 융해되고 발전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가면 갈수록 차별적 관계, 이질적 관계로 변모해 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적 이익이 있을 때 합치했다가 그 이해관계가 흐트러지니 서로 갈라서야 하는 구조를 만들었던데 기인한다.

이러한 문제를 회피하고 진정한 공동체, 진정한 사돈의 나라로 발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러한 해결 방법으로 '문화외교적 접근' 을 강조하고 있다. '문화외교' 란 공공외교의 핵심 분야로서 문화, 예술, 학문과 같은 매개체를 통하여 상호이해를 증진시키며,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위상을 높이고 호감을 얻기 위한 일련의 외교적 행위를 말한다. 한국과 브라질, 중국 등 신흥 산업국들의 경우는 국격제고(Nation Branding)의관점에서 문화외교에 많은 관심을 쏟고있다. 과거 후진국 내지는 개도국 이미지를 탈피하고, 첨단기술과 고급문화로 '장식된' 국가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심어주며, 이를 통해 자국 생산품의 가치도 향상시키고자 한다. 스위스, 덴마크, 뉴질랜드 등 이른바 강소국의 경우도 기존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유지, 발전시키려는 목적에서 역시 문화외교에 힘을 쏟는다. 베트남과 한국 간 문화외교적 접근 고민에서 독일의 문화외교 정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은 미국의 '제국 지향적' 이거나 신흥개발국의 '국격 제고' 보다는 일차적으로 이질 문화 간 대화와 소통, 공존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유로 시스템으로 통합되어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언어, 지리 지형, 문화적차이로 분열되어 있는 유럽을 진정으로 융해하고 통합하는 방법은 이 같은 문화적 소통을 통해서 가능해 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베트남을 경험하지 못한 한국 사람들도 베트남의 음식 등 생활 상에 금새 친숙하고 좋아한다. 많은 유사성 때문에 그렇다. 그렇지만, 같은 것 같아도 너무나 다른 것이 한국과 베트남의 생활상이라고 한다. 이같은 차이를 극복하고 해소하는 것은 문화외교적 소통과 공존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그 동안 두 나라가 함께 했던 25년을 통해 많은 발전과 도약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차원을 달리하는 성숙된 접근이 필요하다. 사람으로 말하면 성년이 되었으니 이에 걸맞는 생활 패턴이 요구되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25주년 축하공연을 통해서 문화적 소통의 가능성을 느꼈다. 바로 상대방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해 주며 소통하도록 하면 된다.

이런 의미에서 2017넌은 문화외교의 새 지평을 여는 해가 되길 희망해 본다. 25주년을 맞는 올 해 다양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행사로 ‘호치민 경주엑스포’이다. 일단 행사 규모가 매머드급이다. 행사위원회에 따르면, 행사예산을 100억원 정도로 산정하고 있고, 추가로 국가 지원금 30억원을 요청한 상태라고 한다. 가칭 '호치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 은 옛 바다를 통한 문명교류전이란 주제로 오는 11월 베트남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 맞춰 20~30일간의 일정으로 추진한다. 각국 정상과 많은 관광객들이 엑스포 행사에 참석토록 하기위한 일정으로 구성했으며 베트남 관광성수기도 고려했다.

이러한 대형 문화엑스포를 통해 한국과 베트남이 하나로 소통하는 세로운 문회외교의 출발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단지, 큰 행사를 치렀다는 것으로 끝나서는 그 의미가 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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