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차 밀리고 태국산 인도네시아산 자동차가 몰려온다
한국차 밀리고 태국산 인도네시아산 자동차가 몰려온다
  • 김종각 변호사
  • 승인 2017.03.0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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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국가 간 관세면제 협약에 따라 2018년부터 0%의 관세가 적용된다. 이를 목전에 두고 있는 올 해 아세안국가간 관세면제의 효과가 각 산업 영역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 그 동안 베트남 정부는 아세안국가 간 관세면제가 주는 득실을 점쳐왔었다. 그중 베트남에게 불리하게 예상되는 부분이 자동차 산업이었다. 베트남은 아직 전 공정 완성차를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부품조립 생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반면 아세안 국가 중 태국이나 인도네시아는 벤츠 등을 비롯하여 세계 브랜드 자동차를 전 공정 생산하는 공장들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이들 차량이 무관세로 베트남에 밀려 들어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는 자동차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지만, 현지 자동차 조립공장 등 경쟁업체들에게는 위기로 다가왔다. 또한 오랜시간 자동차 산업 육성 의지를 갖고 지원해 온 베트남 정부 입장으로서도 갈 길이 더욱 험난하게 된 것이다.

지난 1월 한달 간 태국과 인도네시아산 9인승 이하 수입차가 급증하여 그 동안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베트남 관세청에 따르면, 베트남은 1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3,408대의 자동차를 수입해, 9인승 이하 수입차 총액의 62.8%를 차지했다. 이같은 현상은 ASEAN 회원국의 9인승 이하 수입차 관세가 올해부터 40%에서 30%로 인하되어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세안 국가 간 9인승 이하 자동차 수입관세율은 2015년 50%에서 2016년 40%, 2017년 30%, 2018년 0%로 낮아져 태국산, 인도네시아산의 가격 경쟁력이 점차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2018년 관세가 완전 폐지되면 이 같은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 자명하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베트남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ASEAN 내 유일한 국가들이다. 1월 태국은 베트남에 9인승 이하 1,585대, 가격으로치면31백만불어치를 선적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대수로 55%, 금액으로 209% 상승한 수치다. 한편, 인도네시아산 수입차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는데, 1월 1,823대, 35백만불을 수출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10,000불짜리 1대를 수입했을 뿐이었다. 베트남은 1월 총 7,400대의 자동차를 수입했는데, 그 중 5,425대는 9인승 이하로 97백만불이었고, 전년 대비 대수로 121%, 금액으로 92% 증가한 수치다. 이제 ASEAN 국가는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최대 공급자가 되었다. 태국은 2,605대로 선두이며, 인도네시아가 1,823대, 인도가 1,006대로 뒤를 잇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산, 태국산, 중국산이 1~3위 각축을 벌였으나, 이제 한국산과 중국산이 뒤로 밀리게 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1차적으로 현지 조립자동차 판매 회사들에게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판매 가격을 인하하지 않으면, 더 이상 수입 업체 대비 경쟁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몇몇 자동차 조립 업체들은 이미 조립 생산을 중단하고 수입 판매하는 방법으로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 베트남 자동차협회(VAMA)도 관세가 폐지되는 2018년까지 수입차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1월 베트남자동차협회 회원사들은 20,323대를 판매했는데, 전년 대비 13% 하락한 수치이다. 그 중 15,504대가 현지에서 조립되었고,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 하락했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 변화로 한국산 자동차 수출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 2016년 12년동안 유지되어 오던 세계 자동차 수출 '빅3(독일, 일본, 한국)' 에서 멕시코에게 3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세계 경기 침체 현상의 지속으로 신흥개발도상국에서 수입이 저조했던 이유와 함께 값싼 자동차를 생산하는 새로운 강자의 출현 탓이었다. 이로인해 2016년 자동차 수출이 2015년 대비 14.4% 감소세를 보였다. 여기에 1년에 3만대 가깝게 수출했던 베트남 시장마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은 2014년 베트남 자동차 수출에서 1위였으나, 2015년부터는 태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세안국가 간 0% 관세가 적용되는 내년에는 수출 감소가 더욱 뚜렷이 나타날 전망이다.

베트남에서 코리아 브랜드 파워는 전체적으로 아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전세가 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잘 나갈 때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몇년 전 현대자동차는 베트남 1위 자동차 조립생산업체인 타고(Thaco)와 합작을 모색하는 등 베트남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타진했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대부분의 계획들은 중단된 상태다. 이규선 코트라 하노이무역관장은 "베트남에 대한 자동차 수출과 관련, 한국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인 만큼 베트남 내 조립 생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밝힌바 있다. 한국과 베트남간 FTA가 작동하고 있지만, 자동차 일부 부품과 3000cc이상 승용차에만 관세인하 혜택이 있어 아세안 국가간 협정효력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우위를 점했던 코리아 브랜드 효과를 중국본토 기업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듯이 베트남 시장에서는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같은 아세안 국가들에게 자리를 내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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