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베트남 정부는 ‘Start Up’에 집중하는가?
왜 베트남 정부는 ‘Start Up’에 집중하는가?
  • 김종각 변호사
  • 승인 2017.05.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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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6일 하노이에서 소수민족위원회가 주최하는 ‘Start Up’ 행사가 있었다. 소수민족위원회는 베트남 내 53개 민족을 대표하여 구성된 베트남 정부의 특별한 행정부서이다. 위원장은 장관직으로 되어 있다. 53개 민족이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하고 있어 인구 비중으로 보면 소수이다. 하지만,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지정학적 중요성은 대단하다. 중국을 맞대고 있는 최북단에서부터 중부지방, 그리고 캄보디아 국경선에 맞다아 있는 남쪽까지 소수민족들이 국경선에 접해 있는 산간지방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이들에 대한 특별한 정책을 펼쳐왔고, 특히 가난을 극복하고 잘 살수 있는 마을을 형성해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본지가 소수민족과 인연을 갖게 된 것은 4년 전 ‘소수 민족 우수학생 장학금 전달 행사’에 참가하고부터다. 이번 ‘스타트업’행사에도 꼭 와달라는 초청을 받고 무슨 행사인가 궁금했었다. 스타트업 행사라 하여 사실 주로 농촌에 사는 사람들에게 무슨 스타트업일까 하는 생각이 앞섰다. 스타트업이란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생겨난 용어로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벤처기업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제12차 공산당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베트남 새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스타트업 프로젝트’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베트남 정부는 국영 기업 민영화 작업에 집중하는 반면, 아주 규모있고 건강한 거대 국영기업을 육성하여 국가를 지탱하는 중요 산업군으로 자리메김하게 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비나신 사태, 그리고 최근에 불거진 페트로베트남 사태를 통해 이러한 기대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같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하드웨어 중심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치중하는 글로벌 트랜드에 맞게 소규모 아이디어 벤처창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막연히 잘되기를 바라는 기대가 아니라 국운을 건 대도전임을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온라인 광고 시장 규모는 대략 35억불(3.5조원)에서 40억불(4조원)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75% 가량은 세금도 내지 않고 수익을 거둬가는 구글, 페이스북, 유트브가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들어 이 부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들어내기 시작했다. 중국은 페이스북을 차단하고 있는 상태이고, 현지 로컬 기업들이 이들의 역할을 대처하고 있어 오히려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제 베트남 정부도 현지 문화와 정서에 맞는 현지의 구글, 페이스북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대다수는 이미 미국인이 만든 구글, 페이스북의 맛에 적어 있다. 2005년경 구글이 세계의 중요 도서관을 스캔하여 디지털도서관을 만들려고 시도 했을 때 가장 먼저 반기를 들고 협조하지 않은 것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이었다. 그리고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이를 적극 응원하며 프랑스 자체적으로 디지털도서관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그 주된 이유는 만약 프랑스의 중요 도서들이 영어로 번역되어 구글이 만든 디지털도서관에서 활용된다면 프랑스의 언어, 문화가 미국에 의해 식민지화 될 것이라는 위기에서였다.

베트남은 이같은 문화 식민지를 논하기에 앞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베트남 영토에서 아무런 기업적 책임도 지지 않고, 심지어 세금 한푼 안내고 엄청난 금액의 수익을 챙겨간다는 점이다. 베트남의 건강한 온라인 시장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주 불편하고 심각한 장애물인 것이다. 과연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19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 구글의 탄생을 살펴 본다면, 스타트업의 파괴력이 얼마나 놀라운지 깨닫게 된다. 컴퓨터 공학도들이었던 페이지와 브닌이 만든 검색기능의 성공을 기대한 사람은 없었다. 그 당시는 검색기능만 갖고 살아남을 수 없다고 보아 대부분의 온라인 회사들은 포털 사이트로 이동하고 있을 때였기 때문이다. 기울어져가는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으니 당연한 평가였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단순하면서도 빠르고 많은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검색기능에만 매달렸고 결국 해 낸 것이다. 주식투자의 귀재 워렌버핏이 최근 구글주식을 경시하고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까지 했다.

베트남도 페이지와 브린이 태어날 수 있고, 또 국운을 위해 반드시 이같은 인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미래가치에 투자하고자 하는 베트남 정부의 스타트업 정책의 주된 이유인 것이다.

산간 농촌지역에 사는 소수민족에게 무슨 스타트업인가 하고 행사에 참석했지만, 행사를 참석하고 나서 고개를 끄덕이고 왔다. 소수민족 출신 20대 공무원을 이스라엘로 연수 보내 그곳의 유기농야채 재배 기술을 배워 온 것이다. 그리고 시범 재배 단계를 거쳐 집단 농장 체제로 전화하고 있었다. 이제는 시장에 어떻게 판매 유통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 고민하고 있었다. 마침 함께 갔던 롯데마트 점장과 진지한 협력 논의를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다양한 소수민족 출신 기업에서 출범한 식품들 중에 눈길이 가는 제품도 꽤 있었다. 하지만, 스타트업 기업의 생리적 취약점도 있다. 지나치게 새로운 아이디어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이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마케팅할 조직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그중 하나이다. 베트남 정부는 스타트업 기업에게 세제 혜택, 금융지원 등으로 응원하고 있지만, 이것보다 더 본질적인 필요는 네트워킹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간단히 말하면 관련 기업들과 만나 업무 협력을 하도록 구조화 시켜 주는 것이다. 롯데마트와 유기농재배업체와의 만남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네트워킹 시스템을 통해 한국기업과 베트남 스타트업 기업간에 상생 발전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기대를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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