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 구호 시스템이 절실하다
교민 구호 시스템이 절실하다
  • 김종각 변호사
  • 승인 2017.05.31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필자는 작년부터 우연한 인연으로 호치민재난상조회 회원 카톡방에 들어가 있다. 매일같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작게는 날치기 당한 여행객 구호 얘기부터 불의의 사망 사고까지 다양하다. 이전에 전혀 인식하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건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니, 특히 경제적 곤란속에서 중병에 걸려 신음하는 분들의 호소를 들으며 마음이 무거웠다. “아~ 이럴수가”하는 장탄식 밖에 나오지 않았다. 여행객들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일들은 참으로 훈훈한 미담이니 그리 심각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베트남에서 장기 체류하며 사업 실패 등의 이유로 생계의 위협을 당하는 가운데 맞게 되는 중병 질환자들 얘기다.

강성문 상조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이런 환자들이 한 달에 3명 정도는 발생한다고 한다. 현재도 3명의 중환자들이 있다. 최00씨(60세)는 영양결핍과 폐결핵으로 쓰러져 1달간의 입원치료 후 돈이 모두 떨어져 오갈 데 없게 되었다. “눈물을 흘리며 나 좀 살려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딱한 사정을 측은히 여겨 베트남 외과의사와 간호사가 직접 거처를 마련해 주고 치료비와 음식을 지원하며 간호해 주고 있다. 람동성 바오록 종합병원에는 뇌출혈로 쓰러져 반신마비가 된 박00(64세)씨가 치료받고 있다. 치료비가 없는 상황에서 그곳 간호사들이 모금하여 기저귀 등 생필품을 대주고 있다. 호치민시 175군 병원에 입원해 있는 정00씨는 수술비 및 입원치료비 1억 5천만동이 밀려 있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정씨를 돕기 위해 상조위원회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금에 참여하고 있지만 큰 액수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이들도 얼마 전까지는 각자의 사업전선에서 열심히 일하여 왔었다. 최00씨는 10개월 전만해도 커피와 의류를 대만으로 수출하는 조그만 무역업을 하였다고 한다. 박00씨도 바오록 지역 등에서 홍삼 판매를 하였다고 한다. 갑작스런 건강에 위험이 닥쳐오자 이를 지속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충분한 돈이 없었던 것이다. 베트남 거주 한인 중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영세 자영업자들 또한 이 같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권태일 재외한인구조단 단장은 “ 720만 재외동포 중에 사업실패, 사기, 현지법규 위반 등의 이유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신음하는 한인이 20만”에 달한다고 말한다. 강성문 위원장은 “전체 한인 중 약 20%는 생계 곤란 상태에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문제는 이들이 쓰러졌을 때 이들을 구조해 줄 사회적 구호 시스템의 부재이다. 한국이었다면 국가가 마련해 둔 구호 시스템의 작동으로 이들을 구제해 줄 수 있다. 극빈자들에 대한 최저생계비 지원, 의료보험 제도를 통한 치료비 지원 등이 이러한 대표적 사회 구호 시스템이다. 그러나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는 이런 구조적 구호 시스템이 미치지 못한다. 각자가 알아서 자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이들에게 닥친 절망 가운데 오히려 베트남 사람들이 옆을 지켜주고 있다. 천사 같은 이들의 따뜻한 손길에 정말 고마운 마음 그지없다. 하지만, 우리동포들이 스스로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 앞에서 부끄러운 마음을 숨길 수 없다.

한베수교 25주년을 축하하며, 수 십 배로 늘어난 무역 규모와 한국기업들의 투자 순위를 자랑하고 있는 가운데, 기대를 갖고 이주해 왔던 상당 수의 한인들이 제대로 뿌리도 내리지 못한 채 질병과 경제적 곤란으로 신음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국기업들은 앞다투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나름 열심히 베트남 사회를 위해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우선시 되어야 할 부분에 대한 배려가 없었지 않았나 싶다. 바로 우리 동포들을 구호하고 구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느 사회이건 경쟁에서 밀려 생계적 곤란에 이르게 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이는 지극히 당연한 사회현상이다. 이는 각 국가들이 사회복지제도를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외생활은 이러한 국가가 마련해 준 사회구호 시스템의 사각지대가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영토 밖에 벗어나 있는 이유로 대한민국 사회구호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고,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에게 아직 이렇다 할 사회구호 시스템을 마련해 주고 있지 못하다. 그렇게까지 선진적인 제도를 기대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결국 우리들이 우리 스스로 보호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해외에서 성공적인 삶을 개척해 온 민족들의 공통점을 분석해 보면, 이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만든 덕택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디아스포라라 불리며 해외에서 오랫동안 유랑생활을 하며 척박한 삶을 개척해야 했던 유대인들은 어떻게 스스로를 지켰는가?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애서 화교 상권을 장악하며 부강한 차이나 타운을 형성했던 중국인들은 어떻게 자신들을 보호하고 지켜왔는가? 바로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작은 정부같은 세포조직을 운영했던 덕분이다. 호치민시 10군은 예로부터 중국인들이 모여 살았던 차이나 타운이다. 아직도 그 흔적이 여러곳에 남아 있다. 10군에 가면 호치민 시에 거주했던 중국인들이 1800년대 지은 목조 기와 건물이 있다. 건물 현판에 보면 會館(회관)이라고 쓰여 있다. 조상들의 위패를 모시고 함께 제사를 지내며, 마을 사람들이 모여 온갖 대소사를 관장했던 공통체의 중심이었다. 이곳을 통해 중국인들은 함께 뭉쳤고, 서로 상부상조하는 구호 시스템을 구축했던 것이다. 이렇게 형성던 커뮤니티는 현지인들을 뛰어넘는 사회 경쟁력을 갖게 했고, 약자들이 도태되는 것을 방지했던 것이다. 미국에 사는 유대인들은 현재 약 400개의 커뮤니티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들어나 있다.이는 작은 복지국가라 일컬어지며, 다음 세대에 유대인 정체성과 문화를 전수하는 역활도 하고 있다.

건강하고 윤택하며 미래 세대까지 생각하는 한인 커뮤니티 형성을 위해 감히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 싶다.

1.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활동(CSR)에 한인사회 약자 보호에 대한 부분도 포함시키도록 합시다.

2. 구호기금 형성과 운영에 대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교민개개인들도 이에 정성껏 동참합시다.

3. 저희 베한타임즈도 이 캠페인의 홍보와 동참을 이끌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