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젊은이들의 대이동
베트남 젊은이들의 대이동
  • 김종각 변호사
  • 승인 2017.06.28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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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6일자 조선일보에 “日빈집 820만채… 젊은 간병인 없어 베트남서 1만명 수입”이란 기사가 실렸다. 일본은 10년째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한때 1억 3000만명에 육박하던 인구가 지금은 1억 2700만명이다. 이 추세로 가면 2048년에 1억 선이 무너지고, 2060년 8700만명이 된다. 1953년 일본 인구가 그 정도였다. 일본 인구문제연구소는 “ 한 나라 인구가 한 세기 전 수준으로 축소되는 사상 초유의 현상”이라고 표현했다. 야베정부는 어떻게든 1억 인구를 유지하면서 전 국민이 뛰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1억 총활약” 운동을 펼쳐왔다.

일본 정부는 지난 9일 각료회의를 통해 ‘새로운 간병 시스템 구축’을 국정 목표로 삼기로 했다. 노부모를 돌보느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이미 한 해 10만명이나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간병할테니 국민은 일해라’ 라는 메세지이다. 그리고 부족한 간병인을 충원하기 위한 방편으로 젊은 청년의 나라 베트남을 택했다.

우선 1차적으로 올 11월에 베트남에서 1만명의 간병인을 데려가겠다는 결정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잘 받지 않던 일본이 이례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그 덕분에 베트남 젊은이들에게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현재 호치민에 위치한 모 직업전문학교는 일본으로 파송할 간병인을 양성하는 과정을 준비중에 있다고 했다.

이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문제로 몸살을 알고 있다. 지난해부터 뿌리산업진흥과첨단화에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금형(金型), 주조(鑄造), 소성가공(塑性加工), 용접, 표면처리와 같이 제조업 전반에 걸쳐 요구되는 공정기술 분야를 육성해야 하는데, 한국 청년들은 이를 3D업종으로 기피하니 해결방안으로 외국인 청년을 불러들이자는 정책이 이 법률에 포함되어 있다.

1차적으로 이런분야 기술교육에 특화된 대학들을 선발하여 뿌리산업진흥대학교로 위촉하고, 이 대학에서 외국청년들을 좋은 유학조건으로 선발하여 교육시키자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이 학생들에게 뿌리산업에 관련된 직장을 알선해 주고, 성공적으로 직장생활을 유지하면 궁극적으로는 영주권을 주어 대한민국 국민처럼 대우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영주권 제도에 대해서는 내용이 구체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이미 이 제도에 따라 위촉된 대학들은 베트남 청년을 비롯하여 동남아시아에서 학생들을 선발하여 유치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베트남 청년들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다고 한다.

선진국형 국가들의 공통적인 사회문제는 노령인구 증가와 인구 감소이다. 이를 해결하는 사회정책도 국가마다 갖가지이다. 독일같은 경우 이민을 받아들이는 정책을 써 왔다. 과거에는 주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해 주는 터키인들을 받아들였다. 최근에는 시리아 난민 등을 받고 있다. 하지만, 독일은 사회 시스템을 통해 철저하게 자국민과 이주민을 차별대우해 왔다.독일에 사는 터키인들은 독일인들이 하기 싫어하는 노동을 제공하지만 독일인들과 구분된 삶을 살아야 했다. 심지어 학교교육도 독일인과 섞이어 받지 못했다. 독일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기회가 닫혀진 채 단지 터키에서보단 더 나은 급여를 받으며 안정되게 살 수 있다는 조건 하나 때문에 사회적 천대를 감수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주 터키인으로 독일의 간판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되어 활약하고 있는 메수트 외질(영국 아스널 소속)의 경우와 같이 우수한 터키인들이 독일사회에서 돋보이는 존재감을 나타내며 오히려 독일을 더욱 빛내고 있다.

일본은 이민정책을 거부하며, 단지 해외의 젊은 청년들을 유학제도를 통해 유입하고 있다. 최근 서울에는 일본에서 직장을 구하는 것을 전제로 한 일본전문대학 유학만 알선해 주는 전문업체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일본의 전문대학에서 전문 기술을 습득하는 동안 일본어를 터득하게 되고 일본문화를 이해한 해외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주어 부족한 청년 노동력을 채우겠다는 정책이다.

풀뿌리산업진흥과첨단화에관한 법률을 통해서 펼치고자 하는 우리나라 정책도 일본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베트남은 매년 100만명의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30대 미만의 젊은층이 인구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황금 인구층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이 노후화된 노동력을 베트남의 젊은 노동력으로 개선하려는 정책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베트남의 젊은 노동력이 한국 경제에 새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힌트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동시에 베트남 청년들에게도 새로운 희망과 기회가 될 것이다.

이제 세계는 자국민의 우수성에만 연연해서는 결코 세계를 앞서는 경쟁력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한민족이라는 순수성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시대는 지났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젊은 해외 노동력을 노후화되고 쇠락해 가는 노동력 개선에 어떻게 유용하게 이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 고민을 잘 푸는 국가가 앞서갈 것이며, 싱싱한 경제를 계속 유지하게 될 것이다.

급속히 노령화 해 가는 한국사회를 베트남의 청년층이 새롭게 지탱해 주는 힘이 될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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