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기업의 생존 전략은?
2위 기업의 생존 전략은?
  • 김종각 변호사
  • 승인 2017.07.0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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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펩시코에 입사해 2006년 CEO가 된 뒤, 위기에 직면한 펩시코를 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펩시의 최고경영자(CEO, 현재 회장) 인드라 누이(Indra Nooyi)에 대해 내린 평가다. 그녀는 인도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학교육까지 인도에서 받았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다 1978년 미국에 건너와 2년간 예일대학에서 MBA를 마치고 미국에서 새로운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펩시의 CEO였던 웨인 칼로웨이(Wayne Calloway)의 강력한 스카웃 제의에 의해 1994년 펩시에 입사하게 되었고, 그 후 12년만에 CEO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강렬한 커리어 우먼 인드라 누이를 2010, 2011년 포춘지는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경제인 50인’에 선정하였다.

그녀를 이처럼 탄탄대로로 성공시킨 요인은 무엇인가? 펩시에서 그녀만이 감지했던 탁월한 미래 예측과 어머니 같은 자상함이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그녀는 1990년대 후반에 이미 탄산음료의 퇴락을 예측하였고, 그 대안으로 건강음료 및 식품 분야로 생산라인을 다각화 시키는데 힘썼다. 그리고 바쁜 와중에서도 직원들 가족들에게까지 친필로 편지를 쓰며 애경사를 챙겨주는 감동의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그녀의 이같은 독특한 경영 수완으로 100년 동안 만년 2위 자리에 머물던 펩시는 드디어 미국시장 1위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버핏이 극찬했던 주식 코카콜라. 그는 코카콜라를 지목하며 “나는 이 회사의 주식은 평생 팔지 않을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미국인이 100년 넘게 물보다 더 많이 마시고 있는 코카콜라에 대한 버핏의 평가는 너무나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그의 예측은 빗나가고 있다. 코카콜라는 올해들어 131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매출이 4년 연속 감소하며 주가가치도 동반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출구를 찾기 위해 심지어 콜라 사업을 사실상 포기하고 탈(脫) ‘탄산음료를 선언’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본사 직원 중심으로 1,200명을 감축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본사 직원의20%에 해당하는 수이다.

콜라는 성분만 놓고 보면 99%의 설탕물과 1%의 ‘비밀성분’을 섞은 음료에 불과하지만 그 이상의 문화적 의미를 지닌 상품이었다. 1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많은 브랜드들처럼 선발주자였던 코카콜라와 후발 업체인 펩시 간에 100년 넘는 경쟁을 벌여왔었다. 이제 만년 2위 펩시가 코카콜라의 아성을 물리치고 1위 자리를 차지하는 듯 싶다. 2위 기업의 승전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펩시를 통해 엿보기로 하자.

첫째,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1980년 신발업계 강자로 부상한 리복은 미국시장에서 당대 최고 1위업체인 나이키에 도전장을 내걸었다. 1989년경에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박빙의 승부까지 갔었다. 하지만, 핵심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산만하게 사업을 확장해 나가던 리복은 결국 동력을 잃게되고 추락하다 2006년 아디다스에 매각되고 말았다. 지나친 경쟁의식과 섣부른 승부가 부른 화이다. 반면 세계 스포츠 브랜드에서 나이키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던 아디다스는 나이키와의 정면 승부를 피하며 자기만의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 점유력을 키워갔다.

베트남 진출에서 항상 잊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참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위용을 자랑했던 강자들조차도 이곳으로 입성하는 순간 현지기업, 현지 브랜드에 밀려 있는 2위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겸손히 낮은 자세로 베트남 시장의 생리를 익혀가며 한 걸음 한 걸음 내성을 키우다 보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는 시장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강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자”임을 명심하자.

둘째, 세상이 움직이는 대세를 읽어내는 안목이 요구된다. 대세란 거센 물결과 같아 이를 거슬러 올라가려는 전략을 짜는 자는 반드시 패자가 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콜라에 들어있는 카페인 성분에 대한 문제 제기는 1900년대 초에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객관적 검증에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탄산음료의 유해, 특히 99%의 설탕물인 콜라는 비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이러한 대세에 따라 콜라는 정크푸드로 분류되었고, 비만과의 전쟁에서 주범이 되었다. 2011년 핀라드에서 설탕세를 도입한 이래 멕시코, 미국 등이 이에 동참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필라델피아에서는 온스당 1.5센트의 탄산음료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대세의 흐름은 오래전에 감지되었지만 대부분의 CEO들은 이를 간과했다. 그러나 인디아 누이는 이를 예민하게 간파했고 회사 경영에 적용하여 펩시를 구원한 것이다. 현재 펩시의 전체 매출에서 콜라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이하이다. 결국 75%이상의 매출을 건강음료 및 기타 식품이 차지하도록 관리함으로 미래의 위험을 회피하고 기업의 확장을 기했던 것이다.

중국역사에서 중심부의 강국이 천하를 통일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항상 변방의 약소국이 천하를 통일했다고 한다. 첫번째 중국통일을 이루었던 진나라도 마찬가지 예였다. 강자의 교만함은 항상 패망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반대로 약자로 지내는 설음은 항상 절치부심하고 와신상담하게 했고, 살아남는 처신에 능하게 했으며, 세력을 키우기 위해 전략을 짜게 했다.

베트남 시장을 어렵다고만 푸념할 필요가 없다. 시간이 필요하고, 대세의 흐름을 지켜보며 기회를 살펴야 한다. 100년 이상 만년 2위로 지내왔던 펩시가 1위로 등극한 저력을 통해 베트남에서의 생존전략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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