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 문화 축제 거리’ 조성을 위한 제언
’한베 문화 축제 거리’ 조성을 위한 제언
  • 김종각 변호사
  • 승인 2017.09.27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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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시는 지난 8월 20일부터 여행자 거리로 알려진 부이비엔(Bui Vien)거리에 토요일, 일요일 차량(오토바이 포함)이 다니지 않는 보행자 전용 거리를 조성했다. 차량이 통제되는 시간은 저녁 7시부터 새벽2시까지이다. 이 시간 거리는 문화 이벤트로 떠들썩하게 되고, 인근 주민들은 노점상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호치민시가 이같은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관광객들에게 더욱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호치민 시민들에게는 더욱 수준 높은 문화적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노이 문화관광체육청도 관광 명소인 환끼엠(Hoan Kiem) 호수 주변 도로들을 문화이벤트 거리로 조성하고자 하는 고민을 최근들어 하고 있다. 거리에서 느껴지는 풍경은 그 도시의 삶의 척도를 가장 쉽게 피부로 느끼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 도시들을 찾고 사랑하는 것은 바로 고풍스럽고 우아하면서도 흥겨움으로 가득차 있는 거리의 모습 때문이다.

필자는 프라하를 2002년 여름에 처음 갔었고, 13년이 지난 2015년 여름에 다시 갔었다. 처음에는 온통 도시 건물들이 중세시대 지어져 있는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 같다는 분위기에 감동했다. 하지만, 두 번째 갔을 때는 문화 이벤트로 가득차 있는 거리에 반했다. 모든 거리는 볼거리, 먹을거리, 들을거리로 가득차 있었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팔아도 유쾌한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오랜시간 기다리면서도 짜증을 내기 보다는 퍼포먼스를 지켜보며 넋놓고 즐기고 있었다.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 화랑인가 싶어 들어가 보면, 삼삼오오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누는 까페이고, 거리의 악사들은 정말 수준높은 연주실력을 뽐냈다.

아름다운 음악에 감동한 관광객들은 연주자 앞에 놓인 바구니에 동전을 넣어주며 박수를 보내고, 바디페인팅하는 사람들이 거리 곳곳에서 마치 예쁘게 치장해 놓은 인형들처럼 우뚝 우뚝 서 있었다. 이런 거리를 지나면서 사람들은 예술을 즐기고, 자유를 만끽하며 찌들었던 노동에서 해방되는 힐링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언제가부터 도시의 거리들이 이같은 문화 이벤트 장소로 변모해 가는 모습을 경험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청계천 거리이다. 흉물스럽게 서 있었던 고가도로가 사라지고, 잔잔히 흐르는 시냇길이 조성되고, 그 주변으로 다양한 문화 이벤트들이 생겨난 것이다. 이에따라 청계천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한층 밝아지고 유쾌해져 보이는 것이다.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해왔던 베트남도 이제 문화 요소에 신경쓰는 분위기다. 그런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은 바로 도시 거리의 모습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에서이다. 이 즈음에 필자는 한베 문화의 거리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해 본다. 베트남이 가장 강한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바람일 뿐이다. 바람은 스쳐지나는 것이지 영속적이지 않다. 이를 지속적으로 베트남에 토착화 하는 것은 거리문화 같은 인프라 조성을 통해서 가능하다. TV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 K POP 공연을 듣는 것, 이런 것들은 그저 경험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거리 문화는 스쳐지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의 생활로 고착화 되는 것이다. 만약 한베문화 거리에서 사물놀이가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베트남 시민들이 그 흥겨움을 일상으로 듣게 된다면 이는 더 이상 한국의 사물놀이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 사람들의 음악으로 변모 될 것이다. 한국이나 베트남이 전통악기처럼 말하는 것들은 사실 대부분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오랜 시간 듣고 즐기고 연주하면서 우리 것으로 만든 것이다. 그 기원이 중국이라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문화들이 베트남에 와서 토착화 되는 것은 베트남 문화를 더욱 풍요롭고 다채롭게 할 것이다.

또한 한베문화의 거리가 조성된다면 당연히 베트남 문화 요소들도 거리로 등단할 것이다. 그것이 패션이 되었든, 민속춤이 되었든, 악기가 되었든 상관없다. 그리고 때론 한국 문화 이벤트와 자웅을 겨루면서 경쟁적 발전을 기하게 될 것이다.

이런 거리 한마당 축제는 두 나라의 거리를 좁히고 결국 하나로 소통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베트남에 흥겨운 볼거리, 풍부한 먹을거리, 아름다운 들을거리가 넘쳐나는 거리가 곳곳에 조성된다면 관광객이 몰릴 것은 뻔한 이치이다.

문제는 이같은 거리 조성은 정책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민간이 아무리 희망한다고 해도 법으로 차량을 통제하고, 거리에서 노점상들이 통제받지 않고 자유로이 물건을 팔수 있도록 해 주지 않는다면 실현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가 미래 국가 발전을 위해 한베 문화 거리 조성을 해 주길 요청하고 희망해 본다.

또한 한국정부도 같이 호응해 주어야 한다. 사실 이런 거리 조성을 위한 정책이 수립되었다고 하더라도 문화 거리 조성 인프라 비용을 누가 낼 것인가? 이것은 돈을 버는 비즈니스가 전제된 것이 아니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일이기에 정부의 후원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예를 들어 한국 문체부는 한베 문화의 거리에서 공연할 공연자들을 후원하고, 한국관광공사는 한국을 소개하는 문화 컨텐츠를 형성해 주어야 하고, 지자체들은 기업들이 특산품 판매, 홍보를 이곳에서 할 수 있도록 부스를 열어 후원해야 한다. 결국 이것은 단지 후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체부, 관광공사, 지자체가 그토록 희망하는 목적을 이루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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