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의료 시장에 대한 기대감, 과연 실현할 수 있을가?
베트남 의료 시장에 대한 기대감, 과연 실현할 수 있을가?
  • 김종각 변호사
  • 승인 2017.10.11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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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컨설팅업체 PWC(PriceWaterhouseCoopers)의 가장 최근(2014년) 발표 수치에 따르면, 베트남 국민은 1년에 120억불(13조5천억원 상당)에 해당하는 의료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용은 베트남 전체 GDP의 약 6.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비 지출은 전체 GDP의 6.9%에 해당하며, OECD 국가들 평균 의료비 지출은 GDP의 8.9%에 해당하고 있다. 한국의 전체 GDP가 베트남보다 10배 가깝게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베트남 국민 전체의 의료비 지출 규모는 한국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할 수 있다. 병원 등 의료관련 비즈니스도 쉽게 표현하면, 10:1 정도의 규모라고 보면 될 것이다.

하지만, 1억명에 가까운 인구와 7% 가까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감안하면 베트남은 분명 매력적인 의료시장을 갖고 있다. 선진국 유럽 정상들이 베트남을 방문할 때마다 빼놓치 않고 의료분야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의료시장의 미래가치를 눈치챌 수 있다. 특히, 의료기기 생산 선진국인 이스라엘은 이 분야를 가장 강조하며 진출을 갈망하고 있는 국가이다. 현재 이들 선진 국가들은 베트남 의료 시장의 미래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있으며, 그 시장이 만개하기 전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그 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의료분야를 시장 진출 또는 개척의 관점보다는 후원적 관점에서 ODA 자금으로 종합병원을 지어주는 정도의 관심사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예외적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의 주요 5대 병원들의 해외진출 지원 프로젝트가 가동되었을 때 베트남이 후보군에 끼어 사업타당성이 조사된 바가 있었다. 사업타당성 조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의 평가에 따르면, 국제종합병원을 설립했을 때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내려졌다. 현저히 낮은 수준의 의료비 지출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국제병원 브랜드에 걸맞는 유능한 의사를 유치하여 운영할 모델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대형 병원들이 바쁘게 베트남을 찾고 있다. 지난 9월 20~24일에는 충북대학병원이 빈증성에 있는 베카멕스종합병원과 협약식을 체결했다. 오는 19일에는 경희대학병원이 호치민시의과대학병원과 협약식을 체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해부터 화상진료 프로젝트를 호치민에서 시행중에 있다.

이러한 한국 병원들의 베트남 진출은 미래가치를 갖고 있는 의료시장에 진입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는 점과 15만 교민들에게 선진 의료 시스템에 접근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허나 우려가 있다. 첫째, 이러한 협약들이 단순한 MOU 협약에 그칠 소지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MOU 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협약으로 맺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하여 상대방에게 강제적으로 요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서로의 협약 이행 노력이 느슨하고 주요 관심사로 집중시켜 나갈 수 없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런 의례적인 MOU협약으로는 미래가치를 내것으로 만들기는 힘들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중, 장기적인 사업 계획이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베트남 의료시장의 현주소는 아주 낮은 점수를 부여할 수 빆에 없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아직 비싼 의료비를 지출할 개인들의 재정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전에 한국 병원들의 베트남 진출이 실패로 돌아간 몇 건의 사례들이 있었다. 환자 수 등 수치적으로 보면, 상당한 수익성을 갖고 있는 듯 하나, 현실은 그렇치 않았음을 말해준 경우이다.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하는 시장인 만큼 상당한 기간 어려움을 감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의료시장의 특이성이다. 단순히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돈이 우선이 아니라 생명 우선의 정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롱안에 있는 세계로병원을 들고 쉽다. 병원은 가난한 베트남 농촌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호치민시가 아닌 시골에 위치해 있다. 환자들의 상당수가 극빈자들이기에 수익을 말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 상당한 존경을 받아가며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윤에 바탕하지 않고, 생명존중이라는 본연의 자세를 견지했기 때문이라 보여진다. 세브란스병원 등 한국의 대형 병원들의 과거 설립목적이 바로 생명존중이라는 공익적 정신에 바탕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사업적으로도 막대한 성공을 거두고 있지 않은가?

베트남은 바이오, 메디컬의 미래시장이다. 하지만 ‘씨를 뿌리고 물을 주어야 열매가 맺힌다’는 지극히 단순한 자연적 이치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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