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ㆍ한국 손 맞잡고 아시아 미래 이끈다
베트남ㆍ한국 손 맞잡고 아시아 미래 이끈다
  • 베한타임즈
  • 승인 2017.11.15 1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베트남의 다낭을 내가 방문한 것은 2005년 10월초였다. 당시 나는 한국기자협회(Journalist Association of Korea) 회장으로 베트남기자협회(Vietnam Journalists Association)와의 연례 정기교류의 일환으로 한국의 리더십 있고 경험 많은 기자 10명으로 구성된 방문단을 인솔해 다낭을 방문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와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 하롱베이에 이어 세 번째로 방문한 도시가 다낭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 일행을 놀라게 한 게 있었다. 바로 도로가 왕복 8차선으로 넓게 트여있는 것이었다. 더구나 도로에는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았다. 나는 차도 별로 없는데 그토록 넓은 도로를 만든 이유가 궁금했다. 당시 다낭시의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차량이 별로 없지만, 언젠가는 이 도로가 이용 차량들로 줄을 잇게 될 것이다.”

그렇다. 10년 20년 100년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을 시행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일행에게 “베트남의 미래는 놀랄만큼 밝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당시 동행한 한국기자들 역시 모두 내 말에 동의했다. 다낭에 이어 호이안 방문을 마친 일행은 마지막 방문지인 호치민으로 국내선 비행기로 이동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공항에 50대 후반의 베트남 여기자 3-4명이 한국기자들을 마중 나와 있었다. 손마다 꽃을 들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Nguyen Thi Hang Nga다. 호치민기자협회 회장으로 베트남기자협회 집행위원과 현직 국회의원을 겸하고 있었다. 응우옌 회장은 한달 뒤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기자협회 총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베트남 기자들은 기사를 쓸 때 펜에 잉크가 아니라 핏방울을 묻혀 쓰는 심정으로 기사를 씁니다. 피 한방울 한방울이 자유와 번영 그리고 평화를 이루는 길이라는 신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베트남 기자들입니다.”

베트남은 오랜 역사를 통해 수많은 전쟁을 겪어야 했다. 특히 2차대전 이후 30년간의 길고 비참한 전쟁을 겪은 베트남은 어느 국민보다 자유와 평화를 절실히 갈망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피와 땀과 눈물로 전쟁의 참화를 극복하고 지금 평화와 번영을 이어가고 있다.

다낭은 피비린내 나는 전투 장소였다. 이곳에서 각국의 최고지도자들이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지혜와 대화의 광장’으로 변신했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다낭뿐 아니라 베트남 전국의 놀라운 변화는 어쩌면 내가 2002년 이후 5차례 이상 베트남을 방문하기 오래 전부터 이미 예고돼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베트남 기자들은 이같은 말을 자주 들려줬다. “우리에게 베트남엔 2개의 창이 있다. 하나는 과거를 되돌아 보는 창, 다른 하나는 미래를 내다보는 창, 그 두 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과거의 창’은 닫아놓고 있다. 미래로 나가기에도 바쁜데 언제 과거를 되돌아 보겠는가? 우리나라가 발전이 되고 국민들이 모두 행복해질 때 그때 과거의 창을 열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한국과 베트남은 동족끼리 전쟁을 한 묘한 인연을 갖고 있다. 그리고 베트남전에서는 적으로 맞서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두 나라는 전쟁의 뼈아픈 상처를 극복하고 가장 좋은 우방으로 아시아의 공통의 이익과 질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위치에 올라서있다.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미래의 비전과 꿈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을 이끌어 낼 것이라 믿는 것은 양국이 이같은 상처를 극복한 경험과 열정을 똑같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 최대 격전지 다낭 시민과 베트남 국민들이 자유ㆍ평화ㆍ번영을 갈망하는 전 세계 인류의 아름답고 영원한 친구가 되리라는 바람과 믿음 또한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아시아기자협회장 이상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