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베트남 축구가 보여 준 두 가지 시그널
[사설] 베트남 축구가 보여 준 두 가지 시그널
  • 김종각 변호사
  • 승인 2018.01.3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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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베트남과 카타르가 준결승전을 하는 날 공교롭게도 하노이에 출장을 갔다. 베트남통신사 사무실에 들어가니 여기 저기서 탄성들이 나오고, 업무 미팅을 하기로 한 소수민족지 편집장도 텔레비전에 주목하느라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이날 베트남 통신사의 모든 직원들은 텔레비전 앞에 모여 있었고, 급기야 만세 소리가 터졌다.

경기가 끝나고 저녁 식사를 위해 이동해야 하는데, 택시를 잡을 수 없었다. 택시들은 베트남 국기를 흔들며 지나갈 뿐 손님을 태우려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과 경적 소리로 인해 거리는 온통 흥겨움으로 출렁였다. 같이 거리를 걸어가는 소수민족지 편집장도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며 거리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베트남에 온지 11년째 이렇게 흥겨워하고 즐거워 하는 분위기는 처음보는 것 같다. 2002년 한국 월드컵때 서울 거리에서 느꼈던 분위기 그대로다. 박항서 감독 덕분에 한국인에 대한 태도도 더욱 친근하고 따뜻해 진 것 같다. 거리를 지나는 필자에게도 “한꿕”이라며 친근한 말을 건네려했다. 베트남 축구선수와 함께 한 한국인 감독 덕분에 베트남 축구의 기적이 우리에게도 아주 기분좋은 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필자는 이것은 단순한 축구경기의 승리와 환희가 아니라 우리에게 주는 시그널, 곧 중요한 상징성이 있다고 느껴진다.

그 하나는 베트남의 국운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스포츠와 함께 걸어 온 시간대를 보면 대한민국 발전과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가 스포츠 역사에 그대로 뭍어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가장 왕성하게 경제발전 토대를 닦던 70년대 중반 몬트리올 올림픽(1976)에서 양정모 선수가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땄다. 한 개인의 영광이기에 앞서 국민 모두에게 자신감을 불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이 여세를 몰아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올림픽을 유치하는 저력을 만들 수 있었다. 이즈음 한국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하여 반도체 분야가 수출 1위 품목으로 올라서며 세계 첨단산업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1983년 반도체 산업을 선포했을 때만 해도 대부분 회의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스포츠와 함께 형성된 국민적 자신감이 이 어려운 바늘구멍을 통과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1997년 IMF의 어려운 고통을 지날 때 유일하게 희열과 함께 새 희망을 불어넣어준 것은 박찬호의 승전보였다. LA다저스에서 뛰던 박찬호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모든이의 시선이 텔레비전을 향했다. 필자는 야구 경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고시공부에 찌든 상황에서 박찬호가 던지는 볼 하나 하나에 주목하며 같이 손에 힘을 주었던 때를 기억한다. 이 당시 갑짜기 신데렐라처럼 나타난 박세리의 LPGA 승리도 대단한 환희였다. 우리 국민이 야구와 골프를 좋아하는 팬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고통스런 분위기에서 유일하게 희망을 선사하는 시그널이었기 때문이었다. 2002년의 월드컵은 우리에게 환희 그 자체였으며,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완전한 자신감이었다.

이제 베트남이 그러한 새 희망의 대열에 들어섰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베트남이 그토록 열망하던 올림픽에서 2016년 드디어 금메달을 땄다. 그리고 2018년 새해 축구에서 새 역사를 쓰고있다. 이것은 그 동안 베트남이 개방 경제와 함께 추구해 온 발전의 힘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하게 해 주는 좌표라고 생각된다. 베트남의 국운이 뻣어가고 있다는 시그널인 것이다. 과거 우리가 스포츠를 통해 나라 발전의 정도가 표현되었듯이 말이다.

이보다 더욱 기분좋게 하는 시그널은 한국과 베트남이 함께 하면 일이 된다는 것이다. 태권도가 베트남에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 1순위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격에서 금메달이 나왔다. 금메달리스트 호앙쑤언빈은 “자신을 지도했던 박충건 감독으로 말미암아 가능했다”고 그 공과를 돌렸다.

이번 베트남 축구의 기적은 박항서 감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 받고 있다. 베트남 메스컴에서는 연일 박 감독 칭찬하기에 바쁘다. 베트남에서 10년 가깝게 신문을 발행하면서 이토록 한 외국인을 치켜세우며 보도하는 걸 보지 못했다. 수상이 직접 친서를 보내고 기업들은 감사의 표를 하기 정신없다. 정말 너무나 기쁜가보다.

필자는 평상시 베트남 인사들을 만날때마다 베트남이 갖고 있는 저력은 외부 에너지의 도움을 받아 꽃을 피울 수 있다고 말하며, 베트남에 도움이 되는 가장 바람직한 외부 에너지는 대한민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베트남 축구의 기적이 개인적으로 반가운 것은 필자의 지론이 맞다는 것을 가장 쉽게 베트남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에게는 베트남은 새로운 희망과 기쁨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서로 궁합이 맞다는 것이다. 소수민족지 편집장도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양국간 더욱 폭넓고 깊이있게 협력하는 조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더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교류의 창이 필요함을 강조하곤 했다. 중국 변방에서 오랫 역사 동안 설움과 고통을 받아왔던 동병상련의 두 나라가 이제 하나가 되어 새 역사를 쓰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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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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