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마존, 신흥시장 베트남에서 상생정책 가능한가?
[사설] 아마존, 신흥시장 베트남에서 상생정책 가능한가?
  • 김종각 변호사
  • 승인 2018.03.2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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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4일 하노이에서 열린 ‘베트남온라인비즈니스포럼 2018’에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베트남전자상거래협회(VECOM)와 제휴하여 베트남의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VECOM은 140여 개 온라인 쇼핑 업체를 회원으로 보유한 베트남 최대의 전자상거래 단체다. 이번 제휴로 아마존의 베트남 오픈마켓 서비스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베트남 업체가 많이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베트남 중소업체들이 아마존 네트워크를 이용해 자국이나 해외에 물건을 팔 수 있도록 돕겠다는 '글로벌셀링' 경제철학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중국의 알리바바가 순식간에 시장을 넓히는데 사용했던 캐치프레이즈와 닮아 있는 듯하다.

세계시장 개척과 마케팅에 약점을 가진 베트남 중소업체들이 온라인 마켓 최강자인 아마존과 상생 공존한다면 가장 이상적인 협업이 될 것이란 건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마존이 베트남 진출을 선언하던 지난 14일 같은 날 70년 역사를 자랑하던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 토이저러스가 기업회생에서 실패하고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세계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꿈을 선사해 왔던 탄탄기업 토이저러스가 왜 갑자기 망하게 되었는가? 그 단초는 2000년 아마존과의 잘못된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2000년 토이저러스는 아마존에 10년간 온라인 판매 독점권을 부여해 주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 후 한동안 토이저러스의 매출은 신장되었고, 토이저러스가 윈(win)하는 듯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다른 장난감업체와도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토이저러스의 판매는 급감하게 되었고, 2006년 소송을 통해 계약을 해지했지만, 이미 아마존은 장난감 판매 시장을 석권한 뒤였고 때는 늦어버렸다.

토이저러스의 안타까운 희생은 아마존의 포식 망에 걸려 들은 27번째 기업에 해당할 뿐이었다. 지난해에는 미국 최대 스포츠용품 체인점 ‘스포츠 오써리티(Sports Authority)가 아마존에 희생당해 사라졌고, 미국의 대표 백화점 브랜드인 시어스(Sear’s)도 지난해 1월 39개 매장을 폐점하기에 이르렀다.

아마존의 이 같은 포식성은 설립 초부터 생래적으로 가지고 있던 특성이었다. 1994년 제프 베조스가 자신의 차고에서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소위 ‘가젤 프로젝트 전략’으로 제국이 됐다. 가젤 프로젝트는 아마존 설립 초기 베조스가 “치타가 병약한 가젤의 뒤를 쫓는 것처럼 아마존은 영세 출판사를 공략해야 한다”고 말한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 쓰러트리고 싶은 경쟁업체의 상품을 40% 이상의 저가로 판매해 상대 경쟁자를 무력화 시켜 쓰러트린 후 시장을 장악해 버리는 것이다. 이는 철저히 소비자 중심의 정책이고, 소비자의 유익을 극대화 시켜주는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결국 소비자들을 아마존의 늪 안에 가두어 버리는 록인(Lock in) 정책에 불과한 것이다.
이제 세계는 시장의 포식자인 아마존을 두려운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다. 지난 1월 18일자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커버스토리에서 타이탄(Titan)으로 변해 버린 아마존을 조명하며 시장 경쟁 질서 훼손을 우려했다.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즈(FT) 또한 같은 취지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불랙홀처럼 자신의 플랫품 안으로 모든 것을 빨아 들이고 있는 아마존이 과연 베트남 기업들에게 활동 무대를 만들어 줄 것인가? 마윈은 알리바바의 정책을 설명하며 아마존의 전략을 비판한 바 있다. 알라바바는 아마존과 달리 자신의 플랫폼을 중간 판매업체들에게 제공하여 그들이 아마존처럼 급성장하도록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알리바바가 설립 초기에 B2B 기반으로 중국의 중소기업들을 지원하여 폭넓은 시장 형성을 도와주겠다는 철학을 갖고 출발했던 점을 고려하면, 분명 아마존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베트남 기업들에게 필요한 것은 알리바바와 같은 경제공유 플랫폼이다. 베트남 소비자들은 월드 브랜드에 친숙함을 보이는 특성이 있다. 포탈사이트도 구글을 사용하고 있고, 세계에서 페이스북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기업들의 시장 독식에 대한 폐해를 서서히 인식해 가고 있는 모습이다. 베트남 정부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가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온라인 광고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문제를 들고 나오고 있다. 월드브랜드에 친숙한 베트남 소비자들의 경향과 아직 취약한 베트남 기업들의 면모를 고려할 때 아마존의 등장은 오히려 베트남 기업이 아마존의 먹이 감이 될 수 있고, 베트남 소비자들 또한 아마존의 늪에 갇히고 마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런 우려 속에서 기업과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공유 경제 플랫폼의 필요성을 감안한다면, 베트남 자체 브랜드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법과사회 신문사(Phap Luat)’는 종이신문의 쇠퇴를 대처하기 위해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 구축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재 자체평가에 의하면, 10개 사이트에 1일 평균 방문객 수가 500만 명에 이르고, 베트남 온라인 미디어 시장 점유율이 20%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향후 수년 내 그 비율을 5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야망을 키우고 있다. 베트남의 네이버가 되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강자가 되려는 자는 아마존의 성격을 띌 것인지, 아니면 알리바바의 철학에 동의할 것인지 먼저 생각해 볼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는 공유경제의 시대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도 이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아마존이 최종 승자가 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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