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점점 종속되어가는 소비자의 권리
[사설] 점점 종속되어가는 소비자의 권리
  • 김종각 변호사
  • 승인 2018.04.04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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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이슈다. 20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이 고객정보 유출로 창업 1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기사이다. 고객 동의 없이 5000만 명의 개인정보가 미국 선거업체로 흘러들어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활용됐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며,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된 정치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페이스북 주가는 지난 19일 하루 동안 무려 7% 가까이 폭락했으며, 시가총액은 367억달러(약 39조원)가 증발하기도 했다.

개인정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이미 만연된 사회문제이지만, 사실상 어떻게 손 쓸수 없는 지경에 이른 느낌이다. 우리는 눈뜨면서 스마트 폰을 켜고 하루를 시작한다. 뉴스를 보고, 정보를 검색하고, 물건을 주문하는 모든 행동을 스마트 폰은 지켜보고 있다. 예전에 컴퓨터를 대하듯 그저 기계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행동하는 다양한 정보를 저장하여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그것을 분석하여 우리의 취향을 인식하고, 마케팅하는 지능적 존재로 발전하고 있다.

필자는 다움에서 아침마다 뉴스를 검색하는데, 얼마전부터 특정 기사를 클릭하면 필자가 본 기사와 관련된 내용의 기사들이 자연스럽게 추가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스마트 폰이 고객의 취향에 반응하며 같이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더욱 똑똑해진 컴퓨터가 된 것이다. 사실 필자가 소유한 스마트 폰의 기능이 엎그레이드 된 게 아니라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다움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진화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은 무척이나 감동할 만하지만, 문제는 내 개인 취향이 모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날인가는 구글에서 필자의 사진첩이라고 기재된 제목의 메일이 와 있었다. 보통 구글에서 보내주는 메일은 열어보지 않지만, 필자의 사진첩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니 열어 보았다. 그동안 스마트폰을 통해 찍은 사진들이 고스란이 담겨있었다. 그것도 장소, 상황에 맞게 잘 편집되어 있어 더욱 보기가 좋았다. 이렇게 고마울수가… 음악과 함께 멋지게 편집된 전자앨범을 보내주다니. 스마트폰에 찍어 둔 사진들을 잘 보관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지 하는 생각을 숙제처럼 지니고 살았는데, 그 고민이 말끔히 해결된 것이다.

하지만, 고마움과 동시에 내 생활이 모두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노출되고있구나 라는 우려도 밀려왔다.

스마트폰 안에는 사용자의 사생활을 기록하거나 담아두고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이 50여개나 들어 있다고 한다. 카카오톡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소비자의 편의성을 위해 무료 서비스 기능을 많들며 고객 만족을 제공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들은 소비자의 성향, 소비능력 등을 저장하여 분석하고 마케팅하는 빅데이터 수집에 비중을 두고 있다.
결국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그 구체성은 알 수 없지만, 인공지능 등이 주도하는 최첨단 사회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본 방향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인류는 현재 역사상 가장 부요하고 풍요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점점 종속되어 가고 있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개인정보가 노출되어 온라인 기업에 종속되고, 인공지능 등 기계에 종속되고, 마케팅 전략에 종속되고…

인류는 발전단계 때마다 극복해야 할 큰 산들이 있었다. 1차산업 혁명이 시작되면서 기업들은 부의 축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심각한 노동착취를 가했다. 낮은 임금에다 특히 미성년자들, 부녀자들에게 가하는 노동착취는 심각한 인권문제가 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근로자의 권리장전으로 노동법이 마련되고, 근로자들의 집단행동을 합법화하는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인터넷 시대인 3차산업 혁명에서부터 가장 심각한 이슈는 개인정보 보호문제이다. 입법적으로 다양한 보호장치를 강구해 왔지만, 아직 충분치 않은게 현실이다. 인간을 가장 편하고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만든 최첨단 서비스들이 인류에게 가장 혹독한 지배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이 숙제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지 진정한 4차산업혁명의 가치가 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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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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