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취재] 국제결혼 알선의 검은 그림자
[단독취재] 국제결혼 알선의 검은 그림자
  • 정진구 기자
  • 승인 2018.04.11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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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40대 남성 A씨 외 2명은 남대문 경찰서를 찾아 베트남 교민 홍모씨를 사기 및 갈취 혐의로 고소했다. 베트남 여성과 국제결혼을 꿈꿨던 A씨. 유명 포털사이트 카페를 통해 결혼 중매업자인 홍모씨를 만나게 됐고, 결과적으로 이 만남은 그의 인생 최대 실수로 남게됐다.

홍씨가 운영하는 국제결혼 중매 카페를 알게 된 A씨는 홍씨의 그럴듯한 말에 넘어가 계약금 2000달러를 주고 만남을 의뢰했다.

홍모씨로부터 여러 여성의 프로필을 받은 A씨는 대상자 한 명을 고르고 베트남행 티켓을 끊었다. 베트남 호치민에 도착해 약속장소에 도착해 보니 만나기로 했던 여성이 아닌, 엉뚱한 여성이 나와있었다. 홍씨는 이런저런 핑계를 댔다. 이후 A씨는 홍씨의 소개로 다른 여성들을 소개받았지만 자신이 처음 선택했던 여성은 끝내 만나 볼 수 없었다.

어렵게 베트남까지 왔는데 허탕만 치고 돌아가기 싫었던 A씨는 결국 그나마 마음에 드는 한 여성을 선택했다. 이후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여성의 고향인 껀터를 방문해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결혼을 약속한 뒤 곧바로 전통혼례까지 치렀다. 이미 주선비로 6000달러를 더 지불했지만 이후에도 계획에 없던 지출은 계속됐다. 홍씨는 "신랑의 나이가 신부의 부모보다 나이가 많은데 이 경우 베트남에서 혼인이 금지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로 돈을 요구했다. 실제로 신부의 부모 나이는 신랑보다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예물도 자신이 지정하는 곳에서만 구입하도록 했다. 홍씨가 소개한 매장의 귀금속들은 시가보다 높게 책정돼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A씨는 홍씨의 요구대로 따르기만 했다.

초혼이라던 신부, 사실은…

문제는 신혼여행 중에 발생했다. 첫날밤 바람을 쐬고 오겠다고 한 신부가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몇 시간 뒤 여성으로 부터 온 SNS 문자는 충격적이었다. 자신은 이미 결혼을 한 적이 있고, 당신과 결혼을 할 수 없어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친절하게도(?) 자신의 과거 결혼사진까지 첨부했다.

충격에 빠진 A씨는 홍씨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홍씨는 "나도 속았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다른 사람을 소개해 주겠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자신이 주선한 여성의 사전 검증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셈이다.

신부는 A씨가 사준 예물 중 핸드폰만을 제외하고 모두 두고 갔는데, 예물 처리도 문제였다. 결국에는 산 곳에서 되팔기로 했는데, 원가에서 무려 30%를 떼고 받았다. A씨는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서 홍씨가 하자는대로 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홍씨와 그 매장 간에 일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금남(禁男)의 기숙사에서 속옷차림으로 돌아다닌 홍씨

또 다른 피해자 J씨는 신혼여행까지 별탈없이 마쳤다. 이후 신랑은 한국으로 돌아갔고, 신부는 베트남에 남아 한국어 학원을 다니며 비자 수속을 준비했다. 일종의 신부교육인데, 이 기간 동안 신부는 소위 말하는 기숙사라는 곳에서 지내야 했다. 매달 300달러에 달하는 기숙사 비용과 별도의 학원비는 신랑 부담이다.

홍씨가 운영하던 기숙사는 33m2 남짓한 아파트에 신부 10여명을 함께 살게 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신랑이 신부를 만나러 베트남을 방문 하더라도 기숙사는 '금남(禁男)의 집'이라며 절대 오픈하지 않았다. 더욱 황당한 일은 홍씨가 기숙사에서 속옷차림으로 돌아다니다가 신랑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때때로 홍씨는 한국에 있는 J씨에게 연락해 "신부가 고향을 방문하고 싶어하니 용돈을 좀 보내라. 관리가 안되니 절대로 신부에게 직접 용돈을 주지 말고 나를 통하라"고 요구했다. 그런식으로 수천달러가 또 나갔다. 그러나 이후 J씨는 신부로부터 용돈을 받은 적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이 문제로 홍씨와 언쟁을 벌이게 된 J씨는 한동안 신부와 연락을 할 수 없었다. 훗날 어렵게 다시 연락이 됐지만 신부는 "홍씨가 당신과 연락을 못하게 했다"고 털어놨다. 1년이 지났지만 J씨의 신부는 아직도 한국에 오지 못하고 있다.

사기 피해 10여명, 버젓이 운영되는 카페

홍씨의 중매업체에 무려 1만 6000달러 가까이를 지불했던 J씨는 호치민 한국 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국제결혼 알선 업체는 명백히 불법이며 업체를 통해 결혼을 한 선생님도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영사관 측의 말에 오히려 위축만 됐다.

베트남 국내에 머물며 유명 포털사이트 카페를 통해 베트남 여성과의 국제결혼을 알선해온 홍모씨로부터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남성들은 어림잡아 10여명에 이른다. 이미 3명이 고소를 한 상태이며 나머지 피해자들도 이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홍씨의 카페는 지인의 명의로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J씨는 "피해금액을 떠나 정신적인 충격이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홍씨는 버젓이 불법 영업을 계속 하고 있다. 반드시 처벌을 받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씨는 사기 및 갈취 혐의로 고소가 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경찰은 혐의가 있는 만큼 수사가 필요하지만 홍씨가 한국에 입국하면 출입국관리소의 통보를 받아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사이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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