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베트남이 너무 뜨겁다
[사설] 베트남이 너무 뜨겁다
  • 김종각 변호사
  • 승인 2018.04.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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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손녓 공항에 한국 손님을 마중 나가서 그냥 편하게 건네는 인사말이 “베트남 많이 덥죠?”라는 말이다. 5월 장마시즌이 이르기 전 4월이 가장 무더운 시기이다 보니 이제 가장 뜨거운 베트남 시즌을 보내야 하는 시간이다.

현재, 베트남 투자 관심 열기 또한 너무 뜨겁다. 한국 언론들은 연일 앞다투어 베트남 관련 보도를 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의 매력을 심층보도 하여 베트남에만 오면 뭔가 이뤄질 것 같은 기대감으로 한국인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10년 전을 회고해 보니 그때가 바로 이런 분위기였다. 필자는 2005년 ‘신도시 프로젝트’ 건설계약자문을 위해 처음 베트남 땅을 밟았다. 이때만해도 잔잔한 바다같이 고요했다. 2006년이 되니 한국 언론들이 신흥 개발국 베트남을 ‘가장 각광 받을 블루오션 국가’로 표현하며 베트남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07년에는 그 분위기가 정점을 찍었다. 한국에서 알고 지냈던 많은 건설사, 금융사가 베트남을 찾았다. “어떻게 오셨어요?” 라는 질문에 “여기 안 오면 바보 되는 것 같아 어떤가 하고 왔어요”라는 솔직한 대답도 있었다.

2006년 베트남이 WTO가입을 앞두고 있었기에 국제시장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이러한 분위기를 형성했던 것 같다. 2006년 11월 20일 부시 대통령이 호치민증권거래소를 방문하여 개장을 알리는 종을 쳤는데, 이 소리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새 시대를 알리는 설렘을 주었고, 외국 투자자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의 종소리보다 더욱 아름답게 들렸다. 특히, 부동산 개발에 대한 관심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뜨거웠다. “돈의 액수는 묻지 말라, 개발할 적지만 찾아달라” 이게 구호였다. 한국의 여러 대기업들도 대형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필자도 모 기업 회장과 함께 개발이 가능하다는 부지를 둘러보며 ‘대형 신도시 청사진’을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었다. 2008년 구정을 지나면서 물가는 고공행진했다. 년중 가장 큰 명절과 연휴를 보내는 베트남은 구정 때를 즈음하여 물가가 올랐다가 구정이 지나면서 다시 진정되는 현상이 있다. 그 당시도 이런 현상이려니 했었다. 하지만, 2월 7일 설을 보내고 3월이 지나도 물가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4월 5월 계속 고공행진했다. 전년대비 2배 이상이나 오른 23%에 육박했고, 그 해 5월 이를 지켜보던 일본 다이와 증권사가 슬며시 ‘베트남에 IMF가 올 수 있다”는 가설을 유포하였다.

시장은 급냉 되었고, 한국 언론들은 앞다투어 이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블루오션 국가’로 칭송받던 베트남은 하루아침에 ‘투자 위험국가’로 분류되어 낙인 찍혔다. 이렇게 어두운 침체기의 한 해를 보내고 터널을 빠져 나오는가 싶었는데, 2009년 세계금융위기에 휩싸이며 더 깊은 침체기로 빠져들었다. 이렇게 베트남은 잊혀지는 듯했다. 그런데, 2015년 베트남 정부가 신규주택분양시장을 외국인에게 개방하면서 다시금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투자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발 ‘사드 사태’와 국내 시장의 불안감이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베트남은 새로운 대안 시장으로 다시 부각된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던 언론사들은 다시금 베트남을 황금시장으로 극찬하고 있는 것이다.

‘2019 부의 대절벽’의 저자 해리덴트(Herry Dent)는 힘주어 말한다. “가까운 시일에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대공황이 올 것이라는 것을 힘주어 말하는 것은 불안과 공포를 주기 위함이 아니고, 바로 그 때 최대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점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정말로 그랬다. 부를 얻는 자들은 그 움직임을 일반인과 반대방향으로 진행했다.

필자는 베트남에 부동산 개발 자문업무 때문에 왔었고, 오랜 시간을 그 관련 기업들과 함께 했었다. 경기가 침체하는 2008년부터 철수하기 시작하여 2010년경에는 자문을 받던 대부분의 기업이 되돌아 갔다. 그런데 그렇게 찾고자 원했던 ‘황금 부지(Golden 20) 프로젝트’들이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어느 한 곳에도 소개할 수가 없었다. 이 시기에 베트남 부동산 프로젝트 얘기를 꺼내면 거의 사기꾼으로 몰리기 십상인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교들은 달랐다. 싱가포르의 케펠랜드(Keppel Land), 홍콩의 추앙사(Chuang’s properties)같은 화교 기업들은 베트남 부동산 경기 최저점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 그것도 좋은 부지를 값싸게… 그리고 천천히 인허가 과정을 거치며 때를 기다렸다. 침체기 동안 추앙사는 투덕군에 대단위 아파트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인허가를 완성하며 때를 기다리다 호경기인 최근에 이를 값비싸게 매각했다. 삽 한번 안 뜨고 막대한 부동산 개발 수익을 달성한 것이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을 잘 새겨보자. 필자는 소문과 분위기로 해외투자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지난 10년동안 몸으로 배웠다. 씨를 뿌리고 물을 줘야 하는 오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현지 날씨에 적응하고 풍토에 익숙해져야만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농부가 되는 것이다. 얼마 전 모 방송사에서 ‘베트남은 더 이상 제조 창고가 아니라, 1억 인구가 있는 막대한 소비시장’이라는 취지의 프로그램을 보도한 것을 보았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냉철하게 시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난 해 베트남 1인당 GDP는 2,480불(베트남통계청)이다. 왕성한 소비시장이 형성되는 기점을 1인당 5,000불로 본다면 아직 미미한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객관적 수치로 볼 때, 방송사 멘트만 믿고 환상을 갖고 이곳에 온다면 낭패 볼 수 있는 시장인 것이다. 지금은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해 씨를 뿌리고 물을 주어야 하는 인고의 시간이다. 그리고 곧 다가 올 5,000불 시대를 준비하도록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분위기로 움직이지 말고 전략을 갖고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면 베트남은 정말 기대할만한 시장이라 말하고 싶다. 하지만, 분위기에 편승되면 자칫 허상을 쫓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10년전에 불었던 부동산 광풍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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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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