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선거에 소외된 '투표 할 수 없는 유권자' 재외국민
6.13선거에 소외된 '투표 할 수 없는 유권자' 재외국민
  • 정진구 기자
  • 승인 2018.05.15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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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권은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가장 중요한 권리다. 현재 해외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재외국민은 약 260만명. 이중 영주권자와 유학생을 제외하고도 약 135만명에 이른다.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해외에 일시 거주 중인 이 135만명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다. 일종의 '투표할 수 없는 유권자'인 셈이다.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국민투 표법이 개정되더라도 외국에 체류 중인 재외국민은 대사관 혹은 영사관에서 6.13 지방선거 투표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선관위의 최근 유권해석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재외국민이 외국에서 투표할 수 있는 경우는 대선과 총선으로만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왜 유독 지방선거 투표권만 제한되는 것일까? 이는 지방자치법 제 13조에 나오는 '주민'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이 조항에는 ' 국민인 주민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됐다.

재외국민의 경우 국민이기는 하나, '주민' 요건에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다만 특정 지자체 내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재외국민은 선거당일 한국에서 투표권 을 행사할 수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부재자 투표 신청이 시작되는 5월 22일 기준 3개월 전인 2월 22일부터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 투표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무차 해외에 거주 중인 재외국민의 경우 투표만을 위해 한국을 일시방문한 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실효성이 없다 는 의견이 많다.

이에따라 주민등록 요건을 갖춘 재외국민 들이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직선 거법 개정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 이 나오고 있으나 국회는 이런 불합리한 조항을 5년째 방치하고 있다. 호치민 교민 A 씨는 "해외에 3년 넘게 살고 있지만 우리도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다.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권리를 침 해받았다는 느낌이 든다"고 성토했다.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국회 외교통상 위원장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 민등록이 설정돼 있는 19세 이상 한국 국 적자에 한해 지방선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바 있다.

이 개정안에는 사전투표기간 개시일 전 출국해 선거일 후 귀국이 예정됐거나 외국에 거주하며 선거일까지 귀국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투표권을 인정하도록 명시했다. 그러나 여야의 이해관계 탓에 공직선거법 개정은 쉽사리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재외국민들의 참정권은 부침을 거듭했다. 1967년 대선과 1971년 총선에서 재외국민 에 대한 선거권이 처음으로 주어졌다. 그러 나 선거권을 얻었다는 뿌듯함도 잠시, 1972 년부터 정부는 선거관리의 어려움을 들어 재외국민 투표권을 폐지해 버렸다. 무려 38 년 동안 이런 상태는 지속됐다. 그동안 재외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면서도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러다 2007년이 돼서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나왔고 2012년 4월 총선에서 선거권을 되찾았다. 그러나 대선과 총선에 국한될 뿐 지방선거는 제외돼 재외국민의 정치적 불구 신세는 여전하다. 평등권과 보통선거라는 원칙을 내세운 헌법정신에도 위배된다. 이미 프랑스, 독일, 핀란드, 스페인, 스위 스, 호주 등 여러나라에서 재외국민의 재외 선거를 실시 중이다.

과거 일각에서는 "재외국민은 해외에서 바쁘게 살다보니 고국의 정치 상황에 관심 이 없다"는 말이 나오지만 이것도 옛날 이야기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재외국민 투표 신청자는 100여국의 무려 29만명이라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 정도 수치라면 당락을 결정지을 수 있는 충분한 변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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