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36 거리의 전통
하노이 36 거리의 전통
  • 베한타임즈
  • 승인 2018.07.0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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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사람이라면 “롱탄에 놀러가세. 하노이 36 거리를 둘러보세”라는 구전민요를 통해 36거리의 이름을 안다.

 

체스판 같은 하노이36 거리를 방황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으며 수도에서 성내 거리를 와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지난 천년 동안, 하노이 36거리는 여전히 상업의 발전과 깊은 관련이 있다. 36거리 지명에는 항 쩨, 항 박, 항 티엑, 항 마, 항 찌우(Hàng Tre, Hàng Bc, Hàng Thiếc, Hàng Mã , Hàng Chiếu) 등 항(Hàng)이 포함된 거리가 많다. 이는 예부터 시가지에서 많이 팔리는 물건의 뜻을 담은 "항(Hàng)"이 포함된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리 왕조가 화루에서 탕롱으로 천도 할 때, 하노이에는 시가지가 아직 없었다. 단지 촌락이 형성되어 있을 뿐이었지만 리 왕조가 천도한 후 촌락은 도시형 시가지로 변해갔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하노이는 진정한 수도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탕롱성 주변에는 많은 신시가지 마을들(Sơn Tây, Thường Tín, Phú Xuyên, Trch Xá, Hưng Yên, Hi Dương)이 생겨났다. 주로 마을들은 같은 가족과 친인척들로 이루어진 씨족 공동체였는데, 장사할 때 판매하는 품목은 각각 다르게 했다고 한다.

 

18세기 하노이 지도를 보면, 홍강은 여전히 구옴 호수와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호수는 강의 지류였다. 고대에는 또릭강이 홍강으로 흘렀고 따이호, 티엔푸강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그땐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탕롱 성내 지역에는 마이 짜인(mái tranh)이라는 짚으로 엮은 지붕으로 된 집도 있었다. 그곳에는 일부 부유층들도 살았는데, 중국식 타일 지붕 형태의 화교들의 건물이 있었다.

 

식민시대 이후에 하노이 구시가지는 더 이상 전통양식이 유지되지 못했다. 타일 지붕에 둥근 튜브식 스타일의 건축 양식이 있었고 서양식 쇼핑몰이 지어지기도 했다. 거리는 주로 프랑스 양식으로 서로 딱 붙은 집들로 건축이 이루어졌다.

 

엣날에도 홍강은 여전히 붉었고, 또강이 푸른 동안에는 배가 다녔다. 장사하는 배는 물건 거래를 위해 시내에 들어올 수 있었고, 때문에 하노이 시가지는 더욱 발전했다. 이 당시 마 마이( Mã Mây)라고 하는 유명한 두 시장 거리가 생겼는데, 항 마 거리(ph Hàng Mã)와 항 마이 거리(ph Hàng Mây)였다.

 

항마이 거리는 항부옴 거리와 인접해 있었고, 니강의 강둑에 위치하고 있었다. 배들은 도시에서 사용할 목재, 대나무 같은 삼림 제품들을 주로 하선했다. 지역은 프랑스 식민시절이 되면서 호수를 전부 흙으로 메꾸고 새로운 대지가 조성되었다. 이후, 시가지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했고, 인도인과 프랑스인들도 사업을 위해 이곳에 방문했다.

 

하노이의 많은 거리 이름은 하노이의 발전에 따른 거래 상품에 기인했다. 항 티엑(ph Hàng Thiếc) 거리처럼 여전히 알루미늄 새시와 양철을 취급하는 많은 가게들 때문에 '양철 거리(ph Hàng Thiếc)'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도 있다.

 

항 치우(Hàng Chiếu)는 가게들 사이에 쭉 좌판을 깔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고 항 친(Hàng Chĩnh)은 그릇, 차 용기 같은 옹기 종류가 많이 모이는 곳을 나타내는 의미의 '항아리 제품'(Hàng Chĩnh) 거리가 되었다.

 

프랑스인들은 도자기를 ‘Rue des Vases’ (ph hàng Vi Chu)라고 불렀는데, '도자기 거리'라는 뜻이다. 항마는 지금도 여전히 모조품을 많아 파는데, 한가위에 ‘조상 숭배용’으로 불태우는 모조품은 여기가 최고다.

 

항 응앙, 항 다오(Hàng Ngang, Hàng Đào) 거리는 인도인들의 비단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공장 섬유제품들이 팔리고 있다. 경쟁력있는 가격때문에 바이어들도 오는 곳이다.

 

하지만 모든 거리는 변하기 마련이다. 항 봇 거리(ph Hàng Bt) 처럼 더 이상 거래 상품이 거리 이름이 아닌 경우도 있다. 유행에 뒤쳐진 것들은 시장 경제에 따라 사라지고, 새로운 상점이 생기고, 이젠 거리 이름만이 남아있다. 상인들도 더 이상 같은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북부 쪽에서 하노이로 들어오다 보면 항 콰이(Hàng Khoai) 거리에서는 이제 그릇을 팔고, 항가(Hàng Gà) 거리에서는 결혼식 초대장을 인쇄하는 등 자연스럽게 바뀌어가고 있다.

 

구전 민요는 아직도36 거리를 노래하고 있지만, 이제 하노이 지도에는 36 옛 거리와 함께 18개의 새 거리가 더 새겨져 있다. 이제 하노이에서 ‘항’으로 불려지는 새로운 거리의 이름은 없다. 하노이시는 이제 어떤 거리에서 한 종류의 물건만 팔리는 곳이 아니다. 단지 옛 이름과 장소만 있을 뿐이다.

 

하노이 환끼엠 호수 근처에도 현대 양식의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고 있고, 거리의 이름, '하노이 36 거리'와는 너무 멀어 보인다. 하지만 하노이 36 거리는 여전히 우리에게 아련한 향수 속에 있다. 이곳에서 만큼은 위대했던 수도 하노이. 탕롱 시대의 전통이 계속해서 어지기를 기대해본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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