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클래식 음악 발전에 기여하는 첼로 연주가 판도푹
베트남 클래식 음악 발전에 기여하는 첼로 연주가 판도푹
  • 베한타임즈
  • 승인 2021.06.1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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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푹(Phan Đỗ Phúc)은 전 세계 문화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미국 뉴욕에서 10년 이상 동안 음악을 공부하고 음악가로 활동한 첼로 연주가다. 그는 지난해 자신의 고국인 베트남에 돌아왔다. 판도푹은 베트남에서 음악가로 자신의 재능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그는 실내악 공연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음악 전공 수업에서 강의를 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음악을 가르치던 판도푹은 베트남에서 머그잔 속의 슈베르트(Schubert in a Mug)’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판도푹은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클래식 연주가들과 관객들을 더욱 긴밀하게 연결하는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 베트남 뉴스는 판도푹과 함께 베트남에 돌아오게 된 계기와 더불어 그의 음악 인생 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판도푹과의 일문일답.

Q. 뉴욕에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음악을 공부하고 음악가로 일한 뒤 베트남에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어려운 결정이었는지 궁금하다.

내 아내인 신찌아오(Hsin-Chiao)와 나는 베트남에 돌아가기로 결정하는 게 쉽지 않았으며 명백한 확신도 없었다. 당시 우리 부부는 이미 뉴욕에서 정착해 꽤 편안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동안의 만족스러운 삶을 뒤로하고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는 건 물론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와 아내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고려해 본 뒤 베트남에 돌아가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중에는 우리 자신, 가족 및 다른 여러 요인들이 포함돼 있었다. 우리는 지난해 2월 베트남에 돌아와 어느 덧 일 년 이상을 하노이에서 지내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베트남에 귀국하기로 결정하길 잘 한 것 같다. 물론 고향에 돌아와 가족과 가깝게 지내는 것도 매우 만족스럽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로 인해 우리 부부는 큰 행복을 느끼고 있다. 바로 우리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하노이의 경우 클래식 음악에 대한 잠재력이 아주 크다는 사실이다. 나는 하노이의 클래식 음악 성장에 기여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Q. 고국인 베트남에 돌아왔을 때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궁금하다. 미국과 베트남을 비교했을 때 음악 분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설명을 부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은 음악가로서 꾸준히 공부하고 연마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뉴욕은 기본적으로 문화의 본고장이기 때문에 나는 늘 수많은 세계 일류의 음악가들에 둘러싸여 지냈다. 이중 많은 사람들이 내 또래거나 나보다 더 젊었는데 나는 이들에게서 늘 자극을 받곤 했다.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야 하며 시대의 흐름에 발을 맞춰야 한다. 당시 나는 뉴욕에서 수많은 외부의 압력 속에서 나 자신을 발전시키며 노력했던 것 같다. 이와 비교해서 설명해보자면, 하노이에는 상대적으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전통이 길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하노이에는 목숨을 내걸고 음악에 매진하며 나의 자리를 넘보는 음악가나 젊은 인재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이로 인해 내면의 동력과 의지를 결집해 나 자신을 스스로 동기부여 해야 하는 게 가장 어렵다. 내가 해외에 살던 때와 동일한 기준으로 나 자신을 끊임없이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 음악적 취향을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뉴욕에 살던 당시 클래식 음악에 대한 대중들의 감각이 날이 갈수록 성숙하고 발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클래식 음악 뿐 아니라 다른 음악 장르나 예술도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뉴욕의 일반 대중들은 해당 분야에서 최고라고 여겨지는 예술가들을 수시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노이의 경우 현재 많은 사람들은 음악에 대한 감각을 탐색 중이며 발전시켜나가는 단계에 있다. 우리는 대중들이 선호하는 음악 분야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하노이 사람들의 음악 취향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하는지 지켜보고 기여할 수 있게 된 걸 기쁘게 생각한다.

Q. 베트남에 돌아온 뒤 강의를 한 적이 있는지?

나는 무대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열정적으로 음악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는 그동안 첼로 개인 과외부터 실내악 지도 및 첼로 강의, 전공자 수업 등을 진행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때 음악과 악기 연주에 대한 나 자신의 이해가 깊어지는 걸 느낀다. 내가 아는 무언가를 입으로 말하고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제대로 이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내가 해외에 머무는 동안 유수의 강사와 교수에게 수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나는 그동안 내가 축적한 지식과 가치를 전수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설적인 첼리스트였던 야노스 슈타커(Janos Starker)는 가르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가르침은 성화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나도 이와 동일하게 가르침을 대하고 있다.

Q. 베트남의 경우 수많은 클래식 음악가들이 음악만으로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말한다. 사실이라고 생각하는지?

매우 슬픈 사실이며 나 자신도 알고 있는 바다. 사실 이 같은 상황은 베트남뿐 아니라 뉴욕과 같은 수많은 도시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음악가가 되는 건 돈을 잘 버는 직업을 갖는 게 아니다. 이로 인해 음악가들은 음악을 지속하기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하노이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음악 이외의 일을 한 적은 없다. 이를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베트남의 경우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소한 삶을 유지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하루에 세 끼를 먹고 가끔씩 이곳저곳에서 커피 한잔을 할 수 있으면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생활 방식은 우리 부부가 아직 자녀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가정에 아이가 생기면 큰 변화가 따를 거라고 짐작하고 있다.

Q. 대부분의 베트남인들 사이에서 클래식 음악은 인기가 높지 않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다른 예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클래식 음악에도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친숙하게 느끼고 즐기게 되려면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의 생활방식 속에서는 일반인들이 조용히 앉아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을 음미할 시간적 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종 팝송과 같은 다른 음악 장르를 선택한다. 왜냐하면 팝송을 비롯한 대중음악은 즉각적으로 감정을 표출할 수 있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클래식 음악을 깊이 있게 집중해서 들으면 더 깊숙한 자아의 내면을 비춰볼 수 있으며 더욱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를 비롯한 클래식 음악가들은 일련의 콘서트를 통해 관객들이 이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의 깊이를 경험하게 되면 이에 매료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나는 팀을 꾸려 머그잔 속의 슈베르트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리는 클래식 음악 여정을 함께할 관객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Q. ‘머그잔 속의 슈베르트라는 음악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머그잔 속의 슈베르트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시아엠(SiaM)이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시아엠은 클래식 음악 연주가들과 관객들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일종의 다리를 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통적인 콘서트홀의 무대에서는 연주자들과 관객들이 완전히 구분된 별개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이 같은 클래식 콘서트홀 무대에도 아름다움은 존재한다. 사아엠의 예술가들도 여전히 정기적으로 전통적인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시아엠을 통해 클래식 음악에 다른 관점을 적용해 차별화된 클래식 음악을 제공하고자 한다. 클래식 음악은 매우 아름답고 장엄하다. 이와 동시에 클래식 음악은 놀라울 만큼 친밀하다. 시아엠은 콘서트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따스함과 친밀한 아름다움을 탐색하고자 한다.

시아엠은 20208월에 설립된 이후 매달 2건의 콘서트를 열고 있다. 매달 각기 다른 주제로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는데 약 1750~1832년에 해당하는 클래식 시대의 음악에서부터 영국의 현대식 20세기 음악까지 총망라하고 있다. 우리가 기획하는 콘서트의 좌석은 모두 매진 됐으며 수많은 피드백을 받고 있다. 관객들은 감상평과 더불어 시아엠이 발전할 수 있는 건설적인 방안 등을 제공해주고 있다. 우리 모두는 감사한 마음으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지난 3월 하노이 그레이프바인(Hanoi Grapevine)은 우리의 프로젝트를 올해 최우수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당시 시아엠이 설립된 지 8개월에 불과했는데 큰 상을 받은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단원들은 우리가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관객, 예술인 및 비평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Q. 모든 프로젝트들은 항상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시아엠도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지 궁금하다.

스타트업 프로젝트의 경우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건 늘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초창기부터 지속가능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티켓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최소한의 모든 경비를 충당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구조가 원활히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 지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시아엠의 연주 일정이 피해를 입지는 않았나?

시아엠은 20208월에 설립됐다. 당시 코로나19 상황이 매우 복잡했기 때문에 첫 번째 콘서트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 상황이 어느 정도 정상화 돼서 매달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시아엠 제8회 콘서트를 재차 연기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온라인 콘서트를 여는 방안이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는 프로젝트 등을 구상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어려운 시기다. 하지만 앞으로 꾸준히 번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Q. 시아엠과 별개로 참여하고 있는 음악 프로젝트가 있는지?

개인적으로 나는 기존의 프로젝트가 다소 완벽하게 실행된 후에 다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걸 선호한다. 그래서 지금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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