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 주도의 코로나19 백신 기금 모금이 한창이다. 백신이 사실상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베트남도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베트남 전 국민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 확보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이에 베트남은 외국기업들을 통해서도 백신 수입과 백신 기금 모금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일부 외국계 기업에게는 자체적인 백신 수입을  베트남 정부의 절실한 요청이다보니 기업들도 이를 쉽게 넘기기 어렵다.

 

동나이성에서 의류 공장을 운영하는 교민 박종원씨는 얼마 전 성 고위 관리의 방문을 받았다. 그는 박씨에게 5월 26일자 총리령 (제779/QD-TTg호)으로 선포된 백신 기금 모금 지침에 따라 기금 출연을 요청했다. 구체적인 액수를 언급하지 않아 박씨는 얼마를 내야할지 고민을 거듭하다 1억VND을 내기로 결정했다. 박씨는 “회사 사정에 맞춰 기금을 내야하는데 비슷한 규모의 다른 회사들이 얼마나 냈는지 알지 못해 액수를 정하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최근 많은 한국기업들이 베트남 정부 유관기관들로부터 비슷한 요청을 받고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베트남 중남부 한인상공인연합회(이하 코참)에도 이와 관련한 문의가 자주 들어오고 있다. 코참 측은 “각 개별 기업이 각자 기업의 상황에 맞게 개별적으로 대응을 하면 된다”고 밝혔다. 코참이 확인한 결과, 기부금에 대한 비용처리는 기본적으로 가능하다. 단 기부금을 냈다고해서 추후 백신 접종 우선권을 받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한국기업 중 가장 많은 기부금을 낸 기업은 삼성으로 400억 동(VND)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규모가 큰 한국기업 A 관계자는 “아직 베트남 정부로부터 기부 요청을 받은바 없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별도의 요청이 오지 않더라도 백신 기금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 정부의 기금 요청에 대해 한국 기업들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는 일부 한국 언론들의 보도가 있었지만, 베한타임즈 취재결과 대다수 기업 관계자들은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호찌민시에서 식품 가공업 공장을 운영하는 교민 조성인씨는 “베트남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입장에서 여건에 맞게 백신 기금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백신을 충분히 확보해 베트남 사회가 안정되면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또 다른 교민 정경삼씨는 “기부금을 내고 백신을 먼저 맞을 수 있는건 아니지만, 베트남이 백신을 많이 확보하면 그만큼 접종 기회도 늘어날 수 있지 않겠느냐. 여유는 없지만 성의껏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8일 코참과 일본(JCCH), 미국(AMCHAM), 유럽 상공회의소(EUROCHAM) 관계자들이 화상회의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기업들의 자체적인 백신 수입에 대해서는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베트남 정부가 주도하는 백신 수입에 끼어드는 방식을 사용하면서 백신 우선권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과 베트남 정부 방침에 의한 국내 백신 접종 계획을 준수하면서 백신 수입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참고로 일본과 미국 정부 역시 베트남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위해 백신을 지원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기금과 관련해서는 대체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데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유로참의 경우, 외국 정부의 펀드에 출연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어 비정부기구(NGO) 등을 통한 출연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들이 앞장선 베트남 백신 기금 모금

베트남은 코로나19 백신을 구입할 기금을 모금하기 위해 지난 달 26일 총리령 (제779/QD-TTg호)이 선포됐다. 재정부가 관장하는 코로나19 백신 기금 조성 기구는 지난 6월5일 하노이에서 기금 모금 출범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팜밍찡(Pham Minh Chinh) 총리는 "이 기금은 국가예산에 더해 국민들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백신 구매, 수입, 연구 및 국내 제품 생산 및 사용을 지원하는 사명으로 설립되었으며, 기부금 자원 보장 원칙 하에 모든 활동은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법적 규정에 맞춰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총리는 또한 “베트남의 역사를 통해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연대정신과 국민의 힘이야말로 모든 적을 물리 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이 증명됐고, 모든 영광스러운 승리를 이루었다”며 “존경하는 호찌민 주석이 거듭 말했듯 ‘백 번 쉬워도 백성이 함께하지 않으면 어렵고, 만 번 어려워도 백성이 함께 위험을 감수하면 된다’는 말처럼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국민들의 하나된 마음은 전염병을 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큰 문을 여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실제 백신 기금 모금 초기단계부터 베트남 재계의 기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코로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수백 개에 달하는 기업들이 모금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많은 기업들이 국민과 국가를 위해 모금 참여의사릃 밝혔다.

이날 행사 당일에만 63개 기업이 기부에 참여해 모인 금액 및 약정 백신 구입 지원비는 모두 5조6800억 VND에 달했다.

기부에 참여한 주요 기업 중 국영기업은 EVN(베트남 전력그룹), PVN(베트남석유 및 가스그룹), VNPT (베트남 우정통신그룹) 등이 나란히 4000억 VND을 기부했다. 이밖에 SCIC(State Capital Investment Corporation), VRG(베트남 고무산업 그룹),  ACV(베트남 공항공사) 페트롤리멕스, TKV(베트남 석탄 및 광산산업 그룹) 등이 각 2000억VND을, 비나타바(Vietnam Tobacco Corporation) 1000억VND, VIMC (Vietnam Maritime Corporation) 500억VND을 기부했다.

행사 당일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기금을 낸 주요 민간기업으로는 롱탄 골프클럽이 5000억VND을 기부했으며 빈그룹이 4800억VND 상당의 400만회 백신 접종 비용을 내기로 했다. Au Lac Quang Ninh Co., Ltd가 1700억VND, T&T 그룹이 1200억VND 상당의 100만회 백신을 기부했고, 노바랜드그룹과 소비코 그룹, HD 은행이 각각1000억을 냈다. .

이 같은 많은 기업들의 나눔은 베트남의 오랜 전통인 애국심과 민족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베트남 사무소장인 박기동 박사는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 백신에 대한 접근을 높이기 위해 기금 모금에 나선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정부는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가용 예산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실제로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정부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통한 기금 모금이 베트남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  

팜밍찡 총리는 크든 작든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모든 기부금은 귀하고 소중히 쓰여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관련 기관에 기금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관리하고, 올바른 목적과 대상을 위해 절약하며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국민과 후원자들이 기금 모금에 참여할 수 있는 최선의 여건을 조성하라고 지시했다.

6월 11일 현재까지 모인 백신 기금은 총 7조6092억8802만2000 VND(미화 약 3억2798만6000 USD)에 달한다. 이중 기업 및 단체로부터 모금된 액수가 4조3000억VND, 약정된 기부금은 3조2517억8000만VND이며, 나머지 약 575억VND은 SMS 등을 통해 수령한 개인 기부금이다.

베트남은 올해 백신 1억5000만 도스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위해 약 25조2000억VND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 16조 VND은 정부예산, 나머지는 기금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이미 목표액의 상당 부분을 모금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