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베 가족이어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기고] 한-베 가족이어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 베한타임즈
  • 승인 2019.07.16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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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이주여성 폭행사건이 지금까지도 한국과 베트남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살 아들 앞에서 아내를 무차별 폭행하는 남성의 행동은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여성, 그리고 곧 남편 따라 한국으로 가야 하는 여성들에게 큰 두려움을 줬을 거라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현지에서 한-베 가족 전체에 좋지 않는 쪽으로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나도 그 한-베 가족에 속한 인물이다. 그러나 모든 한-베 가족, 즉 다문화 가정이 이번 폭력사건처럼 불행하지 않다.

 

베트남의 초창기 국제결혼은 대만인과 결혼으로 시작되었다. 그때만 해도, 대만으로 이주하는 여성들 중에도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사망한 여성도 있었다. 그러나 누구나 부러울 만큼 호화롭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더 많았다.

 

언제부터인지 현지 중매인를 통해 한국인 남성이 베트남에 있는 시골 여성과 결혼하는 일이 종종 생기기 시작했다. 꽃다운 나이의 여성들이 왜 그들의 청춘을 포기하고 중년 남성과 결혼했는지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 할 것이다.

 

이 어린여성들이 가족 생계를 위해 한국 남성과 결혼하여 한국으로 이주한 후 돈을 벌고, 이를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낸다고 한다. 물론 남 편으로부터 어느 정도 지원을 받아 보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는 가정도 있다.

 

그러나 많은 어린 여성들은 한국이라는 낮선 땅에서 시집살이만 하였다. 가끔 다문화 가정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 마음이 아팠다.

 

나는 그들과 다르게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나는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한-베 가족 2세다.

 

한국정부의 지원으로 1999년 호치민시에서 한국학교가 처음 설립 된 후 나는 한국학교의 첫 유치원 입학생이 되었다. 유치원을 다녔을 당시 나를 포함해서 한-베 가족 2세는 단 2명뿐이었다. 유치원 선생님의 도움으로 한국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다. 그때는 한국어가 아직 서툴러 유치원 현지 보조 선생님과 한-베 가족 친구와 베트남어로 대화했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입학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담임선생님이 한국 분이셨고, 유치원처럼 보조 선생님은 없었다. 아직도 1학년 때 가르쳐주신 선생님 이름도 생각난다. 김00 선생님이었다. 김 선생님께서는 내 가족 상황을 잘 알고 계셨고 항상 이해해주셨다.

 

어느 날, 읽기 시간이었다. 한글을 모르는 나는 한글자도 못 읽어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기 시작했다.

 

친구들로부터 받는 그 놀림은 오직 우리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학교에서 소위 말하는 ‘왕따’를 당해 친구가 없었고, 학교에서 주는 점심도 먹지 않았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학교에서 주최하는 ‘교내 베트남어 말하기 대회’에 최우수상을 받았고, 그제야 친구가 1~2명씩 생겨 지금까지 연락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그 대회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서울의 모 대학에 진학한 후, 나의 실력을 발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내가 오로지 잘 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의 모국어인 베트남어였다.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수교 이후 교류를 늘려갔고 한국을 찾는 베트남 기업, 혹은 바이어가 많아져 통역 아르바이트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4년이 지나 대학을 졸업한 후 그동안 쌓은 경험을 토대로 현재는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의 정부 기관에 취업하게 되었다.

 

내가 보는 한-베 가족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안고 있다.

 

먼저 단점으로는, 부모님 한 명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차별당하고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언어 장벽으로 인해 또래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일이 어린 나이에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어려움이다. 그 충격으로 인해 많은 한-베 가족 자녀들이 자존감을 잃게 된다. 아이들의 이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모님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 항상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 동기부여를 해주어야 한다.

 

한-베 가족의 장점이라면, 두 가지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고, 두 나라의 문화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우리는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중요한 민간 외교관이 될 수 있다. 남들 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더 나아가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나의 부모님께서도 가끔 말다툼을 하시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버지는 폭력을 쓰지 않고, 대화를 통해 상황을 마무리 지으신다. 두 분이 화해를 하게 되면 언제 말다툼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화목하다. 부모님께서 다투는 이유는 그동안 겪었던 생활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의견충돌이 대부분인데, 폭력은 전혀 없었다. 내가 본 한-베 가족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아내가 한국어를 못한다면, 남편이 베트남어를 배우면 된다. 그래야 서로에 대한 마음도 이해하고, 부부간의 관계가 더 돈독해 질 수 있다. 현재 우리 가족이 그렇다. 아버지가 베트남어를 하실 수 있어 어머니의 마음을 잘 이해하신다. 만약 주변 지인이 다른 국가 여성과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 나라 언어를 배우기를 적극 추천한다. 물론 상대방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운다면 부부간에 좋은 관계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남들이 잘 못하는 베트남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고, 부모님께 감사하고 있다. 덕분에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정부 기관에 근무하며 양국을 위해 일하고 있다.

 

한-베 가족뿐만 아니라, 그 어떤 다문화 가정도 항상 불행하거나 가정 폭력이 일상화 돼 있지 않다. 현재 베트남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한-베 가족들은 행복하고 화목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한국에서 일어난 폭력사건 하나로 다른 한-베 가족이 피해를 입지 않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주여성의 남편분들께 당부한다. 늘 아내를 보살펴주고 진심을 담아 사랑해주길 바란다. 고향을 떠나 낮선 이국땅에서 생활하다 보면 외롭고 힘들 때가 많다. 말하고 싶어도 말이 통하지 않아 고통을 받게 된다. 그럴 때 옆에 있는 남편들이 힘이 돼 줘야 한다.

 

[김강미 주호치민 대한민국영사관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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