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종속' 이 아닌 '문화 현지화' 를 시도하다
'문화 종속' 이 아닌 '문화 현지화' 를 시도하다
  • 베한타임즈
  • 승인 2013.07.1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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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한국문화원의 새로운 도전

하노이 한국문화원은 리모델링 중이다. 많은 건물이 바뀌었고, 현재까지도 일부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적 요소를 띠면서도 베트남 것이 묻어 있고, 좀 더 심플하고 모던하게 바뀌었다.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깔끔하고 실용적인 변화다. 건물만 리모델링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원의 활동과 색깔을 리모델링 하고 있다.



박낙종 문화원장은 이러한 변화를 한마디로 말해 "과거는 공연 중심으로 주로 한국의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베트남 젊은이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즐기도록 하는 것이다" 라고 했다. 건물의 리모델링과 문화원 활동의 리모델링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가 있다. 문화원장은 문화원 프로그램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우선 문화원 공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학생들이 언제고 들어와 책을 읽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북까페를 만들었고, 태권도를 배우는 등 야외활동 장소로 문화원 앞마당을 리모델링 했다. 3층에 올라가면 방 안 한쪽 면은 유리로 되어 있는 K-Pop 연습실이 있다. 방안에는 장구, 북, 징, 꽹과리 등이 가득 놓여 있다. 이곳에서 사물놀이를 배우고 즐기며, K-Pop 율동을 연습한다고 한다. 율동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벽에 유리를 붙여 달라는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유리를 붙이게 되었다고 했다. 방에 들어가니 몇 명의 학생들이 와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하루에 수백 명의 베트남 청소년들이 문화원을 찾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자기 집처럼 항상 드나들고 있다고 했다. 이제 문화원은 이들에게 삶의 가장 중요한 공간이 되어 있었다.



K-Pop '경연대회' 를 '팬클럽 축제' 로

작년까지는 K-Pop 콘테스트가 열렸었다. K-Pop을 잘 부르는 베트남 젊은이를 선발하기 위해 베트남 전역에서 예선전을 거쳐 본선 행사에서 우승자를 뽑는 것이다. 우승자에게는 한국에서 치러지는 전 세계 K-Pop 경연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해 주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누구나가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축제형식으로 행사를 리모델링했다. 결과는 대성황이었다.

지난 4월 15일부터 20일까지 6일간 하노이에서는 한국문화원 실내외 공간과 야외 공연장(Cung Xuan)에서 'K-Pop 팬클럽 축제' 가 개최되었는데, 1,500여명의 팬클럽 회원들이 참여하였다. 6월 22일 호찌민 화빈극장에서 있었던 축제에는 남부지역에 있는 35개 팬클럽이 참석하여 대단한 열기를 띠었다. 이 행사는 '자율', '경쟁', '봉사' 라는 표어를 내걸고 진행되었다. 이 축제는 자율이라는 표어에 맞게 팬클럽 회원들 중에서 선정된 위원회가 모든 행사를 기획하고 구성하여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경연은 과거와 달리 우승자를 뽑기 위한 경합이 아니고, '경쟁' 을 통해 더 노력하고 발전하자는 취지가 담겨있었다. 이 행사에서 찾은 최대의 수확은 '봉사' 다. 위원회 자체적으로 행사 입장료를 받기로 결정하고 1인당 2만동을 받았다. 입장한 1200명이 하나도 빠짐없이 입장료를 내어 24,000,000동의 수익이 발생했고, 스스로 장터를 만들어 물건을 팔아 남긴 수익금 등을 합하여 미화 1400불의 이익이 발생했다. 이 모든 수익금을 불우 청소년들을 위해 기부했던 것이다. 스스로 참여하고, 즐기고, 나눔까지 실천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축제를 만든 것이다. 나만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고 나눌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심어준 것이다.



문화 축제를 '봉사' 로 완성하다

지난 5월 17일 하노이 보데 파고다(BoDe Pagoda)에서는 사찰 창립 이래 처음 있는 놀라운 공연이 개최되었다. K-Pop 팬클럽 회원들 140여명이 참여하여 보데 사찰에서 K-Pop 공연을 한 것이다. 문화원 회원들이 만든 한국의 '콩쥐팥쥐' 를 보여주어 흥미를 돋구었고, 타아라 팬클럽의 멋진 K-Pop 공연을 통해 신명을 높였다. 이 사찰에는 250여명의 고아들이 보호되고 있다. 이들에게 베트남 K-Pop팬클럽이 들려주는 율동과 노래는 새로운 희열과 삶에 대한 열망을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했다. 이 공연이 얼마나 신선하고, 희열과 용기로 가득 차게 했는지, 박낙종 문화원장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비구니 스님이 문화원장의 손을 꼭 잡고 고맙다는 말을 몇 번씩 하더니 끝내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통역원의 말에 따르면 자기가 이곳에서 생활한 이래 이런 감격스럽고 희망찬 공연은 처음이라며 정말 고맙고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단다.

이 행사가 이루어 질 수 있었던 것은 하노이에서 진행된 팬클럽 축제가 종료된 직후 4월 24일에 K팝 팬클럽 회원 40여명이 중심이 되어 '문화원 예술 봉사단' 을 결성한 결과였다. 이 자원봉사단의 뜻 깊은 취지에 롯데건설 하노이지사, 호찌민 공산당 청소년 단체 소년궁, 뽀로로 베트남 저작권 소유기업인 VK미디어도 동참했다. 보데 사찰에서 있었던 행사에서 이들 참여기업들이 준비한 선물들을 공연 후 나눠주며, 베푸는 기쁨, 나눔의 보람을 팬 클럽회원들은 흠뻑 느꼈다고 한다.



'V-Pop' 을 꿈꾸며

전 세계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한류의 대표 브랜드 K-Pop을 우리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뿌리에 들어가 보면 K-Pop은 순수한 한국 고유의 전통가요는 아니다. 팝송과 일본가요 등 다른 나라 가요들의 리듬과 율동 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가사에도 상당히 많은 영어 가사들이 들어 있다. 사실 K-Pop이 태어나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세월동안 팝송을 따라하며 이에 심취해 있었다. 팝송을 단순히 따라 했던 모방 단계를 거쳐, 남에 것을 내 것으로 소화하고 체화시킨 단계를 지나 이제 새로운 K-Pop이란 우리만의 창작물을 만든 것이다. K-Pop이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했건, 그 안에 진정한 뿌리가 무엇이건 K-Pop은 한국의 노래요 한국의 대표 문화 상표가 된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 사람이 작곡하고 한국 사람이 노래하는 한국인의 가요가 되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지면 그 어떤 나라의 문화도 고유하고 순수한 것은 없다. 남에 것을 따라하고 모방하다 자기에게 맞게 재창조 하며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렇듯 자랑스러운 K-Pop 열기를 베트남 입장에서 보면 '문화 종속' 이라는 우려를 숨길 수 없다. 우리나라도 과거 젊은이들이 팝송에 심취되어 있을 때 미국문화 종속을 우려 했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문화 현지화(또는 토착화)' 가 이루어 진 것이다.

단지, 문화 현지화가 좀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남에 그늘 밑에서 벗어나는 '자율' 이 필요하다. 현재 하노이 한국문화원에서 진행하는 리모델링을 이런 측면에서 해석해 본다면 '문화 토착화' 를 지원해 주는 엄청난 변화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시도로 인해 K-Pop을 넘어 베트남에서 새롭게 창조 될 V-Pop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현대 사회에서 일방적인 것은 오래 갈 수 없다. 상호 소통이 일어나야 하고 상호 발전이 이루어져야 오랫동안 동반할 수 있는 것이다.


(편집팀/김종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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