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동의 없이 아이 데리고 떠난 베트남 아내‘형법상 약취죄 처벌 못해’무죄 확정
남편 동의 없이 아이 데리고 떠난 베트남 아내‘형법상 약취죄 처벌 못해’무죄 확정
  • 베한타임즈
  • 승인 2013.06.2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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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처벌 기준 첫 판단 의미 있어

남편과 상의 없이 어린 아들을 데리고 고국으로 돌아간 베트남 여성에게 형법상 약취죄를 물을 수는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0일 국외이송약취, 피약취자 국외이송 등의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여성 A(26)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약취란 형법상 폭행이나 협박 등 불법적인 힘을 동원해 피해자를 데리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단순히 부모 중 한 명이 자녀를 데려갔다는 것만으로 이런 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다.

A씨는 2006년 2월 한국인 남성과 결혼, 2007년 8월 아들을 낳았다. 가족 관계에 적응 못하고 불화에 시달린 K씨는 남편이 출근한 사이 생후 13개월이 채 안된 아들을 데리고 친정이 있는 베트남으로 떠났다.

검찰은 A씨를 국외이송약취죄로 기소했다. 어린 아들을 약취죄의 피해자로 본 것이다. 그러나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다수의견으로 K씨를 약취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부모 중 한 명이 자녀에게 폭행이나 불법적인 힘을 행사하지 않고, 사는 곳을 옮겨 보호와 양육을 계속했다면 약취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고 밝혔다.

대법원은 "A씨가 아들을 베트남으로 데리고 간 것은 친권자인 엄마로서 줄곧 맡아왔던 보호·양육을 계속 유지한 행위이므로 약취 행위로 볼 수 없다" 고 판시했다. A씨의 아들은 베트남의 외가에서 잘 양육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버지와 사는 것에 비해 아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하기도 어렵고,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힘이 동원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최근 한국에서도 국제결혼과 다문화가정의 증가로 부모 중 한 명이 일방적으로 자녀를 데리고 출국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번 사건은 어떤 행위가 형사 처벌되는지 판단기준을 선언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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