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유학생 울리는 한국 교육기관 배째라 행태
베트남 유학생 울리는 한국 교육기관 배째라 행태
  • 베한타임즈
  • 승인 2023.08.0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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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기준 한국에 유학 중인 베트남 학생들은 3만8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중국 유학생은 감소 추세인 반면, 베트남 유학생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한국행 유학 수요가 늘어나면서 갖가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내 일부 대학과 직업전문학교 등이 베트남 유학생의 등록금을 장기간 환불해 주지 않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해외에 있어 대응이 쉽지 않고 감독 기관들은 “민사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라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3~6월 베트남 국적 학생 55명이 전북 전주 소재 4년제 사립대학인 A예술대학교에 지원했다. ‘어학연수(D-4-1)’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 유학을 추진했는데 한 학기 등록금은 447만원이었다. 비자 발급을 위해선 등록금을 납입해야 하기 때문에 입학 전에 이를 지불했다.

문제는 55명 중 절반이 넘는 31명의 학생들이 비자를 받지 못했거나 개인 사정으로 유학을 포기한 것. 당연히 이들은 학교에 미리 냈던 등록금 환불을 요청했고 학교 측도 환불을 약속했지만, 1년 넘도록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이들의 유학을 대행한 하노이의 한 유학원 원장은 “일부 학생이 독촉을 하는데, 학교는 묵묵부답이라 개인 돈으로 우선 환불 처리를 한 사례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학교로부터 등록금을 돌려받지 못한 학생은 10명이다. 이들이 낸 447만원은 지난해 베트남 임금 노동자들의 월 평균 소득(35만원)을 고려했을 때,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A대학 관계자는 “지방 사립대의 만성 재정 부실과 학교 재단 변경 문제 등 내부 사정이 겹쳐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고 주장했다. A대학 측은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환불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A대학 뿐 아니라, 이 같은 일들이 고용노동부 인가를 받은 직업전문학교 등 다른 한국 내 교육기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일본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 다오하이윽(32)은 지난해 1월 베트남 현지 유학원을 통해 알게 된 서울 소재 B직업전문학교에 한 학기 등록금 400만원을 납부했다. ‘K-뷰티’의 영향으로 서울에서 미용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대출까지 받았다.

그런데 봄이 다 지나도록 최종 입학이나 비자 발급 여부 등에 대해 확답을 받지 못했다. 고민 끝에 한국 유학을 포기한 그는 등록금 환불을 요청했고 이후 학교 측은 2차례 연락을 해와 환불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년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한푼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달 소득의 3분에 1 이상을 대출 이자로 내고 있다며 “학교 뿐 아니라 한국이란 나라를 믿지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문제의 B 직업학교는 국내외 학생을 대상으로 경찰ㆍ경호ㆍ사회복지ㆍ미용 분야 등의 직업 교육을 제공하는 사설 직업교육기관이다. 외국인들은 일정 조건을 충족한 이 같은 기관에 입학해 교육을 받을 목적으로 ‘우수사설기관 외국인연수(D-4-6)’ 비자를 발급 받을 수 있다. 교육생의 등록금 납입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연수 기관이 준비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제출하면 비자 발급 여부가 결정된다. 이 학교 입학 서류에 따르면, 만약 비자를 받지 못한 지원자가 환불을 신청할 시 규정상 2개월 내에 돈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다오와 같은 시기 B 학교에 입학하려다 출입국 서류 제출 지연 등의 문제로 유학을 포기한 베트남인 23명은 현재까지 등록금 환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학교는 3년 전에도 우즈베키스탄 국적 학생들의 등록금을 장기간 환불해 주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를 직접 찾아 항의했지만 학교 측이 면담까지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기관인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민사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등록금 환불 명령 등 조처를 내리긴 어렵다. 대신 문제가 있는 기관에 대해 계도만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과 연계된 베트남 현지 유학원 측은 법적 대응까지 준비하고 있다. B 학교에 총 9명을 유학 보낸 ATM 유학원 측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여러 차례 학교를 직접 방문하고 항의했지만 소득이 없었고, 환불에 필요한 서류를 달라고 해 전달했지만 역시 감감 무소식이다. 학교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B 직업학교 관계자는 “환불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우리 대응에 문제가 있다면 경찰에 신고하든, 법적 대응을 하면 된다”며 배째라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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