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FDI의 35년 역사: 베트남 전체 GDP 중 19% 차지...기술 이전 비효율성은 문제
베트남 FDI의 35년 역사: 베트남 전체 GDP 중 19% 차지...기술 이전 비효율성은 문제
  • 베한타임즈
  • 승인 2023.11.2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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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FDI 상위 10위

지난 35년 동안 베트남에 등록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크게 증가했다. 1988년 당시 불과 200만USD였던 베트남의 FDI는 현재 5240억USD로 급증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FDI 프로젝트는 3만6000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총 투자 금액은 4410억USD로 이 중 57%는 집행이 완료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988년 베트남은 남부에 소재한 바리아(Ba Ria)-붕따우성(Vung Tau)에서 최초의 FDI 프로젝트를 유치하며 경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하지만 그 후 초기 몇 년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베트남 투자를 주저했으며, 베트남에 유입되는 자본과 프로젝트 규모는 미미했다. 

1991년부터 FDI 성장세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당시 외국인 투자는 큰 물결을 이루며 베트남에 유입됐는데, 프로젝트 및 자본 규모는 지속해서 기존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많은 업계 대기업들은 제조업 외주를 위해 베트남에 모여들었다. 이중에는 대만의 신발 제조기업인 포우첸(PouChen), 펭타이(Feng Tay)를 비롯해 일본의 오토바이 제조 기업인 혼다(Honda)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1998년 아시아 금융 위기로 인해 베트남 FDI 시장은 동결됐고 2002년 까지 회복하지 못했다.

2006년에 베트남은 미국의 반도체 생산 기업인 인텔(Intel)과 한국의 철강 기업인 포스코로부터 수십억 달러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를 유치했다. 이를 계기로 베트남은 제 2의 FDI 붐을 일으키며 FDI 100억USD 유치라는 신기록을 경신했다.

2008년 베트남의 총 등록 FDI 규모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720억USD를 기록했다. 같은 해 한국의 삼성 그룹은 베트남 박닌성(Bac Ninh)에서 최초로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현재 삼성은 베트남의 가장 큰 외국인 투자 기업이다.

하지만 2008년에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베트남의 FDI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베트남에서 실제로 집행된 FDI 규모는 약 100억~110억USD에 머물렀다. 이는 당초 계획된 금액을 크게 하회하는 규모였다.

2015~2019년 동안 베트남에 유입된 FDI는 다시 상승세로 접어들며 제 3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 당시 FDI 흐름은 2005~2008년 때처럼 급증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20년 초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해외 투자는 잠정 중단됐으며 이로 인해 베트남의 FDI는 하락했다.

35년이 지난 현재를 기준으로 한국, 싱가포르, 일본은 베트남 FDI에서 상위 3개 국가에 포함돼 있다. 미국은 베트남 FDI 규모에서 10위 권 안에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9월 초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는 포괄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격상됐다. 이로 인해 베트남은 세계 경제 1위 국가인 미국의 FDI가 급증해 베트남 FDI 시장은 제 4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2000년에 초반부터 FDI는 베트남 경제에서 핵심 주축으로 점차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현재 FDI는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에서 19%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일자리 중에서 35%를 기여하고 있다. 반면 기업 규모 측면에서는 3% 만을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경제 성장의 3가지 동력에는 투자, 내수, 수출이 포함돼 있다. 그중에서 FDI는 수출 분야에서 힘을 보탰다.

지난 1995년 외국인 기업들은 베트남 전체 수출에서 27% 만을 기여했다. 베트남 현지 기업들이 차지하는 수출 물량은 73%에 달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역전됐다.

지난 35년 간 외국인투자 추이

베트남에서 매출 100억USD를 상회하는 주요 수출 제품 8가지 중에서 6개는 FDI 기업이 생산하고 있다. FDI 기업은 해당 시장 점유율 중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FDI 기업들은 최첨단 제품 수출 물량 중에서 약 98%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에는 컴퓨터, 전자제품, 휴대폰, 기타 부품 등이 포함돼 있다.

한편 FDI 산업은 베트남 국내 산업에 비해 효율성이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5~2021년에 해당하는 17년 중에서 12년 간 FDI는 성장 및 매출 역량 분야에서 민간 및 공공 산업을 앞질렀다. 민간 및 공공 산업은 베트남 국내 산업의 양대 주축이다. 일부 FDI 대기업들은 해당 기간 동안 순손실을 기록한 경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현지 산업을 앞서는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0년부터 FDI 산업의 수익은 베트남 공공 산업을 앞서기 시작했다. FDI 수익률은 베트남 민간 산업 보다 2~3배 더 높았다.

인력 분야를 살펴보면, 1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 중에서 56%는 FDI 기업으로 파악됐다. 베트남 대기업 중에서 절반 이상은 외국인 자본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 산하 외국인투자국(FIA)의 판흐우탕(Phan Huu Thang,) 전임 사무총장은 “베트남은 FDI를 유치하면서 GDP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더 나아가 베트남은 해외 협력을 강화할 수 있었으며 세계적인 위상도 높아졌다”라고 언급했다.

판흐우탕 전임 사무총장은 “FDI 덕분에 베트남 기업들은 기술력과 경영 역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중에서 많은 베트남 현지 기업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자립으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해당 업종에는 부동산, 석유, 교통, IT 등이 포함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FDI 산업에는 일부 한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기술 이전 과정이 비효율적이거나 FDI 기업 및 국내 기업 간 협력이 부족한 사례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FDI 기업 중 13% 만이 외국인 투자자 및 현지 기업 간에 합작투자 및 협력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외에는 외국인이 100% 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5년 동안 FDI 기업들은 약 400 건에 달하는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중에서 베트남 현지 기업이 포함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흐우탕 전임 사무총장은 “베트남의 지원 산업은 충분한 발전 단계를 거치지 못했다. 지원 산업은 제조 부품 및 중간재를 공급하는 모든 업종을 의미한다”라며 “베트남 정부는 숙련된 인력을 훈련하는데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베트남 기업들은 FDI 기업과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술을 공유한다면 누구에게 해당 기술을 이전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판흐우탕 전임 사무총장은 “1990년대에 혼다 기업은 베트남에서 최초로 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혼다는 몇 십 곳에 달하는 베트남 현지 공구 계약 업체들을 물색했다. 대부분 국영 기업이었다. 하지만 혼다는 자동차 부품이나 액세서리를 생산할 수 있는 파트너 기업을 단 한 곳도 찾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산업 연구 전문가인 응웬티쑤안투이(Nguyen Thi Xuan Thuy)는 “베트남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라고 언급했다.

FDI 기업과 베트남 현지 기업 간의 협력은 아직 규제 대상이 아니다. 현재 해외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는 베트남 현지 기업도 소수에만 국한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더불어 FDI 프로젝트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일부 경우 베트남에 많은 피해를 입혔다. 이중에는 2010년에 동나이(Dong Nai)에서 발생한 베단(Vedan) 기업의 폐수 처리 사고와 2016년 포르모사(Formosa) 폐기물 처리 사건이 포함돼 있다.

2018년에는 많은 FDI 공장들이 파산한 뒤 기업 대표들은 베트남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잠적한 사건이 발생했다.

판흐우탕 전임 사무총장은 “35년 전 베트남은 시장 경제, 기술, 금융 분야를 관리할 수 있는 기반시설과 제도가 전혀 없었다. 지난 35년의 과정을 살펴보면 FDI는 성공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에 유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는 차별화된 관점을 견지해야 할 것”이라며 “FDI를 잘 활용하려면 해외 기업을 유치하는 데 중점을 두기 보다는 해외 기업과 협력하는데 더욱 핵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판흐우탕 전임 사무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자본 흐름이 변하고 있다. 이를 베트남에 유치해 또 다른 투자 전성기를 맞이하려면 베트남은 많은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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