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강한 나라가 아닌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
"부강한 나라가 아닌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
  • 베한타임즈
  • 승인 2016.10.0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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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가장 힘주어 외친 말은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런데 현 상황을 보면 우리들이 그리 행복해 보이는 것 같지 않다. 정치권은 하루도 그칠날 없이 시끄럽고, 서로간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는 느낌이다. 미르, 케이스포츠재단 파문은 도대체 문제의 근원이 어디에까지 미치고 있는지 낙담하게 한다.

반면 히말라야 동쪽 끝에 있는 가난하고 작은 나라 부탄의 국민 97%는 행복하다고 답한다. 이들은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주로 농사를 짖고 살고 있다. 대부분이 불교 신자인 이들은 '현재에 만족하라' 라는 가르침에 따라 욕심없이 사는 도를 배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갈등과 불만은 있을 수 있다. 불만과 갈등을 해소하고 이들의 행복지수를 끌어올린 사람은 정치 지도자였다. 부탄의 3대 국왕은 농노를 해방시키고, 귀족과 국왕에 속해 있던 토지를 국민들에게 분배해 주었다. 이를 통해 비록 가난하지만 거지가 없는 평등한 사회를 이룩하도록 했던 것이다. 더 나아가 4대 국왕은 ‘국민총행복위원회’를 두어 국가의 모든 정책은 이 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했으며, 국가의 목표를 경제성장이 아닌 국민행복에 맞추었다.

국민행복에 초첨을 맞춘 또 한 명의 지도자가 있다. 체코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바츨라프 하벨은 "부강한 나라가 아닌 국민이 행복해 하는 나라를 만들겠다" 고 선언했다. 체코는 1990년 구 소련이 붕괴되면서 공산주의 체제에서 민주공화국으로 대전환을 이룬다. 1968년 '프라하의 봄' 사태를 통해 그토록 갈망했던 자유를 되찾은 것이다. 초대 대통령으로 바츨라프 하벨이 당선된다. 새로운 체코 정부를 만들면서 국가의 부강과 경제발전 보다 국민행복에 우선순위를 두는 정책을 펼치게 되었고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여행하게 되면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세 도시 프라하는 연일 관광객으로 물결친다. 그런데 이토록 고풍스럽고 우아한 중세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음울해 보이는 시커먼 동상이 프라하 시 중심부 중앙 광장에 우뚝 서 있다. 바로 얀 후스의 동상이다. 얀후스(Jan Hus, 1372년? ~ 1415년 7월 6일)는 프라하 대학교의 신학 교수이자 가톨릭교회 사제였다. 하지만 그는 성서를 믿음의 유일한 권위로 강조하는 복음주의적 성향을 보였으며, 로마 가톨릭 교회 지도자들의 부패를 비판하는 용감한 지성인의 길을 걷게된다. 결국 1411년 교황 요한 23세에 의해 파문당했고, 콘스탄츠 공의회의 결정에 따라 1415년 화형에 처해졌다. 하지만 그가 화형당한 이후 그의 사상을 이어받은 사람들이 보헤미안 공동체를 만들었고, 가톨릭 세력과 대치하며 30년동안 피 비린내나는 전쟁도 불사하게 된다. 얀 후스의 주장은 100년 후 마르틴 루터 등 종교개혁가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결국 그가 화형당한 불씨는 세계사를 바꾸는 결정적 역활을 하게 된 것이다.

그의 서거 500년을 맞이하여 프라하 시민은 1915년 프라하 중앙 광장에 얀후스의 동상을 건립하여 기념하였다. 보헤미안(체코인을 일컬음) 사람들 피 속엔 천성적으로 자유, 행복에 대한 갈망이 어느 민족보다 강한 것 아니었나 싶다. 이는 역사를 통해서 형성된 것일 것이다. 하벨 대통령은 국민들의 이러한 갈망을 들어주고 실행해 준 것이다.

누구나 천성적으로 행복을 추구하고 원한다.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행복을 채워주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엄청난 노력과 희생이 있어야 된다. 그중 가장 중요한 역활은 역시 지도자의 몫이다. 슬로건을 내걸고 외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질 줄 아는 모범과 희생이 있어야 한다.

현재 전 세계가 가장 머리아파 하는 부분은 부의 편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85명이 소유한 부가 가장 가난한 35억명이 소유한 부와 같은 것이 오늘날의 현상이다. 그리고 부유한 사람들은 더욱 부유해 지고, 중산층마져 붕괴되고 저소득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러한 생존의 위협을 받는 곳에서 행복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러한 모순 속에서 지도자들마져 부를 탐하거나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을 편다면 그 국가의 운명은 불보듯 뻔한 것 아니겠는가? 경제적 부가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지만, 부의 불평등 구조를 개선할 의지력을 보이지 않으면서 국민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것은 공허한 빈말일 뿐이다.

변호사 김 종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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