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동 찹쌀 도너츠의 행복
3,000동 찹쌀 도너츠의 행복
  • 베한타임즈
  • 승인 2016.10.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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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일하는 베트남 아줌마가 며칠 전부터 아침에 시장을 봐 오면서 찹쌀로 만든 도너츠를 사 갖고 왔다. 우리식 찹쌀 도너츠 같은데 속에는 달콤한 노란색 콩고물이 들어 있고 겉은 기름으로 바삭하게 튀겨서 입에 아삭하게 씹히는게 참 맛이 있었다. "이거 참 맛있는데 얼마냐" 고 물으니 3천동이라고 한다. 3천동이면 우리 돈으로 150원 정도인데 참 싼 가격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참 맛있다고 하니 베트남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산다고 했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럼 하루에 몇개나 파느냐고 물었다. 한 500개 정도 될거라고 했다. 주로 아침에 팔기 때문에 그 이상 만들어 팔기는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에 30만동 정도 순수익을 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내 생각엔 더 될 것 같지만, 아줌마의 추정에 의한다 할지라도 한달이면 9백만동의 순 수익을 올린다. 거리에서 하는 작은 가게 또는 노점상일 것이니 세금도 거의 내지 않을 것이다. 미화 약 400불을 버는 알소득자이다. 우리 사무실에서 일하는 대학을 졸업한 베트남 직원 초봉보다 많은 소득이다. 아줌마의 말에 따르면 튀김기름을 자주 갈아 신선을 유지하는 등 나름대로 고객만족을 위한 장인 정신도 갖고 있는 듯하다.

이런 대화를 통역해 주던 아내가 얼마전 텔레비전에서 본 한국의 꽈배기 장사 이야기를 해 주었다. 꽈배기 4개에 1,000원을 받는데 줄을 서야 살 수 있다고 했다. 보통 1개에 천원하는 것을 4개씩이나 주니 일단 싸서 매력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TV 프로그램 진행자가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장사한 금고에서 돈을 모두 꺼내 세어보니 100만원이 넘었다고 했다. 형제 부부 4명이서 장사를 하는데 하루 평균 10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고 했다. 50%를 원가로 제한다고 해도 1달이면 1,500만원의 소득이고, 두 집에서 나누어도 750만원의 수익을 갖게 된다. 물론 공휴일 몇 번을 쉬게 된다면 이것보다는 적어질 것이다. 어쨌든 이정도면 한국에 있는 필자의 법률사무실에서 일하는 초임 변호사보다도 많은 소득이다.

요즘 필자가 생각하는 것은 '작은 행복' 이다. 특히, 해외에서 필요한 마음 가짐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현재까지 베트남은 저가 시장이다. 모든 것이 싸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여 우리생활에 맞는 소득을 창출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마음을 비우고 작게 출발할 수도 있다. 오히려 아주 작은 자본으로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문제는 작은 것에 만족해 하고 행복해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어쩌면 흔히들 일확천금 시장이라고 말하는 블루오션과는 상반된 개념이다.

베트남 시장보다 10년의 시간을 앞서 있는 것이 중국시장이다. 베트남과 중국은 개방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많이 닮아 있다. 두 나라는 구 소련과는 달리 공산주의 정치 구조에는 변화를 주지 않고 경제적으로만 개방정책을 써 왔다. 이런 점에서 중국 시장 트렌드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되면 베트남 시장의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중국 내수 시장에서 한상들의 위상이 어떤지 살펴보자. 중국 내수 시장은 점점 커져가지만 한국상품, 한국상인들의 위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인들에게도 한류가 있고, 우리 상품에 대한 기호도가 높은데 왜 그럴까? 필자는 이것을 작은 것을 소홀이 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해 본다. 소비력이 약했던 과거 중국 시장에서 한상들이 할 수 있는 비즈니스란 10% 부자층을 상대로 고급 시장에만 주력하는 것이었다. 90%의 서민들이 살고 있는 저가 시장에는 낮은 소득을 우려하여 외면했고 발들여 놓으려 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베트남 내수 시장에서의 우리 모습이기도 하다.

문제는 90% 서민 시장이 계속 커져간다는 것이다. 결국 그 시장 규모는 10% 부자층보다 더 커져가고 마침내 시장의 트랜드를 주도하게 된다. 하지만, 소비력이 약할 때 미리 씨를 뿌려 놓고 진지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시장이 성숙한 상태에서의 외국인의 진입은 차단되게 된다. 특히, 베트남 사람들은 유난히 브랜드 충성도가 강하다. 하나에 3천동하는 참쌀 도너츠를 팔아 작은 행복을 가꿔 가며 자신의 고유 가치와 브랜드를 만들어 간 사람이 시장을 주도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하찮아 보이는 것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요즘 많은 한국 대학들은 해외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서 진행하는 해외 교육 프로그램인데, 과연 이런 과정을 거쳐 몇 명이나 실제로 해외에서 창업할 수 있을까? 자본력도 없고, 경험도 없는 젊은이들이 성공적인 창업을 더구나 해외에서 실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젊은 용기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베트남 저가 시장에 발을 딜여 놓는다면 의외의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아이템이나 구체적 실행 방법에서는 많은 연구와 고민이 따르겠지만, 무엇보다 작은 것에 만족해 하고 행복해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낮은 소득력으로 살아갈 용기를 낸다면 도전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유럽의 최고 지성이라고 하는 쟈크 아탈리가 최근에 낸 책 '항상 당신이 옳다' 에서 미래세대는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지독한 고통과 어려움이 예견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존의 방법으로 각자의 선택과 용기를 칭찬하고 있다. 단지, 자신의 작은 행복을 소중히 가꾸어 갈 수 있는 선택이라면.

변호사 김 종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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