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베트남 ‘한·베 함께 돌봄 프로젝트 출범’
한국-베트남 ‘한·베 함께 돌봄 프로젝트 출범’
  • 베한타임즈
  • 승인 2016.11.02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을의 내음이 짙어가는 호치민의 저녁나절. 베트남에 무슨 가을이냐 싶겠지만 10여년을 베트남에 몸을 담아온 필자로서는 이제 이 곳 나름의 계절의 변화를 몸과 마음으로 느낄 만큼 되었다. 전생에 베트남과 무슨 인연이 있었을까. 식물도 자리를 옮기면 몸살을 하는 것처럼 고통으로 느껴지던 처음 몇 년의 베트남이 이제 한국보다 편해진 제 2의 고향이 되었다.

필자가 호치민 음대와 인연이 되어 베트남에서 음악활동을 하면서 많은 훌륭한 베트남 음악가들을 만났다. 그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이 풀어낸 인생의 역정을 듣노라면 내 자신은 정말 평탄한 삶을 살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음악을 같이 연주하다 보면 솔직히 그 음악가의 인격, 성격을 다 엿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관객이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소름 끼치게 여린 페세지를 연주하려면 그 마음에 진실한 겸손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청중이 눈을 들어 거대한 세계가 다가오는 것 같은 광대한 포르테를 느끼게 해주려면 거짓없이 정진된 기량과 빈틈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베트남 계 최고의 국제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쩐 응옥(Stephane Tran Ngoc)과 필자가 콘서트를 앞두고 리허설을 했다. 몇 차례 연주회를 통해 서먹한 감이 사라지고 서로 자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을 정도가 되었다.

파리로 유학간 베트남 아버지가 외로운 유학지에서 한 프랑스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했다. 가정을 이룬 아버지는 이렇게 파리에서 잘 정착하나 싶었다. 첫아이인 스테판이 태어나고 둘째 아이가 임신해 있을 무렵. 아버지는 홀연히 가족을 등지고 떠났다. 왜? 이유는 모두에게 있는 법, 어찌 알 수 있으랴. 홀몸이 아닌 채 홀로 된 이 프랑스 어머니는 스테판의 동생을 낳고, 자신의 어머니 즉 아이들 외할머니와 두 아이를 힘들게 길러낸다.

교사였던 가난한 어머니는 마을에 있던 음악 학교에 두 남매를 보냈다. 이 음악학교에서는 1년에 10유로만 주면 바이올린을 빌려준다. 피아노는 따로 구입을 해야 했기에 마련하지 못하고 스테판은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자존심이 강하고 과묵한 스테판은 이상하리만큼 바이올린에 매달렸다. 하루 종일 바이올린만 연습하는 어린 아들을 보고 겁이 난 어머니는 의사를 불렀다, 의사는 스테판을 보고 하루에 두 차례 정도 30분씩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로 동네를 한 바퀴 돌라고 권하였다. 스테판은 두 번씩 억지로 집 밖으로 쫓겨났지만 집 모퉁이에서 30분을 서있다가 다시 돌아와 바이올린을 잡곤 했다 한다. 그의 어린 마음 속에 아버지의 부재가 한으로 웅클어져 있다가 마침 바이올린으로 퍼부어졌으리라.

어쨌든 바이올린을 시작한지 1년 만에 차근차근 프랑스의 많은 청소년 콩쿨에 우승하고 드디어 국제 콩쿨을 휩쓸기 시작한다. 스테판은 롱티보 바이올린 국제콩쿨에서 그랑프리를 거머쥐고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이제 인터넷에서 자기 이름만 치면 다 나오는 세상인데 아버지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 어렴풋이 먼 친척을 통해 아버지는 새 장가를 가서 유럽 어딘가에 가족과 살고 있다고 들었을 뿐이다. 왜 아버지는 자기를 찾지 않는 것 일까. 이렇게 유명해져 있는데 아마 아들이 음악가가 되었다는 것이 그 아버지에게 별로 의미나 흥미가 없는가 보다 라고 그는 중얼거린다.

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스테판은 바이올린을 또 연습하고 연습한다.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다고. 그의 눈 빛에서 고즈넉한 외로움을 발견할 수 있지만 그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아버지이다. 음악가로써 괴벽과 방랑기를 가지고 있는 그를 헌신적으로 이해하는 아내와 개성이 강한 두 딸이 그에게 있다.

이상한 것은 그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그의 음악에서 그의 스토리 같은 것이 벌써 느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더라는 것이다. 이 가을에 무언가 결실을 얻어내려 하는 사람이라면 고통 속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고통을 두려워하면서 무언가는 더 얻고 싶어하는 것은 비양심적인 바램일 것이다.

[주은영 호치민 국립음악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