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도 이제 FTA시대 본격진입, 한국기업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여야 하나?
베트남도 이제 FTA시대 본격진입, 한국기업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여야 하나?
  • 베한타임즈
  • 승인 2014.05.2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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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생활 33년을 명예퇴직하고 2013년 9월 10일 KOICA 자문관으로 베트남에 왔다. 이곳에서 업무하며, 특히 나의 전직 업무와 관련하여 볼 때, 베트남이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상당히 개방 지향적이라는 것이 인상적이다. 어느 나라와도 유대관계를 맺는 데 적극적이고 주변국가와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 같다. 특히, TPP(지역경제협정),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ASEN 10개국 + 한국, 일본, 중국 등 6개국이 참여하는 지역경제협정) 같은 대규모 다자간 지역협정 협상참여 뿐만 아니라, 한국, EU, EFTA, 러시아와의 FTA 체결추진 등 양자간 협정에도 상당히 적극적이다.

베트남이 ASEAN은 물론이고 한국, EU, EFTA와 양자간 FTA를 체결하고(일본과는 2003년 이미 체결) TPP, RCEP 같은 지역 간 무역협정을 체결하면 아시아, 유럽, 미주, 태평양에 걸치는 거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하는 국가가 된다. 한국에서 FTA 협상과 이행에 종사했던 필자로서는 ‘과연 이 나라가 그 복잡, 방대, 다양한 FTA를 모두 어떻게 소활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베트남에서 현재 생산, 수출입에 종사하고 있는 업체는 물론이고 향후에 종사하려는 업체도 앞으로 사업계획을 구상함에 있어 FTA에 대한 기본지식을 갖고 그에 대처하는 것이 필수적이 되었다. 왜냐하면, 베트남에서 생산된 물품이 일정한 조건하에 위의 지역에 특별대우(preferential treatment)를 받고 수출되고 또한 수입되려면 그 조건에 맞추어 생산, 수출, 수입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조건은 한마디로 '원산지 자격(originating status)' 을 잘 갖추는 것이다. 그 '자격결정기준(origin determination criteria)' 에 대하여는 어떠한 FTA, RTA도 반드시 규정하고 있다. 본래, 이런 기준은 무역·경제적 목적으로 마련되었던 것이나 요즘은 국제정치, 외교안보적 목적이 더 고려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글을 통하여, 베트남에서 FTA를 활용하여 투자할 한국 업체가 알아야 할 주요사항을 적어 계획하는 생산, 수출입 업에 도움이 되기 바란다.

첫째, 베트남 내외에서 현지투자를 구상할 때에는 거래하는(또는 하려는) 국가가 베트남과 FTA를 체결하였는지(또는 하려는지)를 먼저 확인하여야 한다. 다음에는 동 거래품목이 FTA 특혜품목에 해당 되는지, 원산지자격 부여 조건은 어떠한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누구든지 FTA 협정문을 처음 보면 그 분량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단념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 많은 품목들을 모두 한 업체가 생산하는 것은 아니고 몇 가지 품목만 생산하므로 자기업체 해당 품목만 잘 챙겨보면 된다. 특히, 중국,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베트남과 경쟁될만한 나라와 비교하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둘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기존시장을 확대하려고 할 경우 베트남의 FTA 추진상황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 공장건립은 물론이고 원부자재 구입도 위의 원산지부여조건에 맞게 하여야 한다. 기존 거래선을 FTA 대상국으로 바꾸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베트남 이외의 나라(예; 캄보디아, 미얀마)에 외주(out sourcing)주었던 것을 베트남으로 거두어 들여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구입가격 상승, 인건비부담 증가 등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FTA로 인한 혜택(benefits)과 비용(cost)을 비교할 필요(b/c 분석)가 있을 것이다. 이 때 단기적 비용 증가에 연연하기 보다는 베트남의 전반적 대외경제 정책 흐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상기 원산지자격 부여조건 중 세번변경기준(Change of Tariff Classification)을 회사의 기본정책으로 할 것인지, 부가가치기준(Value Added Criteria)으로 할 것인지, 특정공정기준(Specific Process Criteria)으로 할 것인지도 정할 필요가 있다. 이 3가지 기준은 모두 장단점이 있으므로 각 회사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결정할 필요가 있다.

ASEAN 국가에서는 HS 4단위 세번변경기준(CTH) 또는 부가가치 40% 이상 (Regional Value Content≥40 %)을 기본원칙으로 하므로 생산자에게 융통성을 넓게 인정하고 있다. 세번변경기준은 생산에 투입된 외국산 재료와 생산된 제품 간에 일정한 수준의 HS 세번변경이 일어나면 원산지자격을 인정 하므로 비교적 예측가능하고 그 판정에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 다만, HS 세번에 관한 정확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외국산 재료의 품목수가 많으면 일일이 그 변경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아니할 수 있다. 부가가치기준은 FTA 체결 목적에 가장 부합하지만 정확한 부가가치 계산을 위하여 회사의 ERP(Enterprise Resources Planning) 또는 BOM(Bill of Material)을 FTA 규정에 맞게 개선하여야 하며 회계지식을 갖춘 고급인력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섬유, 의류 제품의 수출이 많은 베트남에서 유의할 것은, 미국은 가장 까다로운 Yarn Forward Rule(原絲기준: 원사를 가지고 의류를 생산하여야 원산지자격을 인정)을 자기들의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고, EU의 경우에는 다소 완화된 Fabric Forward Rule(織物기준: 직물을 가지고 의류를 생산하면 원산지자격을 인정)를 기본원칙으로 하므로 향후 양 진영이 베트남과의 FTA 협상 시 어느 정도로 기존입장을 주장할지 관심이다.

베트남도 직물을 외국(예; 인도, 중국산 면직물)으로부터 수입하여 의류를 생산하거나 일부 공정을 자국보다 기술적으로 우위인 나라(예:디자인과 재단을 한국에 의뢰) 또는 환경문제에 덜 민감한 나라(예:염색을 라오스,미얀마에 의뢰)에서 수행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베트남이 체결한 FTA는 원산지증명서를 공공 기관(세관, 상공회의소, 산업무역부에서 위임한 기관 등)에서 발급하는 '기관 발급제' 인 데 EFTA, EU는 물론이고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이 '자율발급제' 이므로 앞으로 EU, TPP와의 협상 시에도 '기관발급제' 를 주장할지 관심이다.

'기관발급제' 하에서도 원산지증명서 발급에 필요한 핵심자료는 생산자, 수출자가 제공하므로 위에서 설명한 내용은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원산지재료(material)' 에 관하여 언급하였으나 '원산지부여 생산공정 (process)' 도 재료만큼 중요하다. FTA 체약국간에 행하여진 생산 활동은 '누적원칙(accumulation)' 에 따라 합쳐서 고려되므로 '외주(outward processing)' 또는 '하청(sub-contract)' 을 줄 때에는 FTA 체결국인지 여부를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베트남 내 투자지역 선정과 관련하여 유념할 것은 베트남 정부의 투자유치 기본정책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북부(수도 하노이 이북)지역 진출을 적극 권장하고 각종 혜택을 주는 것 같다. 국토(한반도의 1.5배)의 균형발전과 대중국 교역의 편리성을 고려하는 것 같다. 하이퐁 항만 및 철도확장, 공단 추가 건설 및 고속도로 신설, 각종 세제혜택 부여도 북부지역 개발과 진출을 지원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삼성전자도 북부지역에 진출하고 있다.

FTA 이행과 관련된 베트남의 관세법령 체계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다. 법령체계가 대륙법 형으로 단계적(헌법→법률→시행령→시행규칙→고시→지시)으로 되어 있는 점은 전자이고, '해관법', '수출입법' 형태와 세관(해관)공무원이 지방 성(省)·시(市) 소속으로 되어 있는 것과 수출물품(원유, 석탄, 철광, 목재 등 94개 품목)에도 '국경관문에서 판매되는 가격' 을 기준으로 과세('수출세')하고 '세관사용료' 를 내는 것은 후자이다. 법규제정은 중앙정부기관(재무부, 해관총국)에서 하지만 세관공무원은 지방정부기관에 소속되어 있어 '법규집행에 있어 효율성과 일관성이 떨어진다' 라고 한다. 또한, '정산절차' 가 널리 도입되어 있어, 원료수입 후 제조수출, 경제특구·보세구역 내 생산업체의 정기보고 시에도 하므로 업체들에게 꽤 부담이 된다고 한다. 수출입 통관은 Paper와 P/L을 병행하고 위험도에 따라 Red, Yellow, Green Channel 로 구분하여 검사비율을 달리하고 있다고 한다.

2013년부터 전자통관 시스템을 모든 성(省)에 도입하고 2015년부터는 전국적 네크워크로 연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또한, 현행 2005년 '해관법' 을 전면 개정하여 전자통관시스템 시행에 따른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원산지증명서 등 원산지관련 업무수행 근거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베트남은 높은 잠재력과 발전가능성을 지닌 유망한 투자대상국이라고 생각한다. '다문화 가정', 기업가· 근로자 등 기존의 활발한 인적 교류와 '한류' 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업체들이 이 가능성과 기회를 적극 활용하여 양국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바란다.

(KOICA 자문관/전 관세청 FTA협상대표, 세관국장/관세사 박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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