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탈 세계화 탈 국제화 시대의 원년이 될 것인가?
2017년, 탈 세계화 탈 국제화 시대의 원년이 될 것인가?
  • 베한타임즈
  • 승인 2016.12.0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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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세계는 그 어느 해보다 독특하고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이러한 패닉적 경험은 영국과 미국에서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예상을 깬 결과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지난 6월 세계는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으로 그 경제적 여파를 계산하느라 분주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트럼프의 당선에 따라 더 깊은 시름에 빠지고 말았다. 작지만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당선도 예상을 깬 반전이었다. 도대체 세상은 왜 이처럼 보편 타당한 선택을 버리고 비상식적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그런데 세계인들의 이 같은 파격적 선택 현상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하나의 일맥상통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국제정치학 전문가 페데리코 피에라치니는 최근 발표한 기고문에서 이러한 현상의 공통점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그것은 바로 국제화, 세계화에 대한 거부라는 상통점이다. 국제화, 세계화라는 용어는 미래지향적 선진국가, 선진사회로의 이행을 의미하는 가장 멋진 말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지난 30년 동안 각국의 국가발전 목표로 삼은 아젠다였다. 하지만 2016년에 이르러 세계를 이끌어 온 미국과 유럽의 핵심인 영국에서 이를 거부하겠다는 국민적 의사표시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면서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일극주의로 치달았다. 그리고 미국 중심의 연합은 세계화(Globalization), 국제화로 치장되었다. 이 즈음 출범한 김영삼 정부도 세계적 트랜드에 따라 세계화, 국제화를 중요정책으로 추진하였다. 이러한 기류에 편승하지 못하면 변방국가의 촌놈으로 추락이라도 하는 듯이 목에 힘을 주어 강조했다. 세계의 두 축으로 작용했던 소련이 사라지고 난 후 미국 중심으로 재편된 일극주의는 세계화, 국제화의 기류 속에서 더욱 힘을 얻어갔고, 2001년 9.11 사태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미국의 큰 목소리는 극에 달했다.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로 이어지는 미국 대통령들은 ‘인도주의적 개입’이라는 명분 아래 코소보,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참혹한 전쟁을 수행하였다. 그렇지만 인류 평화를 위해 굳은 일을 수행하는 전사처럼 말이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새끼 양' 같이 순결하게 시작한 미국이 어느 순간엔가 큰 목소리로 천하를 호령하는 '짐승'이 되어 있었다. 천혜의 땅 미대륙에서 신에 축복으로 부강하게 된 청교도의 국가 미국은 어느 순간엔가 타인의 종교에 간섭하고 타인의 삶을 좌지우지 하는 불편한 참견자가 되어 있었다. 미국의 이 같은 이상한 변신은 이미 예언 된 운명이었다. 하기야 개인이든 국가든 억압받는 피지배자에서 힘있는 지배자로 변신했을 때 권력을 휘두르게 되어 있는 것이 속성이고, 이것이 역사였다. 미국의 정체성 변신에 대해 옳으니 그르니 논할 필요도 없이 미국인들은 미국의 정치 현실 자체에 대해 아주 많이 화가 나 있었다. 남의 나라에 불편한 간섭을 하기 위해 쓰는 돈을 자국민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는 호소였다. 이것이 백성들의 단순한 요구사항이었지만, 지성인들은 나름 미국의 이상스런 정체성 변신을 우려하며 다시 순결한 '새끼 양' 으로 돌아가길 희망했다. 벤 카슨을 비롯한 상당한 지성인들이 괴짜 트럼프 캠프에 합류한 것은 바로 이 같은 뜻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 방향성' 때문이었다.

이제 분명해 진 것은 미국은 쓸데없는 외부 간섭을 자제하고 자국이익에 충실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트럼프의 승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나라들이 있다. 튀니지 카르타고대학 국제법 교수인 마르웬 보우아가 최근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이들 나라들은 트럼프의 승리를 축하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를 축하하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을 이끄는 대통령이 되었다면 남편이나 전직 대통령의 예에 따라 '인도주의적 개입'을 당연한 정책으로 추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특별히 안도의 한숨을 쉬는 곳은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국가로 분류되는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아시아개발도상국들이라고 언급한다.

세계를 하나의 열린 사회, 연맹사회로 만들겠다는 정치이념은 이제 한풀 꺽일 듯하다. 특히, 경제적 효과가 크리라고 기대했던 경제 공동체제는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을 통해 들어났듯이 경제적 효과에서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한 나라가 출렁이면 같은 연맹체로 묶여 있는 다른 나라까지 나쁜 효과들이 물결쳤다는 점이다. 특히, 2009년 이후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유럽에서는 한 나라의 재정적자 문제가 다른 나라로 파급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뼈아프게 경험했다. 그리고 이것이 영국 국민들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해양 전에 약한 조조 군사들이 울렁이는 뱃멀미를 없애려고 배들을 하나로 묶어 놓은 것이 한 곳에서 불이 번졌을 때 다른 곳까지 전소되는 화근이 되었듯이 하나의 경제블럭으로 국가들을 결속시켜 놓는 시스템은 인류의 치명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한 것이다. 이로 인해 결속의 정치 철학적 이념을 제공한 세계화, 국제화에 대해서도 이제 회의적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사실 1990년대 세계화의 바람이 불어올 때 이미 이러한 위험을 지적한 선각자들이 있었다.

이제 인류는 새로운 시대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7년은 새로운 정치, 경제 모델이 시작되는 원년이 될지 모르겠다. 탈 세계화, 탈 국제화가 과연 각국에 좀 더 안정감 있는 정치 경제체제로 자리매김 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이라는 거대 경찰국가의 후퇴로 말미암아 중국, 러시아 같은 새로운 강자들의 세력쟁탈로 더 큰 혼란을 겪게 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필자는 일단 미국의 '인도주의적 개입'의 철회를 긍정적으로 보며, 영국의 브렉시트 같이 탈 세계화, 탈 국제화 추세에 대해서도 좋은 현상으로 보고 싶다. 왜냐하면 미래는 작은 나라, 작은 사회를 지향하면서도 국민 행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고, 사회안정 시스템을 갖춘 국가가 더욱 가치 있다 믿기 때문이다.

변호사 김 종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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