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하게 막히는 도로 '지하도시'에서 답을 찾자
심각하게 막히는 도로 '지하도시'에서 답을 찾자
  • 베한타임즈
  • 승인 2016.12.1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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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아 하노이, 호치민 시의 주요 도로들은 심각한 차량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베트남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차량 증가율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주요 도로에서의 차량 정체 현상은 더욱 심각해져 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자카르타에서 업무 경험을 갖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제일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을 꼽을 때 자카르타 시내의 심각한 차량 정체 문제를 든다. 필자가 아는 한 인도네시아 사람은 이 문제 때문에 다시 자카르트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까지 했다. 이대로 몇 십 년이 흐른다면 하노이, 호치민 시도 자카르타처럼 변모해 갈 수 있고, 이는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악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해결 할 근본적인 대책이 있을까? 호치민 시 1군 지역을 비롯한 중심가는 1900년대 초 프랑스 정부가 계획한 신도시였다. 주요 도로설계도 이에 따라 이루어졌고 차량이 많지 않고 인구 또한 적었던 그 당시에는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하지만, 100년 이상이 지난 현대도시로서는 도로 폭이 턱없이 좁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건물을 지으면서 도로 폭을 더 넓게 확보하는 등 나름대로 정책을 사용해 보지만, 도로 면을 늘어나는 차량에 맞게 확보하는 것은 물리적 한계가 있다.

지상의 도로 폭을 원하는 만큼 늘릴 수 없는 물리적 한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인류는 지금까지 대략 2가지 정도 사용해 왔다. 지상에 고가도로를 건설하는 방법과 지하도로를 개설하는 방법이다. 방콕에 가면 도시 곳곳에 고가도로들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관과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 청계천 고가도로 철거에서 보듯이 미래형 도시에서 고가도로 건설 정책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아 보인다.

그럼 지하도로는 어떠한가?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9월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언더그라운드 시티(Underground City)'를 방문했다. 주된 방문 목적은 서울시에 지하도시를 건설하는 기본 아이디어를 발견하기 위해서였다.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전체 길이 32㎞에 달하는 대규모 지하도시다. 지하 공간에 총 1700여 개의 상점, 식당, 극장, 박물관 등이 들어서 있어 사실상 도시 속의 또 다른 도시다. 몬트리올 도심 오피스 공간의 80%가 이곳과 연결돼있고 지하철역 10개, 출입구 수도 155개에 달하는 입체적 도시 개발의 대표 사례다. 몬트리올은 한겨울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도시다.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지하철 개발과 연계해 혹독한 추위에도 이용할 수 있는 도시 시설로 지난 1962년 탄생됐다. 특히, 지하 공간은 사계절 내내 온도 변화가 없어 스웨덴, 캐나다 등과 같이 혹독한 추위가 있는 지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구와 산업이 밀집하여 사용할 수 있는 땅이 부족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세계의 대도시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하도시 건설에 눈을 돌리고 있다.

더 나아가 서울시는 지하도시에 문화공간을 형성하여 문화 시티를 형성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횡단보도 설치 등으로 보행통로 기능을 상실한 지하보도를 청년창업 활성화 공간, 문화예술 창작공간 등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개방하는 등 서울형 지하공간 활용방안이 그것이다. 세운상가와 을지로 지하상가가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되고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완료해 서울역고가에서 명동~을지로를 지나 세운상가까지 지상과 지하로 연결되는 입체 보행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밖에 광화문, 종로, 옛 국세청 남대문 별관 지하, 서울광장 지하, 강남역·삼성역 일대 등 주요 도심부 지하 공간에 대해서도 새로운 형태의 재 단장이 추진 중이다.

연세대학은 학교 캠퍼스에 이미 미래형 지하도시 건설을 완성한 상태다. 선진적 개념의 지하도시 개발을 위해 지하도시개발센터(소장 임홍철 교수, 김상일 박사)를 두고 이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캠퍼스 지상에 있던 도로와 주차장을 모두 지하공간으로 내려 보내고 그곳에는 흙을 덮어 녹지 공원으로 재단장했다. 기존의 지상 백양로 구간을 관통하는 차도와 더불어 로터리와 비슷한 '교통광장'이 들어섰다. 호텔 로비처럼 차량 승·하차와 회차가 이뤄지고, 셔틀버스나 택시가 오가거나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차량 917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공간도 마련하였다. 또한 이 지하 공간에는 39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인 금호아트홀과 강당, 회의실, 강의실, 학생 편의시설도 마련했다.

호치민 시는 지하에 주차장 시설과 일정 규모의 상업시설을 형성하는 프로젝트를 허가해 준 바 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들은 개발자의 자금 사정 등의 이유로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기획보다는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규모로 지하도시를 개발하는 청사진이 필요하다. 그리고 과감한 상업적 요소들을 끌어들여 지하 쇼핑센터와 더불어 문화공간이 창출되도록 해야한다. 이것이야말로 정체되는 도로 현상을 타파하면서 미래형 도시로 거듭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호치민 시를 방문한 김상일 박사는 베트남처럼 더운 나라에서는 추운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지하도시가 아주 적합하다고 했다. 또한 100년 전에 설계된 도로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했다. 문제는 시에서 적극적인 개발 청사진을 갖고 종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개발 청사진을 그릴 때 사업적 목적으로 개발자들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몇 십 년 후 차량 도로 정체로 짜증스런 도시가 아니라 쾌적한 지하 공간에서 쇼핑을 즐기며 문화적 삶을 향유하는 하노이 시, 호치민 시가 되길 기대해 본다.

변호사 김 종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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