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은 자
예수,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은 자
  • 베한타임즈
  • 승인 2016.12.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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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구촌에서 가장 화려하고, 가장 즐겁고, 가장 흥분되는 한 주가 시작되었다. 크리스마스 성탄절 주간이다. 불교 국가인 베트남에서도 크리스마스의 들뜬 분위기는 어느 곳 못지않다. 화려하고 즐겁기만한 한 주가 지나가면 신년이 다가온다. 새해를 맞이한다는 기대로 들뜨기도 하지만, 다가오는 한 해에는 어떤 일들이 전개될가 하는 막연한 불안도 함께 밀려오는 게 사실이다.

특히, 2017년 새해는 새로운 희망 보다는 걱정거리가 더 한층 짙게 깔려 있는 분위기다.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한 미국도 그렇고, 탄핵 정국에 휩싸여 있는 우리나라도 그렇고, 막연하고 불분명한 혼돈속에 놓여 있는 분위기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주는 인물은 역시 미국 대통령이다. 2017년부터 트럼프 정부가 본격 가동되며, 그 향방이 어찌될지 전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는 분명 변화를 꿈꾸고 있다. 미국의 근본적인 변화를 기획하고 있고,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에 휩싸여 있다. 정치가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 세계를 구현하고자 꿈꾼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자신이 국회의원이 되면, 자신이 시장이 되면… 어떤 변화를 몰고 오겠다고 확언한다. 이것이 국민 앞에 던지는 그들의 약속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난 후 변화된 것이 무엇이 있었는가? 오바마 대통령이야말로 신성처럼 등장한 새 바람이었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이 대통령이 되었다.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거란 기대가 가득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났다. 물론 그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변한게 없다는 게 현실이다.

오늘 아침 한 정치가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필자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는 과거 민주주의 투사로서 투옥도 불사하며 민중을 위한 철두철미한 사상을 키웠고, 노무현 정부 때 장관직에 오르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그는 고백한다. "나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투신했고, 그 실현 방법으로 정치인의 길도 걸었었다. 하지만,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

가장 세상을 바꾸고 싶은 한 사람이 있었다. 세상을 창조한 분이기 때문에 그 열망은 당연했으리라. 하지만, 그분은 조용히 마구간에서 한 아기로 태어났고, 젊은 나이에 사람들의 질책과 비난을 받으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바로 예수이다.

그 분을 따랐던 사람들은 호산나를 소리치며, 우리의 왕이 되어 세상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불의로 가득한 세상을 청산하고, 권력에 빌붙어 재물을 탐했던 자들을 내쫓아 정의가 바로 서는 새 나라를 건설해 달라고 외쳤다. 그분 안에 이를 행할 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음을 군중들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분은 "내가 세상에 온 것은 섬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서 왔노라" (마태복음 20장 28절)고 조용히 대답했다. 높은 권좌에서 호령하고 지시할 것을 택하지 않고 가장 낮은 데로 내려와 삐둘어지고 형편없이 일글어진 사람들과 동거동락했다. 심지어는 이들을 섬겼다. 꾸중을 듣고, 질책을 받고, 혼나야 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빵을 주고 어깨를 감싸안았다. 자기를 섬겨야 했던 제자들의 발을 씻기기 위해 오히려 몸을 굽혔다.
어떤 이는 그를 능력은 갖고 있지만, 용기가 없고, 기회를 못 살리는 불운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아주 쓸쓸이 그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후 인류는 예수의 이름이 잊혀질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에서 지금껏 이 예수가 가져온 변화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온 이는 없다. 단순히 세계 인구의 상당수가 그분을 구주로 믿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 변화를 찾는 것은 아니다.

그의 모습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의 삶의 흔적을 차분히 더듬어 보게 된다면 누구도 변화하게 된다. 무엇이 이같은 힘을 만들어 낼까? 그것은 바로 '희생' 이다. 남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유익을 포기하고, 타인의 출세를 위해 길을 열어주고, 심지어는 남을 구하기 위해 생명까지 던지는 희생만이 세상을 바꾸는 힘의 원천이다.

세상을 바꾸려 하는 자가 있다면 자신을 불태워 희생하면 된다. 베트남 사람들이 왜 호치민 주석을 이처럼 높이 숭상하는가? 백성을 통치하려 하지 않고, 몸을 낮춰 희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들만이 인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자들이다. 트럼프가 미국을 진정 바꾸고 싶다면 큰 소리 칠게 아니라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희생의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국민에게 낮게 엎드려 봉사할 줄 아는 자가 있는지 찾아 내야 한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큰 소리 치며 나타나는 자는 오히려 세상을 또 다시 혼란스럽게 할지 모른다.

변호사 김 종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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