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진화한 공항범죄 ‘가짜 팻말 사기’
한층 진화한 공항범죄 ‘가짜 팻말 사기’
  • 김태언 기자
  • 승인 2018.08.13 12: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떤선녓(Tân Sơn Nhất) 국제공항은 호치민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첫번째 관문이다. 하지만 일부 여행객들에게 떤선녓 공항의 첫 인상은 그리 유쾌하지 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복잡한 공항의 인파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매치기, 그리고 가짜택시 및 일부 택시기사들의 바가지 요금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모든 것이 낯선 호치민 초행자들은 이런 범죄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호치민을 찾는 여행객들이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공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지간한 범죄 수법은 이제 인터넷을 통해 널리 공유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공항에서 택시를 탈 때는 반드시 승강장에서만 탑승하고, 유명 브랜드 택시만 골라 타야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많이 알려진 정보다.

그래서일까. 전통적인 범죄 수법이 통하지 않자 새로운 유형의 공항 범죄가 등장했다. 매우 지능화된 수법이어서 듣는 사람마다 혀를 내두르게 된다.

지난 달 출장차 호치민을 찾은 김재춘(41)씨가 이 신종 범죄의 희생양이 됐다.

떤선녓 공항 입국장을 나선 김씨. 호치민내 사업 파트너가 공항으로 차를 보내주기로 했다. 처음보는 기사가 자신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어 그는 별다른 의심없이 기사를 따라갔다.

공항 톨게이트를 빠져나가기 직전, 기사는 주차비를 내야 한다며 돈을 요구했다. 김씨는 뭔가 이상했지만 기사의 재촉에 결국 지갑을 꺼냈다. 영어로 얼마가 필요한지 물어봤지만 베트남어로 이야기하는 기사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답답해하던 기사는 지갑을 보여달라고 했고 김씨가 지갑을 벌리자 눈 깜박할 새에 속에 있던 지폐 몇장을 빼냈다.

공항에서 막 환전을 했던 김씨는 기사가 얼마나 많은 돈을 가져갔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기사는 50만동 짜리 지폐 두 장을 빼간 것으로 밝혀졌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당했다는 소위 밑장빼기수법이다. 그때까지만해도 김씨는 설마 파트너의 기사가 그런 짓을 할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온 차는 1분여 정도를 달리더니 갑자기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 그러더니 기사는 문제가 생겼다며 김씨에게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다. 영문도 모르고 차에서 내린 김씨를 남겨두고 차는 멀리 사라져버렸다.

그제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파악한 김씨는 SNS를 통해 파트너에게 연락을 취했다. 파트너는 자신이 보낸 기사가 공항에서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며 도리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결국 김씨는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다시 공항으로 향해야 했다.

다시 돌아온 입국장 앞에는 김씨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든 또 다른 기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기사는 진짜였다.

김씨가 겪은 일은 최근 보고된 신종 공항범죄 유형이다. 입국장에서 얼굴을 모르는 방문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기사 혹은 여행가이드가 들고 있는 여러 팻말 중 하나를 점찍은 후, 똑같은 팻말을 급히 만들어 진짜 팻말보다 앞쪽에 서서 방문객을 유인하는 수법이다.

일반적으로 방문객들이 공항에서 처음 만나는 기사의 신분을 묻지 않고, 팻말에 적힌 자신의 이름만 확인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더구나 떤선녓공항 입국장에는 팻말을 든 사람들이 늘 수십명씩 진을 치고 있어 가짜 팻말이 등장해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구조다.

과거 여행가방에 달린 이름표를 보고 여행객의 이름을 부르며 접근한 사기범의 사례도 있었지만, 최근 가짜 팻말을 활용한 범죄는 한층 진화한 범죄 수법이라 주의가 요구된다.

공항에서 기사 혹은 여행가이드와 미팅을 할 경우에는 사전에 이들의 신분이나 인상착의를 미리 파악해 두고, 실제로 만난 후에는 재차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