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말한다' 베트남 한인사회 릴레이 인터뷰 3
'베트남을 말한다' 베트남 한인사회 릴레이 인터뷰 3
  • 베한타임즈
  • 승인 2018.08.2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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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 특집시리즈 3부작 [문화예술 분야 인사]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을 방문해 ‘신남방정책(新南方政策)’을 대내외적으로 공식 표명하고 베트남을 핵심국가로 지목했다.

응웬푸쫑(Nguyễn Phu Trọng)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도 “한-베 관계는 이제 단순한 경제협력을 넘어 밀월의 관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양국이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 관계는 경제분야를 넘어 문화, 사회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베트남 관련 기사들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며 베트남 알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기존 보도들이 대부분 베트남의 경제 현상에 집중되며 정작 현지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이에 본지는 각 분야 ‘베트남 한인들의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베트남 현지목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고자한다.

이를 통해 베트남 경험자들이 바라보는 그들만의 ‘진짜 베트남’을 조망해보고 이민 및 투자를 희망하는 예비대상자에게도 베트남 ‘바로알리기’라는 효과를 기대한다.  이번 주는 지난 주 경제분야 인사에 이어 문화예술야 인사들의 이야기다. <편집자주>

좌로부터 권동혁 감독, 김찬영 감독, 박동진 소장, 주은영 교수, 승신 원장

권동혁 호치민 야구감독

올해 1월 20일 호치민에서 열린 2018 U-12 아시아 야구챔피언십 대회에서 내가 감독을 맡은 베트남 대표팀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준결승에서 야구강국 일본을 8-2로 꺾고 결승에 올라가 한국에게 아쉽게 졌지만 값진 성과였다.

사실 베트남은 야구의 불모지이다. 나는 2010년부터 베트남에서 야구선수들을 모집하고 호치민야구협회를 설립했다.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지만 베트남에 야구를 뿌리내리는데 일조하고 싶었고, 어느정도 성과도 있었다. 지금도 베트남 유소년들에게 야구 가르치는 일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베트남 초등학교를 돌며 야구 강습도 한다.

베트남은 스포츠 후진국이 아니다. 앨리트체육은 한국에 뒤지지만 생활체육 저변은 우리보다 훨씬 넓은 나라다. 많은 시민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스포츠 용품에 대한 수요도 높다. 축구가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로 알려져 있지만 베트남인들은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에 관심이 있다. 야구에도 점차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 한류도 뜨겁다. 박항서 감독을 비롯해, 리우올림픽에서 베트남 사격 대표팀을 맡아 금메달을 안긴 박충건 감독 등으로 인해 한국 체육인들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다. 베트남인들도 한국 체육인들이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베트남 선수들은 우리의 기술을 습득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능도 좋아 빨리 배운다. 기본적으로 한국인 지도자에 대한 예의나 존중감도 있어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큰 보람을 느낀다.

 

박동진 네이버 베트남 사무소장

네이버는 현재 베트남에서 V앱(VLIVE.TV)이라는 서비스로 한류콘텐츠를 베트남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V앱을 통해 한국의 다양한 영상 콘텐츠는 물론, 베트남 샐럽들을 활용해 현지화 된 콘텐츠도 생산하고 있다.

베트남은 10~20대 인구 비율이 높은 젊은 나라다. 내가 느끼기에는 한국과 베트남은 문화적인 감성이 상당히 흡사하다. 베트남인들은 잘 뭉치고, 열정적이다. 한류콘텐츠에 대한 베트남 젊은이들의 호감도가 높아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사업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몇년간 콘텐츠 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 연예인들에 대한 관심도는 높은 반면, 팬덤문화나 팬클럽의 조직화 등은 한국과는 다른 것 같다. 그리고 베트남 자국 셀럽들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다.

베트남에는 젊은이들이 즐길거리가 많지 않다. 공연같은 문화콘텐츠가 다양하지 않다보니 놀거리에 대한 젊은이들의 갈증이 있다. 네이버는 올해부터 베트남 유일의 음악차트 프로그램 'V Heartbeat'를 통해 매월 콘서트를 열어 한국과 베트남의 톱가수를 초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베트남 속에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김찬영 호치민 KCY유소년축구클럽 감독

호치민 7군과 2군에서 유소년 및 교민 축구교실을 8년째 운영하고 있다. 현재 80명 정도의 한국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고, 1년에 한 번씩 한국에서 열리는 유소년 축구대회에도 초청팀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다.

나는 축구선수 출신이다. 한국 실업팀 이랜드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부상으로 27살이라는 한창 나이에 은퇴했다. 독일 브레멘 구단 유소년 지도자 과정을 1년 반 동안 연수한 뒤 친형이 살고 있던 베트남에 12년 전 왔다. 호치민에 사는 한국 아이들에게 좀 더 체계적인 체육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 아무래도 공 하나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인 것 같다.

베트남 사람들은 2002 월드컵 이후 한국축구를 매우 높이 평가해 왔다. 실제로 베트남이 2002 월드컵이 끝난 뒤 2년 정도는 한국축구를 부러워하고 배우려는 노력을 했다. 지금도 그들은 한국축구가 여전히 베트남 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축구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분위기가 변한 것 같다. 특히 베트남의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황금세대로 불리고 있어 베트남 사람들은 머지않은 장래에 그들이 한국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다만 박항서 감독의 성과로 한국축구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요즘 스포츠 관련 일을 하려는 한국 체육인들이 베트남에 많이 오고 있다. 베트남은 아직까지 국민소득이 높지 못하기 때문에 이곳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오셔야 한다. 순수한 재능기부 차원에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주은영 호치민 국립음대 교수

지난 2008년 부터 호치민 국립음대 대학원에서 피아노 교수로 재직중이다. 호치민 국립음대는 배트남의 3대 주요 음악교육기관 중 하나로 배트남 남부를 대표하고 있다. 베트남 북부에는 하노이 국립음대, 중부에는 후에 국립음악원이 있다. 프랑스 등 유럽 콘서바토리 제도에 따라 세컨더리 음악교육과정, 대학교 학사 , 그리고 대학원 석사 박사 과정이 있다.

나는 호치민 국립음대에서 베트남 생활을 시작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국제 음악제, 최근 2년 동안 열린 '국제여름뮤직캠프' 그리고 '호치민 국제피아노콩쿨' 등을 통해 베트남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음악, 예술 분야 역시 빠른 변화를 겪고 발전해 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개발도상국인 베트남은 발전 방향과 관련해 여러 선진국들의 사례를 통해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음악분야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한국은 경제발전과 맞물려 클래식 교육 중흥기를 지냈지만 이후 그 실효성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쇠퇴기에 있다. 베트남은 그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클래식 교육과 실용음악을 병행, 권장하며 여러 음악 산업을 동시에 발전시키고 있다.

세계적으로 수준으로 활동할수 있는 클래식 음악가가 되는 것은 극히 일부이다. 우리 음대는 전반적인 음악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음악을 즐기면서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가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베트남의 많은 음악 지망생들은 연주능력을 병행한 좋은 교육자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수준높은 음악교육을 원하는 수요 또한 높다.

 

승신 크로체 베트남 원장

베트남의 카페쓰어다와 껌승의 매력에 제대로 빠진 헤어디자이너이다. 20년 가까이 서울 청담동에서 활동하며 유명 셀럽들과 수많은 작업을 해왔다. 우연한 기회에 베트남 사진작가 전시회에 초대 돼 다녀왔는데, 당시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이곳에 발을 붙이게 됐다.

현재 한국 크로체나인의 베트남 지사 크로체vn 원장을 맡고 있다. 크로체나인은 헤어 아티스트와 메이크업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내외 유명 연예인 및 셀러브리티와의 콜라보 작업을 통해, 제품런칭, 상품개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크로체vn은 베트남 고객들에게 퀄리티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년여 준비하여 개업한 지 이제 4개월이 됐다. 현재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다수 연예인들의 스타일링을 담당하며 뷰티 한류를 만들어가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국민 소득 1만달러를 기점으로 사람들이 뷰티 시장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한것 같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이기도 하다. 또한 호치민 어느곳에서나 케이팝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한류가 강하고, 헤어 스타일과 메이크업 등에서도 한국 트랜드가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의 헤어&메이크업 트랜드는 네츄럴이다. 많이 손보지 않은 듯한 웨이브, 자연스럽고 모던한 디자인이 한국 트랜드라면 베트남에서는 그동안 롱헤어를 선호하고 이목구비를 살린 메이크업이 대세였다. 하지만 조금씩 한국적인 트랜드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곳의 패션을 보면 베트남은 흥과 즐거움이 많은 나라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한편으로는 순수하기도 하다. 베트남 멋쟁이들은 한류 가수들의 헤어스타일을 따르고 파리나 이탈리아 컬렉션에 나오는 가방과 구두를 과감하게 매치시킨다. 패션은 물론 뭐든지 즐겁게 잘 받아들이고 소화해 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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