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서북기행 (상)
베트남 서북기행 (상)
  • 베한타임즈
  • 승인 2018.11.1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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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아름다웠던 해질녘의 호아빈 풍경
아름다웠던 해질녘의 호아빈 풍경

 번씩 인간이란 무작정 떠나고 싶어 하는 존재이다. 그러하기에 인간의 역사는 끝없는 이동의 역사였다. 호모 노마드(Homo Nomade), 인간은 유랑하는 존재다. 고로 나의 유전자에도 방랑벽(放浪癖) 있어 가끔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때가 있다. 지난 추석,  7일간 베트남 서북쪽 여행을 계획했다. 하노이를 거처 호아빈(Hòa Bình), 목저우(Mộc Châu), 선라(Sơn La), 디엔비엔푸(Điện Biên Phủ) 일정(日程) 잡았다. 막상 떠나려 하니 조금은 귀찮아지고 약간의 두려움이 들기도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 그건 나이를 먹은 탓이라고 치부했다. ‘ 나가면 개고생이고 그냥 집에 있으면 우선 몸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과감히 떨쳐 버려야 한다. 알랭  보통(Alain de Botton) 여행에 관한 담론처럼 언제나 여행은 떠나는 기대의 설렘이 상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호치민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노이 공항에 내렸다. 비행기가 무려 2시간이나 지연 출발로 시작부터 심신이 지쳤다. 하노이에 도착해 고향 친구를 만나고 객지에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친구의 친구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 메뉴는 짬뽕이었는데 정말 국물이 끝내준다. 한국에서 먹던 짬뽕 맛이다.

 

어느덧 해는 기운다. 경남타워 고층에서 바라보는 하노이 시내와 어둠이 내리는 가운데 건물옥상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불현듯  무렵 수영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안끼엠(Hồ Hoàn Kiếm)으로 향했다. 여행자거리에 빼곡히 가득  인파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호젓하게 호안끼엠 호수를  바퀴 돌았다. 호안끼엠의 밤은 항상 마음을 설레게 한다. 눈에 비치는 많은 모습들이 있지만 나만의 눈으로 필터링 되는 부분만 가려보는 것도 한번쯤 필요하다. 보이는 현상은 피상적이지만 피사체를 바라보는 나의 눈은 항상 따뜻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호안끼엠 여행자 거리로 가보니 역시나 앉아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거리에 가득하다. 보기만 해도 내가 젊어지는 느낌이다. 동반자가 있으면 좌판에 앉아 꼬치에 하노이 맥주를 한잔하고 싶지만 숙소를 정하지 않아 먼저 호텔부터 잡았다. 호텔에서 옷을 갈아입으니 피로가 쌓였는지 갑자기 몸이 무거워진다. 그래도 거리 마트에 나가서 하노이 맥주 2캔과 간단한 안주거리를 사들고 잠깐 거리를 방황하다가 호텔방으로 돌아와 무언가의 허전함을 달래었다.

 

호안끼엠 여행자거리의 활기찬 모습

다음날 아침 그랩(Grab) 타고 미딩정류장(Bến Xe Mỹ Đình) 도착후 ‘호아빈 버스를 탔다. 하노이를 조금 벗어나니 금세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버스가 간이 정류장에  때마다 바구니를 들고 차에 올라와서 , 과자, 과일, 음료수를 파는 아낙네와 아가씨들이 정겹다. 현대 카운티의 시외버스는 연신 경적소리를 울려대며 달린다. 어릴  시골 완행버스를 연상하게 하는  버스에는 외국인이라고는  혼자다. 정류장 마다 사람이 하차와 승차를 반복하니 항상 버스 안에는 만석이다.

 

 호아빈(和平) 도착하여 호텔을 잡고 쎄옴(Xe ôm, 오토바이 택시) 타고 호아빈 호수 퉁나이(Thung Nai) 구경을 나갔다. 고개를 넘어가는 울퉁불퉁한 길은 오토바이 뒷좌석에  나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내가 갑자기 어린이가  느낌이다. 호수와 어우러진 산경(山景) 어느 곳이나 아름답다. 이곳 외진 선착장에도 배에 오르내리는 사람이 붐빈다. 갑자기 한적한 곳에 앉아 차나 커피를 마시고 싶어진다. 호수를 바라보며 허름한 구멍가게에 앉아서 짜농(Trà Nóng, 따뜻한 녹차) 마시니 이세상의 시간과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떠나기 서운한 마음에  바퀴  돌아본  호아빈 시내로 돌아오니 해가  너머 지고 있다. 식당을 찾아 호아빈 다리를 도보로 건너가는데 다리위에서 바라보는 호아빈의 풍경은 환상적이다. 호아빈(和平)시에 가면 무조건 해질녘에 호아빈 다리를 건너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서늘하게 불어오는 밤바람과  멀리 하나둘씩 켜지는 전기불빛은 무언가 아쉬운 나그네의 심성을 어루만져 준다. 호아빈은 식당 찾기가 쉽지 않다. 한참을 걸어서 쌀국수집을 어렵사리 만나 닭고기 쌀국수를 시켜먹는데 어디선가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가 불규칙적으로 들렸다. 원래 온몸이 호기심 덩어리인  그곳을 찾아 나섰다.

 

동네 체육관이었다. 2개의 배구장이 있었는데 한곳에는 남자팀이  다른 곳에는 여자팀이 배구를 하고 있었다. 배구공이 아닌 배구공보다 조금  고무공으로 배구를 하는데 운동선수의 연령이 중년이었다. 남녀노소가 함께 생활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갑이 넘은 흰머리 심판의 단호한 심판 운영에 카리스마 분위기를 느꼈다. 참으로 오늘은  눈이 호사(豪奢) 누리는 날이다.

 

목저우의 차밭

느지막이 일어나 조식을 대충 챙겨먹고 목저우(Mộc Châu) 가는 현대 카운티 시외버스를 탔다. 이제는 창밖의 풍경이 아름다운 산등성이로  들어찬다.  또한 여행의 백미(白眉). 지나치는  사람 그리고 풍물들을 바라본다. 이러한 풍경은 덤이다. 저렴한 버스비용을 지불했을 뿐인데 보이는 모든 시야가 예사롭지 않다.

 

3시간 이상 걸려 목저우에 도착했다. 호텔을 잡고 오토바이를 빌렸다. 목저우 시내를 거쳐 ‘도이체짜이띰(Đồi Chè Trái Tim)’으로 향했다. 시내에서 멀지 않은 거리다. 고원지대에 펼쳐진 차밭이 아득하다. 한국의 보성차밭과는  다른 풍경이다. 하늘은 맑은 진파랑에  들판은 녹색이다. 공기는 청명하고 약간의 서늘함이 감돈다. 차밭 한가운데 메밀꽃 밭에서 이효석을 생각하고 베트남 사람들도 메밀음식을 즐겨먹는지 유추를 해본다. 좁은 흙길위에서 차를 파는 젊은 여성과 마주앉아 녹차를 마셨다. 20 후반의  여성과 떠듬거리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이가 2명인데 친어머니가 아이를 돌보고 자기는 여기로 장사 나온다고 했다. 베트남어에 능숙하지 못하여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현실이 아쉽다. 그녀의 살아온 숨은 역사(Herstory) 분명 흥미가  있을 것이다.

 

[호치민시 대구사무소 이한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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